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은 경청이 아니다
[충청칼럼] 장래혁 글로벌사이버대학교 뇌교육학과 교수·브레인 편집장
"초능력 그게 뭔데? 사람의 진짜 능력은 공감 능력이야. 다른 사람의 마음을 이해하는 능력. 다른 사람 마음 아프게 하는 게 그게 무슨 영웅이야?"
하늘을 날고, 다쳐도 치유 능력이 있어 회복되고, 투시 능력이 있는 히어로를 가진 존재를 다루는 동시에 지극히 인간적 스토리와 연출로 전 세계에 화제가 되었던 K-드라마 ‘무빙’에 나오는 대사다.
미래학자 제레미 리프킨은 인간의 본성과 사회의 미래를 다룬 ‘공감의 시대’(2009)에서 인간이 세계를 지배하는 종이 된 것은 자연계의 구성원 중에서 인간이 가장 뛰어난 공감 능력을 가졌기 때문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이른바 ‘호모 엠파티쿠스(Homo Empathicus)’.
최근 기업의 인재 채용에서도 공감능력이 이슈가 되고 있다. 최근 몇 년 사이 급증하고 있는 인공지능(AI) 기반 채용문화에서도 잘 나타난다. 구직자로부터 가장 중요하게 보는 역량은 ‘소프트스킬’. 직무 수행에 필요한 구성원 개개인의 성격이나 특성에 대한 이해, 소통역량, 경청 등 타인과 상호작용을 잘 이끌어내는 ‘공감 능력’이 핵심으로 부각된다.
공감지능에 관한 기업 인재상의 변화는 20세기 외적 역량을 중시했던 사회에서 21세기 내적 역량으로의 전환을 의미한다. ‘지덕체(智德體)’로 대표되는 서구 교육모델에서 강조한 ‘지력 중심’ 사회가 이제 내리막길에 있음을 보여주는 교육패러다임 전환점이기도 한다.
주목해야 할 것은 공감 능력은 영장류의 특별한 두뇌기제라는 점이다. 바로 ‘거울신경세포(mirror neuron)’의 발견인데, 마카크 원숭이의 뇌에서 처음 발견된 이후 인간에게서 발견되는 미러뉴런은 훨씬 광범위하다.
간단히 말하면 원숭이가 행동의 ‘결과’만 복사하는 것에 비해, 인간은 ‘What, Why, How’까지 복사한다. 평소 책을 읽지 않는 엄마가 아이에게 독서 습관을 갖게 하려고, 책을 대충 읽는 시늉을 하면 아이는 그 의도와 과정을 이미 알아차린다.
‘거울을 보고 동작을 따라한다’는 비유에서 시작된 거울뉴런 개념은 어려운 언어, 정서, 감각 영역까지 미러링 되고 있음이 밝혀진 이후, 거울뉴런과 미러링에 연관된 뇌 영역 그리고 이러한 신경과정 전체를 가리키는 ‘공유회로’라는 개념으로 확장되었다.
그런데 이런 특별한 뇌 기제가 있음에도, 어떤 경우에는 왜 그런 반응이 일어나지 않는 걸까?
신경과학자 빌라야누르 라마찬드란은 거울신경세포 네트워크가 타인과 공감할 수 있게 해준다는 사실과 함께 타인과 나를 분리해서 인식하게 되는 기제를 규명했다.
즉, 타인에 대한 공감 기제가 뇌에서 작동하더라도 그보다 강력한 조건이 발생하면 그 신호가 더 우선된다는 의미다. 그 신호란 스트레스를 받아 자기를 보호해야 할 때다. 자율신경계의 불균형, 만성스트레스에 놓인 현대인들의 공감 기제가 작동하기 어려운 이유다.
결국 공감의 열쇠는 상대의 말을 경청하는 것이 먼저가 아니라 나의 심신상태 회복이다. 나의 뇌상태가 상대의 공감을 느낄 수 있는 조건이 갖추어져야 한다.
‘공감은 경청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