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 담화 “실망과 염려 끼쳐 사과…검찰 수사 수용”

2016-11-04     이득수 기자

[서울=충청일보 이득수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4일 담화를 발표하고 비선실세 최순실의 국정농단 사건에 대해 사과하고 검찰 수사를 수용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국민들 요구의 핵심인 햐야 또는 2선 후퇴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고, ‘책임총리’라고 주장하고 임명한 김병준 신임 총리 후보에게 내정의 전권을 위임한다는 내용을 전혀 없어 실망과 함께 국민 분노를 가라앉히기에 턱없이 부족하다는 비판이 높다.

박 대통령은 이날 담화에서 국민대다수와 정치권이 요구한 검찰 수사를 받으라는 부분은 수용했다.

박 대통령은 “이미 청와대  비서실과 경호실에도 검찰의 수사에 적극 협조하도록 지시했다”면서 “필요하다면 저 역시 검찰의 조사에 성실하게 임할 각오이며 특별검사에 의한 수사까지도 수용하겠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최순실씨에게 국정농단을 (자신의 의지와 관계없이) 허용하게 된 배경을 길게 설명했다. 박 대통령은 “저는 청와대에 들어온 이후 혹여 불미스러운 일이 생기지는 않을까 염려하여 가족 간의 교류마저 끊고 외롭게 지내왔다”면서 “홀로 살면서 챙겨야 할 여러 개인사들을 도와줄 사람조차 마땅치 않아서 오랜 인연을 갖고 있었던 최순실 씨로부터 도움을 받게 되었고, 왕래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어 박 대통령은 “제가 가장 힘들었던 시절에 곁을 지켜주었기 때문에 저 스스로 경계의 담장을 낮추었던 것이 사실”이라면서 “돌이켜 보니 개인적 인연을 믿고 제대로 살피지 못한 나머지 주변사람들에게 엄격하지 못한 결과가 되고 말았다”고 최씨가 국정농단을 하게 된 과정을 언급했다.

그러나 박 대통령은 굿판을 벌였다는 세간의 소문은 부인했다. 박 대통령은 “심지어 제가 사이비 종교에 빠졌다거나 청와대에서 굿을 했다는 이야기까지 나오는데 이는 결코 사실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박 대통령은  “우리나라의 미래 성장 동력을 만들기 위해 정성을 기울여온 국정과제들까지도 모두 비리로 낙인찍히고 있는 현실도 참으로 안타깝다. 일부의 잘못이 있었다고 해도 대한민국의 성장 동력 만큼은 꺼트리지 말아 주실 것을 호소 드린다”며 정치권의 비판에 서운함을 표하기도 했다.

박 대통령은 국민들이 기대했던 2선 후퇴나 신임 김병준 총리 후보에게 전권을 넘기겠다는 가장 중요한 부분을 외면했다. 김 총리 후보자를 이원종 비서실장에 이어 또 다시 ‘바지사장’으로 만드는 격이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박 대통령의 이번 담화에 대해 국민들의 전반적인 반응은 차갑다. 정치권도 크게 미흡하다면서 탄핵을 거론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