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겨울 더 춥다

2008-11-23     이능희
▲ 제2사회부장

풍요로워야 할 농촌 풍년 들녘이 한숨소리로 가득하다. 올해는 태풍과 같은 큰 기상이변이 없어 대풍년을 기록하고 있다. 하지만 웃음꽃이 피어야 할 농촌에는 느닷없이 '풍년 기근'이라는 말이 나돌고 있다.
생산 과잉으로 오이, 호박, 가지, 풋고추, 무·배추를 폐기했고, 최근에는 저장성이 있는 배마저 폐기 중에 있다. 바로 '원수 같은' 풍년이 문제이다.
특히 비료와 농약 등 각종 농자재 가격이 많이 올랐고, 특히 쌀 수입량이 해마다 늘면서 쌀값 하락이 예상돼 농민들의 한숨소리가 크다.
또한 축산농가 역시 연초 시작된 미국산 쇠고기 수입파동으로 입식농가가 줄고 한우가격이 떨어져 울상을 짓고 있다. 과수농가와 채소농가도 올해 풍작을 거뒀지만 우울하기는 마찬가지다.
지난 추석 때 과잉생산으로 대목을 놓친 배 뿐 아니라 사과 등 과수농가와 배추농가도 품삯과 농자재는 오른 반면 가격은 크게 하락해 남는 것이라곤 빚더미뿐이라고 한다.
판로가 막히고 제값을 못 받으니 차라리 땅에 묻는 게 낮다며 애써 가꾼 농산물을 피울음을 삼키며 트랙터로 갈아엎는 농가도 있다.
올해 충주의 사과 수확량은 지난해 보다 10% 이상 늘었다. 하지만 농민들의 마음은 썩 좋지만은 않다.
현재 이 지역의 15kg 짜리 사과 한 상자의 도매 값은 평균 2만 원 대 중반. 가장 비싼 것이 3만 원 정도로, 지난 해 4만 원~4만 5천 원까지 갔던 것에 비하면 절반 가까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도시라고 예외가 아니다. 이명박 정부 출범 때부터 예견된 상황이긴 하지만, 수도권규제 완화는 서둘러 추진하는 반면 지방 균형발전정책은 슬그머니 뒷전으로 밀쳐놓고 있어 지방경제는 벌써 겨울 한복판에 와있는 느낌이다.
특히 미국 발 금융위기가 국내 실물경제에 본격적으로 전이되면서 충청권 제조업체들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
원·달러 환율이 예상과 달리 고공행진을 계속하면서 이들 중소기업들은 요즘 3중고를 겪고 있다.
청주세관이 2008년도 10월 충북지역 수출입실적을 분석한 결과, 수출은 7억9000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6.8% 감소했으나 수입은 6억 6200만 달러로 3.6%로 감소해 무역수지는 1억 2800만 달러로 지난 4월 이후 흑자세를 유지했다.
이 중 수출은 정보통신기기(비중 20.3%)분야가 126.6% 증가했으나 반도체(비중 14.5%)는 무려 70.5%가 감소하고 정밀기기(비중 10.2%)도 10.1% 줄어 전체적으로는 전년 동월 대비 16.8% 감소했다.
또 금융위기 여파로 국내 금융권이 bis 기준율 확보와 리스크 관리(재무건전성 개선)를 이유로 중소기업에 대한 돈줄을 바짝 조이면서 대출이 어려워져 극심한 '돈맥경화'에 시달리고 있다.
그럼에도 정부는 수도권 규제완화와 종부세 감세 등을 통해 수도권 살리기에는 열을 올리고 있는 반면 지방은 추위 속으로 몰아넣고 있다.
종부세 감세로 당장에 지자체의 부동산교부세가 대폭 줄어들게 돼 지자체의 살림살이가 더욱 쪼그라들 것이 걱정된다.
이래저래 이명박 정부의 지방 챙기기에 대한 진정성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정부에 대한 불신이 커지면 정권도 국민도 모두 불행해진다는 동서고금의 진리를 명심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