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 산업지형 ‘대전환’…떠나는 분리막, 들어오는 HBM

LG·롯데 구조조정 속 SK·셀트리온 투자 확대 전통 제조 약화, 반도체·바이오 중심으로 산업축 이동

2025-11-20     김재옥 기자

전통 제조업이 흔들리고 첨단 산업이 부상하며 청주 산업 전반이 뚜렷한 전환기에 들어섰다.

LG화학이 청주 분리막 사업의 사실상 철수를 검토하고, 롯데웰푸드가 청주 기반 자회사를 정리하는 등 제조업 전반에 구조조정 기류가 강해지는 가운데 SK하이닉스와 셀트리온의 대규모 투자가 이어지며 청주의 산업 지형은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최종완 LG화학 청주공장 주재임원(상무)은 최근 임직원 담화문에서 “내년 하반기에는 2440명 중 약 1000명이 생산활동에 참여할 수 없는 상황이 올 수 있다”고 밝혔다. 이는 분리막 사업 철수 가능성과 직결된다는 분석이다. 청주 분리막 공장 인력은 약 300명 규모로 알려져 있으며, 회사는 내년 상반기 사업 정리를 유력하게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LG화학은 2021년 LG전자 CEM 사업부를 인수하며 분리막 시장에 진출했으나 글로벌 전기차 수요 둔화, 중국 업체의 저가 공세, 미국 전기차 보조금 정책 변화가 겹치며 수익성이 급락했다. 올해 초 라인 전환 등 수익성 개선에 나섰지만, 효과는 미미했다.

청주를 거점으로 하는 롯데 계열사도 구조조정 흐름을 피하지 못했다. 롯데웰푸드는 김천·청주공장 통합 과정에서 청주공장 내 장애인 표준사업장 ‘푸드위드’를 지난 8월 청산했다. 2020년 설립된 푸드위드는 장애인 고용 확대를 목표로 운영돼 왔으나, 롯데웰푸드의 실적 악화와 지속된 적자 속에 정리 대상으로 분류됐다. 업계에서는 “혁신추진단 출범 이후 부진 계열사 정리가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처럼 기존 제조·고용 기반이 흔들리는 사이 청주에는 반도체와 바이오를 중심으로 초대형 투자가 집중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청주 M15X 공장 설비 투자에 속도를 내며 올해 3분기까지 누적 설비 투자액만 17조8250억원을 기록했다. 상반기 11조2490억원을 고려하면 3분기에만 6조5000억원을 투입한 셈이다.

SK하이닉스는 2년여 공사를 마친 M15X에 장비 반입을 시작했으며, 내년 초부터 HBM·DDR5 등 고부가 메모리 양산에 나선다. 약 20조원이 투입된 M15X 가동으로 청주 테크노폴리스 일대에는 반도체 협력업체 입주가 활발해지고 있으며, 상권 재편과 인구 유입 등 지역경제 변화도 감지되고 있다. SK하이닉스의 올해 청주시 법인지방소득세 납부액은 1219억 원으로, 내년에는 2000억 원대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바이오산업에서도 청주의 입지는 강화되고 있다. 셀트리온은 미국 뉴저지 공장 인수·증설에 1조4000억원, 국내에는 송도·예산·오창에 총 4조원을 투자해 생산시설을 확대할 계획이다. 오창에는 사전충전형 주사기(PFS) 생산 공장이 새로 들어서며, 신약·바이오시밀러 생산체계 확장과 함께 청주가 바이오 생산 거점으로 부상할 가능성이 커졌다.

충북도 역시 첨단 산업 중심의 투자 유치에 속도를 내고 있다. 10월 말 기준 민선 8기 투자 유치 실적은 63조1991억원에 달하며, 이 가운데 반도체·2차전지·바이오 등 이른바 BBC 산업이 79%를 차지한다. 충북, 특히 청주는 이러한 흐름 속에서 대한민국 첨단 산업의 핵심 거점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그러나 구조조정과 대규모 투자가 동시에 전개되면서 지역 산업·고용의 양극화 우려도 제기된다. 전통 제조업 기반이 흔들리는 가운데, 고급 일자리는 첨단 산업으로 집중되면서 산업 전환 과정의 충격을 최소화할 전략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지역 경제계 관계자는 “청주는 확실히 첨단 산업 도시로 도약하고 있지만, 한편에서는 분리막·식품·사회적 일자리에서 구조조정이 나타나고 있다”며 “산업 전환의 속도만큼 고용 안전망과 산업 생태계 전환 전략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재옥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