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금융위기 이후 최저 수준…원화 실질가치 추락

10월 실질실효환율 16년 만에 최저…내년 환율 상단 1540원 전망까지

2025-11-23     김재옥 기자
▲ 23일 서울 중구 한 사설 환전소에서 외국인 관광객들이 환전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원화의 실질가치가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수준으로 떨어지며 환율 불안이 심화하고 있다. 이달 들어 원·달러 환율 상승세가 이어지면서 국제 교역에서의 원화 구매력은 더욱 약화될 것으로 보인다.

23일 한국은행과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올해 10월 말 기준 한국의 실질실효환율(REER)은 89.09(2020년=100)로 한 달 새 1.44p 하락했다. 이는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8월 이후 16년 2개월 만의 최저치다. 지난 3월 정치 불확실성 확대로 실효환율이 급락했던 수준보다도 더 낮아졌다.

실질실효환율은 한 나라의 화폐가 주요 교역국 통화에 비해 어느 정도의 구매력을 갖는지 보여주는 지표다. 지수가 100 미만이라는 것은 기준 시점 대비 원화 가치가 저평가돼 있다는 의미다.

지난달 한국의 실질실효환율 수준은 BIS 통계를 발표하는 64개국 가운데 일본, 중국에 이어 세 번째로 낮았으며, 한 달간 하락 폭은 뉴질랜드에 이어 두 번째로 컸다. 원화 약세는 이달 들어서도 계속돼 22일까지 원화 가치는 2.62% 추가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엔화(-1.56%), 유로(-0.19%) 등 주요국 통화보다 훨씬 큰 폭이다.

시장에서는 원·달러 환율이 1500원을 넘어설 수 있다는 전망도 잇따른다. 최근 환율은 장중 1476원까지 오르며 지난 4월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당시는 일시적 급등이었지만, 최근의 흐름은 상승 추세로 굳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우려가 커지고 있다.

NH선물은 최근 보고서에서 내년 원·달러 환율의 상단을 1540원, 하단을 1410원으로 제시하며 1400원대가 새로운 상수처럼 자리 잡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김재옥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