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운전은 또 다른 살인행위이다
[충청산책] 김법혜 스님· 철학박사·민족통일불교중앙협의회 의장
한 해가 저물어 가고 있다. 연말연시가 되면 으레 그렇듯 송년회다 신년회, 동창회다 하며 각종 술자리 모임이 잦아지게 된다. 맛있는 음식과 함께 가벼운 반주를 곁들이는 순간들에 항상 걱정되는 것이 음주운전이다. ‘한 잔쯤 괜찮겠지?’ 하는 마음에 운전대를 잡았다가, 단속에 적발되어 법적 불이익을 겪는 사례가 끊이지 않고 있다.
음주운전은 자신은 물론 무고한 다른 사람의 경제적, 신체적 피해를 비롯해 소중한 생명까지 빼앗아 갈 수 있는 명백한 범죄행위이며 그에 따른 강력한 처벌이 뒤따른다.
특히 음주 상태에서 사고를 낸 후, 사고로 인해 피해자가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도 적절한 구호 조치를 하지 않고 현장을 벗어났다면 뺑소니 혐의가 더해져 보다 가중된 처벌이 내려진다. 음주운전에 대한 처벌이 예전에 비해서 강해졌다지만 아직도 처벌 수준이 미약해 보인다. 이런 이유 때문인지 아무리 처벌을 강화해도 음주운전은 끊이지 않고 발생하고 있다. ‘망치가 가벼우니 못이 솟는 것’인가?
최근 한국에 효도 여행을 온 일본인 모녀가 서울 동대문에서 음주운전 차량에 치여 엄마는 숨지고 딸은 중상을 입는 안타까운 일이 있었다. 소주 3병을 마신 운전자는 면허 취소 기준을 훌쩍 넘는 만취 상태였다.
한국인이나 일본인이나 술을 즐기는 건 비슷하지만 음주 문화는 제법 차이가 있다. 그중 하나가 술주정을 대하는 태도가 아닌가 싶다. 우리는 “저 친구 쌓인 게 많았나 보다” 하고 이해하는 편이지만, 일본은 다르다. 술을 마셨으니 실수할 수도 있지 하고 대충 넘어가는 문화가 아니라 주정뱅이를 이해하고 어울릴 사람이 없다.
술에 관대한 문화는 ‘주취 감경’이라는 용어에서도 잘 드러난다. 지난해 기준으로 살펴보면 음주운전 적발 건수는 한국이 11만 8874건, 일본이 2만 1285건으로 한국이 일본의 5.6배가 많다. 일본이 한국보다 인구가 2.4배 많은 것을 감안하면 인구 대비 적발 건수는 한국이 13배나 많다고 할 수 있다. 이는 한국 국민성의 문제라기보다는 음주운전에 대한 처벌 수위가 일본보다 낮은 것이 큰 원인이다.
일본은 음주운전에 대한 처벌이 한국보다 훨씬 강한 것은 물론이고 음주운전을 방조하거나 차량과 주류를 제공한 사람까지 처벌 대상에 포함 시키고 있다. 이번 일본인 효도 관광 교통사고에 대해 일본 언론들은 레이싱카처럼 돌진하는 사고 당시 장면을 내보내며 한국의 음주운전 사고가 많다고 보도하고 있다.
최근 5년간 사고가 7만 건에 사망자가 1000명을 넘는다며 한국 여행 주의를 촉구하기도 했다. 일본은 한국보다 20년 정도 앞선 2001년부터 음주운전 규제를 강화해 교통안전 문화를 정착시킨 게 양국의 차이라는 분석도 덧붙였다. 변명의 여지가 없는 부끄러운 일이다. 사고 후 일본 언론은 한국의 음주 운전자에 대한 처벌이 가볍다는 점을 모두가 지적했다.
음주 사망 사고의 경우 일본은 법정 최고형이 징역 30년이지만 한국은 징역 12년이라는 점을 꼽았다. 가벼운 처벌 탓에 음주운전 재발률이 높다는 점도 지적했는데 피해자 유가족은 피해 보상 조항이 없는 건 아닌지 우려된다는 글을 사회관계망 서비스에 남기기도 했다. 처벌 강화도 중요하겠지만, 음주운전은 실수가 아니라 범죄라는 인식을 갖지 않는 한 도로 위 흉기에 허무하게 목숨을 잃는 비극은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는 인명 피해를 낸 음주 운전자에게 최대 무기징역까지 선고할 수 있게 한 이른바 ‘윤창호법’이 제정된 게 2018년이다. 하지만 이후로도 별로 달라진 게 없다는 평가다. 벌금형 대신 집행유예가 늘어난 정도가 눈에 띄는 변화다. 2023년 기준 기소된 사람 중 실형을 받은 건 10명 중 1.5명꼴에 그쳤다.
초범이라고, 피해가 경미하다고, 생계형 운전자라는 이유가 참작되어 죄는 가벼워진다.정부도 ‘음주운전은 절대 하지도, 시키지도, 용서하지도, 보고 넘기지도 말자’며 꾸준하게 구호를 외치고 있으나 헛수고다. 홍보용 포스터, 스티커, 만화 등으로 국민 머릿속에 지겹도록 세뇌 시키고 있어도 음주운전의 증가율은 막무가내다.
음주운전 사고는 내는 것은 한순간이지만 후회는 한평생이다. 우리의 과음사회 문화도 바뀌어야 한다. 음주운전은 자신은 삶은 물론이고, 타인의 생명과 삶에도 치명적인 피해를 주는 살인행위가 될수 있음을 명심하고, 어떤 경우에도 음주 상태의 운전은 무조건 하지 않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대책임을 우리 모두가 각성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