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 국회에 공 넘겨… 퇴진 난항 예상

최순실 사태 관련 3차 대국민담화 발표
대통령직 그만둘 시점 결정 등 쉽지 않아
의결정족수 기준 선택도 갑론을박 예상

2016-11-29     이득수 기자

[서울=충청일보 이득수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29일 최순실 국정 농단 사건과 관련해 세 번째 대국민 담화 발표를 통해 모든 것을 내려놓겠다고 하면서도 대통령직 임기 단축을 포함한 진퇴 문제를 국회의 결정에 맡기겠다고 한 것은 국회에 공을 넘긴 것으로 풀이된다.

또 사실상의 하야 선언이나 다름 없는 "모든 것을 내려놓겠다"고 함으로써 촛불 시위가 요구하는 '박근혜 하야하라'를 들어준 모양새이기 때문에 향후 촛불 집회의 향방에도 어떤 형태로든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먼저 내려놓는 시기를 결정하라는 역할을 떠안게 된 국회로서는 혹 떼려다 오히려 혹을 하나 더 붙인 격이 됐다.

하야 요구를 거절하는 박 대통령을 끌어내리기 위해 탄핵심판청구를 추진하던 국회, 특히 야당은 갑자기 상대가 몸을 피해버려 앞으로 엎어질 상황을 맞았다.

국회라는 곳이 수많은 정치 세력들이 모여 있고 다양한 이해관계가 얽혀있는 곳이어서 일사불란한 의사 결정을 이끌어낼 수 있는 곳이 아니기 때문이다.

어떤 절차를 거쳐 어느 시점에 대통령직을 그만둬라(하야 하라)고 결정하는 과정이 지난하다.

우선 대통령에게 통보할 시기와 절차 안(案)이 마련되는 과정부터가 쉽지 않다.

그것이 정해졌다 해도 의결 정족수를 참석 의원 과반수로 할 것이냐 재적 의원 3분의 2로 할 것이냐를 놓고도 갑론을박이 예상된다.

이런 다툼이 불 보듯 뻔하기 때문에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은 "갖은 수단을 가리지 않고 권력을 수성하는 방법을 온몸으로 체험했기에 역시 권력 수성의 귀재"라고 비꼰 것이기도 하다.

이번 박 대통령의 "모든 것을 내려놓겠다"는 발언은 이틀 전인 지난 27일 전직 국무총리 등 정·관계 원로 20여 명이 4월까지 퇴진하라고 한 것과, 같은 날 서청원·윤상현 등 새누리당 친박 의원들이 요구한 명예 퇴진을 수용한 모양새를 띠고 있어 그간의 불통 이미지를 상당히 누그러뜨리는 효과도 갖고 있다.

정치권에선 박 대통령이 발표 전에 친박 핵심 및 새누리 고위 지도부와 교감을 했을 것으로 진단하고 있다.

정진석 원내대표가 담화 직후 탄핵 일정의 원점에서 재검토를 제안하고 싶다고 한 발언은 청와대와 국회가 감응하고 있음을 추측케 한다.

정 원내대표의 말은 대통령이 그만두겠다고 한 건 사실상 하야 요구를 수용한 것이나 다름 없으니 탄핵소추 추진은 상황 진전에 따랴야 한다는 주장이다.

박 대통령의 담화에 대해 청와대 주변에서는 절묘한 신(神)의 한 수를 던진 것이라는 평가인 반면, 야권에선 "자기가 해야 할 일을 왜 국회에 미루냐"는 비판이 동시에 나오고 있어 실제로 탄핵·촛불 정국에 어떤 변화가 일어날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