불조심 강조의 달, 지금부터 준비하자
[기고] 신정식 청주서부소방서장
매년 11월은 ‘불조심 강조의 달’이다. 이제는 일 년 내내 화재 예방을 강조해도 결코 지나치지 않는다. 이 시기는 날씨가 건조해지고 난방기 사용이 급증하여 화재 위험이 가장 높아지는 때다. 실제로 최근 5년간 통계를 보면, 11월부터 이듬해 2월 사이에 발생한 화재가 전체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하였다. 계절적 특성과 생활환경의 변화가 겹치며 위험이 집중되는 만큼, 보다 촘촘한 대비가 필요하다.
겨울철은 전기 사용이 크게 늘어나는 시기이며, 특히 난방기기의 빈번한 사용으로 전기화재 위험이 증가한다. 청주서부소방서 관할 지역(서원구·흥덕구)에서 2022년부터 2024년까지 발생한 총 745건의 화재 중 223건이 전기화재로 분류되었고, 그중 83건이 겨울철(11월~2월)에 발생하였다. 이는 전체 전기화재의 37%에 해당하며, 겨울철 전기화재 예방에 결코 안심할 수 없음을 분명히 보여준다.
전기화재의 주요 원인은 난방기기의 부주의한 사용과 노후 전기시설의 방치다. 전기난로, 온풍기, 전기장판 등을 사용하기 전에는 전선 피복 손상, 콘센트 접촉 불량, 플러그 변색 등 이상 유무를 반드시 점검해야 한다. 또한 안전 인증을 받은 제품인지 확인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난방기기 주변에는 종이나 천 등 가연물과 거리를 두고, 사용하지 않을 때는 전원을 완전히 차단하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작은 점검과 차단 습관이 큰 피해를 막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예방 점검과 차단 습관에 더해, 화재 초기 대응력을 높이는 준비도 중요하다. 주택용 소방시설인 소화기와 단독경보형 감지기는 화재 초기 대응의 핵심 장비다. 소화기는 각 세대마다 한 대 이상 비치하고, 주방이나 거실 등 화기 사용이 많은 곳 가까이에 두는 것이 좋다. 단독경보형 감지기는 거실, 침실, 복도 등 천장에 설치해 연기를 감지하면 빠르게 경보음을 울려 대피 시간을 벌어준다. 두 장비의 설치 비용은 크지 않지만, 위급한 순간 가족의 생명을 지키는 든든한 보호막이 된다.
생활 속 작은 습관이 큰 차이를 만든다. 겨울철에는 공기가 건조해 정전기와 스파크 발생 가능성이 높아진다. 적정 실내 습도를 유지하는 것이 좋다. 가습기를 활용하거나 젖은 빨래를 실내에 걸어 습도를 조절하면 화재 위험을 낮출 수 있다. 또한 외출 전이나 취침 전에는 전기기기와 난방기기의 전원을 확인하고, 가스 밸브를 잠그는 일상 점검을 반드시 습관화해야 한다. 이러한 꾸준한 실천이 대형 화재를 줄이는 열쇠다.
만일의 상황에 대비한 대피 요령 숙지도 필수다. 가족이나 직장 동료와 함께 비상구 위치와 대피 경로를 평소에 확인하고, 정기적으로 대피 훈련을 실시해야 한다. 연기가 발생하면 낮은 자세로 이동하고, 엘리베이터 대신 계단을 이용해야 한다. 신속하고 올바른 판단과 행동이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최후의 방어선이다.
불은 한순간의 방심에서 시작되지만, 예방은 지금 이 순간 우리의 작은 실천으로 충분히 가능하다. ‘설마’가 아닌 ‘만일’을 대비하는 태도가 나와 가족, 이웃의 생명을 지키는 첫걸음이다. 청주서부소방서는 도민 여러분과 함께 안전한 겨울을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 여러분의 관심과 참여가 지역의 안전 수준을 높이는 가장 확실한 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