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도 공범" 성난 촛불민심

탄핵안 발의 불참 與 이어 야권에도 비난
'2일 표결' 무산시킨 국민의당에 분노 폭발
문재인 집회 자유발언, 주최측 의해 취소

2016-12-04     김홍민 기자

[충청일보 김홍민기자]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국회의 탄핵 절차가 지연되면서 '최순실 게이트'로 성난 촛불 민심이 정치권으로 향하고 있다.

1차 타깃은 탄핵안 발의에 참여하지 않은 새누리당이지만 탄핵안을 두고 우왕좌왕했던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등 야권을 향해서도 곱지 않은 시선이 쏟아지고 있다.

지난 3일 전국 각지에서 벌어진 사상 최대 규모 촛불집회에서는 이런 민심의 경고가 고스란히 드러났다.

광주 촛불집회에 참여한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의 경우 애초 무대에 올라가 자유발언을 할 예정이었으나 탄핵 표결 연기에 실망한 주최 측이 정치인의 자유발언을 제한하기로 하면서 무대에 서지 못 했다.

대신 문 전 대표에 대해서는 발언을 듣고 싶다는 시민들의 요청이 이어지면서 사회자와의 인터뷰 형식으로 인사말을 전했다.

'2일 표결'에 찬성하지 않았던 국민의당을 향해서는 한층 강도 높은 불만이 터져나왔다.

대구를 찾은 국민의당 안철수 전 상임대표는 무대 행사를 지켜보던 중 일부 시민들로부터 "안철수 빠져라" 등의 얘기를 들었다.

안 전 대표 주위에 취재진이 몰려들어 시야를 가렸다는 점도 항의의 이유가 됐다.

어수선한 상황이 벌어지자 사회자는 안 전 대표를 향해 "광장의 주인은 안 의원이 아니라 대구 시민"이라며 "국민의당은 흔들리지 말고 박근혜를 탄핵하라"라고 말했다.

박지원 비대위원장 겸 원내대표 역시 거센 항의에 시달렸다.

청계광장에서 국민의당 탄핵 서명운동에 나선 박 비대위원장에게 일부 시민들은 "똑바로 하라", "어떻게 여기에 나올 수 있나"라고 비난했다.

박 비대위원장을 향해서는 항의 전화나 문자도 끊임없이 쇄도했고 결국 박 비대위원장은 전화번호를 변경했다.

야권 내에서는 이같은 촛불민심의 경고를 무겁게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민주당 기동민 원내대변인은 "국회가 대선에 대한 계산으로 탄핵안을 부결시킨다면 대통령과 함께 역사 속으로 퇴장하는 것은 물론이고 어떤 험한 꼴을 당할지 모른다"며 "그건 여도 야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국민의당 박 비대위원장은 "우리는 어떤 경우에도 새누리당의 표는 필요하지만 정체성을 무시하고 국민의당이 새누리와 연대하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라며 여당과의 거리를 유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