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종진 교수의 속담여행
마른나무에 좀 먹듯
2007-04-08 정종진
작은 흠들이 군데군데 퍼져 있다는 말. 건강이나 재산의 상태가 점점나빠진다는 뜻으로 빗대는 속담. 『마른 나무에 좀이 먹듯 군데군데 검버섯이 돋고 콧잔등은 허옇게 껍질이 일었다. 뿔빠진 소처럼 기운이 나간 초췌한 얼굴의 눈확은 십 리 만큼 움푹 패여 들어갔다』 (홍석중의 '높새바람')
바람기 없는 계집없고, 허풍기 없는 사내 없다
여자는 누구나 바람기가 있고, 남자는 누구나 허풍기가 있다는 뜻으로 빗대는 말. 『"생겨 먹은 게 다르다구 아무 구멍이나 가리지 않구 손님 노릇해도 되는 거야." "아냐, 그년은 끼가 좀 있다구." "니길헐, 말이야 바른 말이지, 바람끼 없는 기집 어딨구 허풍기 없는 사내 어딨어서?"』(백우암의 '허영의 도시')
사당 당직은 타도, 빈대 당집이 타니 시원하다
큰 손해를 보더라도 꼴 보기 싫은 것이 없어지니 좋다는 뜻으로 빗대는 말. 『자신에게 얼마간의 손해가 되더라도 꼴 보기 싫던 것이 없어져서 좋을 때 "사당 당직(堂直)은 타도, 빈대 당직 타서 시원하다"고 한다.』 (김광언의 '한국의 집 지킴이')
아동 판수 육갑 외듯
시끄러운 소리로 뭔가를 외워댄다는 뜻으로 비유하는 말. 『입이 열이라도 한 마디 말 없어야 할 놈이 아동판수 육갑 외듯 악성을 지르고 포탄을 떨자, 조성준도 더 이상은 참아 둘 도리가 없었던 모양이었다. "상판대기가 꽹과리 같은 놈."』 (김주영의 '객주')
자가사리 낚시에 잉어가 물린 격
하찮은 것으로 큰 이익을 얻었다는 뜻으로 빗대는 말. 『이가 뿌드득 저절로 갈렸다. 자가사리 낚시에 잉어가 물린 셈이어서 생각잖이 소득이 큰 것은 통쾌한 일이었다.』 (채만식의 '여인전기')
참새가 떠든다고 구렁이가 움직일까
하찮은 것이 나댄다고 해도 위인은 눈 하나 깜박 않는다는 뜻으로 빗대는 말. 『"네 년이 내 위세를 몰라서 그런 말을 묻고 있는 게지. 참새가 떠든다고 움직이는 구렁이를 본 적이 있느냐?"』 (김주영의 '객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