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씨 쓸 때 사용하는 서사용구 '먹'

벼루에 갈아 액체 상태로 만들어 사용

2009-01-19     윤용현

먹은 글씨를 쓸 때 사용하는 서사용구(書寫用具)이자 문방사우(文房四友)의 하나이다. 질이 단단하고 굳으며 색은 검은색을 띤다. 벼루에 갈아서 액체 상태로 만든 다음 글씨를 쓰거나 그림을 그리는데 사용한다.

먹을 뜻하는 한자인 '묵(墨)'자는 검을 흑(黑)과 흙 토(土)의 합자로, 고대 중국에서 천연으로 산출되는 석묵(石墨)의 분말에다 옻칠을 섞어서 사용하였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먹 가운데 가장 오래된 유물은 일본의 쇼쇼인(正倉院)에 소장되어 있는 신라의 먹 2점으로 모양은 모두 배 모양이며 각각 먹 위에 '신라양가상묵(新羅楊家上墨)', '신라무가상묵(新羅武家上墨)'이란 글씨가 압인(押印)되어 있어 신라시대에 무가와 양가에서 좋은 먹을 생산하였음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또한 중국문헌인 명나라 도종의(陶宗儀)의 '철경록(輟耕錄)'에 고구려에서 송연묵을 당나라에 보냈다는 기록과 고구려 고분벽화인 안악 3호분과 모두루묘지(牟頭婁墓誌)에 보이는 묵서명(墨書銘), 그리고 담징이 제묵법을 일본에 전했다는 '일본서기(日本書紀)'의 기록으로 보아 삼국시대에 이미 좋은 먹이 생산되고 있음을 알려 주고 있다.

먹은 송진을 태워서 만드는 송연묵(松煙墨)과 기름을 태운 그을음으로 만드는 유연묵(油煙墨)으로 나뉘는데, 전자는 주로 목판이나 목활자 인쇄에 사용하고, 후자는 금속활자 인쇄에 사용한다.

먹은 그을음과 아교로써 만들어 진다. 그을음의 주성분은 탄소로써 그을음 속에 함유된 미량의 성분들이 주변 여건 등에 의해 변화 되지만 탄소는 완전한 물질로써 변화 되지 않는 특징을 갖고 있다.

아교는 동물성 단백질로 콜라겐이란 단백질을 분해·정제하여 얻어지며, 그 분자량이 수 만개에서 수 십 만개에 이르는 천연 고분자 물질이기 때문에 온도, 습도 등 주변여건 등에 변화되는 성질이 있다. 따라서 먹을 만들 때에 아교가 많은 영향을 주게 되는 것이다.

먹이 만들어 질 때는 36∼40% 또는 50% 정도의 수분을 보유하고 있다. 이 수분이 건조 되면서 서서히 배출되어 완제품이 되었을 때에는 16∼18%의 수분이 남게 되는 것이다.

건조된 먹은 수분의 증발로 먹의 내부에 미세한 공기구멍이 형성 되는데, 습기가 많은 날에는 수분을 방출하고 적은 날에는 수분을 받아들이는 역할을 함과 동시에 먹 속의 아교물질에도 변화를 주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처음 만든 먹과 1∼2년 후의 먹색이 다른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이다.

고유 먹의 제조는 오랜 시간이 걸리는 까다로운 작업으로 장인의 기술이 절대적으로 필요할 뿐만 아니라 재료도 천연의 것으로 이들의 구입에도 어려움이 있다.

그래서 최근에는 광물성 그을음 또는 카본블랙 같은 재료를 이용하여 기계로 제작하는 공업먹이 주로 이용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와 함께 장인들도 함께 소멸되며 고유방식에 의한 조묵법은 소멸될 위기에 처에 있다.

따라서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연구로 우리 먹의 재현을 위한 고유 먹의 서지학적 분석, 성분분석, 제묵법 분석, 재료의 특성 분석 등으로 고유 먹의 재현이 반듯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 윤용현 국립중앙과학관 학예연구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