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 총장, 중도·보수 통합해 대권 나서야"
[신년인터뷰] 신경식 헌정회장
충청권 결집해 대망론 실현할 기회 <br>급변하는 국제 정세에 대응할 적임자 <bR>분권형 개헌으로 촛불민심 반영해야
[서울=충청일보 김홍민기자] 올해 최대 화두 중 하나는 '조기 대선'이다.
특히 충북 음성 출신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지난달까지의 임기를 마치고 이달 중순 귀국해 대권 행보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면서 '충청대망론' 가능성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신경식 헌정회장은 반 전 총장이 재임 중 방한할 때마다 만났던 주요 인사 중 한명으로 지난해 5월 28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만찬을 함께한 뒤 취재진에게 반 총장의 대권 도전 가능성을 공식 언급해 주목받았다.
구랍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 헌정회관에서 만난 신 회장은 반 전 총장을 위해 조언을 아낌없이 풀어놨다.
-새해 소망은.
"충청권이 빛나는 해가 되길 바란다. 충청도 출신으로서 고향을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앞장서 하겠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으로 국론이 분열되고, 특히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안 가결에 이은 국정 공백과 일부 관료들의 복지부동 등 부작용이 속출했다. 정계 원로로서 정치권이 어떤 역할을 해야 한다고 보는지.
"대통령의 정치적 법적책임을 법에 따라 규명하고 문책하는 것과, 대통령을 대중시위와 정치적 잣대로 물러나게 하는 문제는 중대한 차이가 있다고 본다. 대통령의 과오가 규명 됐을 때에는 헌법 규정대로 국회에서 탄핵하고 헌재에서 판결하는 것이 합법적이고 타당한 정상적 절차다. 나라가 위중할 때 일수록 우리가 그 해법의 준칙으로 삼아야 할 것은 헌법규정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우리 내부의 분열은 곧바로 국가발전의 정체는 물론 자칫 국가안보에 심대한 돌이킬 수 없는 실책을 범하는 지경에 이를 수 있다. 정치권은 헌법을 준수한다는 대원칙을 기준으로, 합헌적이며 고차원의 정치적 대타협을 이룰 때 전국 방방곡곡에서 밝힌 성난 민심의 '촛불'은 대한민국과 우리민족의 밝은 장래를 비추는 '희망의 등불'이 될 것으로 믿는다."
-새해 조기 대선이 예상되면서 임기를 마친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정치적 행보가 최대 관심사로 부상했다. 새누리당과 개혁보수신당, 국민의당에서 반 총장 영입 의지를 밝히고 있는데 반 총장은 어느 쪽을 선택할 것으로 예상하는지, 아울러 그 배경도 설명해 달라.
"반 전 총장이 귀국해 본격적인 대권 행보에 나서면 지지도가 확실히 오를 것으로 예상한다. 그때는 반 전 총장을 후보로 세우는 것을 계기로 친박(친박근혜)계와 비박(비박근혜)계가 다시 화합·단합해야 한다. 비박계가 탈당해 개혁보수신당을 창당했지만 완전히 갈라선 게 아니라 일종의 별거상태라고 본다. 양측의 뿌리는 하나이지 않은가. 특히 개헌을 연결고리로 국민의당과도 연대해 반 전 총장이 통합여당의 후보로 나서고 국민의당이 그를 지지하는 구도가 된다면 '충청대망론'이 현실화 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반 총장의 대권 출마 가능성이 커지면서 지역 일각에서는 "왜 충청권이 조용한지 모르겠다"는 소리가 나오고 있다. 경상이나 호남의 경우 자기 지역 출신이 대권에 나선다면 충청권과 반응이 달랐을 것이란 지적인데, 어떻게 생각하는지.
"예전 이회창 총재가 대권에 도전했을 때보다는 충청도의 열기가 뜨겁다고 생각한다. 그동안 충청출신 대권 후보는 이 총재 정도였다. 이 전 총재는 부모 고향이 충청도이고 그는 초등학교부터 다른 지역에서 생활했기 때문에 사실 충청도민과 스킨십이 약했다. 저는 1997년 15대 대선(김대중 후보 당선) 당시 신한국당 후보 비서실장으로, 2002년 16대 대선(노무현 후보 당선) 때는 한나라당 후보의 대선기획단장으로 각각 이회창 후보를 위해 선거를 치렀는데 충청권이 반응이 약해 원망스럽기까지 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충청권의 관심이 크다. 충청향우회가 주축이 돼 지난해 12월 22일 서울 중구 모 호텔에서 '나라사랑국민총연합'의 발기인총회가 열렸다. 저는 이 모임에 참석해 축사를 했는데 충청권이 이전보다 능동적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것을 피부로 느꼈다. 반 전 총장은 초·중·고교를 충주에서 다녔고, 현재 어머니가 충주에서 거주하는 등 충청도민들과 유대감이 있다. 충청도로서는 정치구도상 앞으로 대선 후보를 내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대선만큼은 충청출신 후보가 대권에 도전해 성과가 있기를 기대한다."
-반 전 총장이 대선에 당선돼야 하는 당위성이 있다면 무엇인가.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가 당선되면서 안보·경제 분야에서 미국의 변화가 예측불허다. 북한은 2017년에 핵 개발을 완성할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은 우리나라의 사드 배치 문제로 대립각을 세우고 있고 일본은 호시탐탐 군사대국의 야욕을 키우며 우리와 영토문제로 갈등을 빚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외교력을 갖춘 사람이 대통령이 돼야 복잡한 대외 문제들을 대비하고 해결할 수 있을 뿐 아니라 통일을 앞당길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아울러 우리나라 경제기반인 수출을 확대하기 위한 교역문제도 대한민국 대통령이 유엔 사무총장 출신이라면 세계 지도자들이 이미 우리 대통령을 잘 알고 있을 테고, 이는 양국 지도자간 신뢰로 이어져 양국 신뢰관계에도 긍정적인 효과로 작용할 것이다. 이외에도 유엔 사무총장을 지내며 터득한 세계정세 분석력도 대한민국 발전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반 전 총장이 대선에서 성공하려면 어떤 전략이 필요한가.
"반 전 총장이 최근 미국에서 충북 국회의원들을 만나 개헌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총선과 대선시기를 맞추기 위해 대통령 임기를 3년으로 단축하는 방안에 대해 '유연한 생각'을 갖고 있고 '개헌은 틀림없이 있어야 한다'는 입장을 표명한 것은 잘한 일이다. 정치권이 4당 체제가 됐는데 각 당이 개헌 추진에 찬성 입장인 반면 더불어민주당 측 유력 대권 후보만 반대하고 있다. 촛불민심은 박 대통령의 탄핵·하야만을 요구한 것이 아니라고 본다. 이제는 제왕적 대통령제를 개선해야 할 시기다. 반 총장이 귀국해 대권 도전을 밝히는 기자회견을 할 경우 '지난 1987년 개헌 이후 30여년이 지나며 시대가 많이 바뀌었으니 분권형 대통령제로 개헌을 추진하겠다'고 공약한다면 각 정당의 러브콜이 이어지고, 국민 지지도 역시 급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 총장은 정당을 가리지 보수·중도를 아울러야 한다. 귀국 후 새누리당 정우택 원내대표, 보수개혁신당의 김무성 유승민 의원,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 박지원 원내대표 등과 회동해 자신의 정치철학을 설명하고 지지를 호소한다면 외면하는 사람을 없을 것으로 판단된다. 이를 계기로 비문(비문재인)공동 전선을 구성하고 보수와 중도층을 통합해야 한다. 반 전 총장이 중도·보수 측 대선 후보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지금은 한 사람의 강력한 리더십이 필요한 때가 아니라 여러 사람의 리더십이 필요한 시기다. 이원집정부제 형식으로 국가 권력 체제를 개선해 외교와 국방은 경험이 풍부한 사람이 대통령을 맡고, 내치는 국무총리가 담당하는 분권형태로 전환해야 한다. 국민들은 한사람이 권력을 독점하는 것을 원치 않는다."
-정운찬 전 국무총리도 대권 도전을 준비 중이고, 안희정 충남지사도 야권 후보로 나서며 충청권의 지지가 분산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정 전 총리를 최근 조찬 모임에서 만났는데 대권 도전 가능성을 부인하지 않았다. 하지만 우리 정치 현실상 정당의 공천 없이 무소속으로 대선에 출마하기는 정말 어렵고 할 수도 없는 실정이다. 어느 정당에도 속하지 않은 정 전 총리 입장에서는 확실한 후보가 있는 더불어민주당의 공천을 받을 수 있는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반 전 총장이 공천을 받아야 할 정당에서 반 전 총장 등과 경선을 해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경선해서 정 전 총리가 이기면 대선에 나갈 수 있지만 실제 경선에서 반 총장을 이길 만한 후보는 정 전 총리를 포함해 없을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특히 역대 경선을 보면 여권에서는 중도에 물러서는 경우도 많았다. 국민의당에서도 당선 가능성이 큰 반 총장을 영입하려 하지 정 전 총리를 받아들이려 하지는 않을 것이다. 안 지사는 민주당에서 문재인 전 대표와 경쟁중인데 최종 후보로 선정된다면 충청권 지지가 분산되겠지만 그런 상황이 될지 판단하기는 이른 시점이다."
◇신경식 헌정회장은.
1938년 청주시 상당구 문의면(옛 청원군)에서 출생했다.
청주고와 고려대 영문과를 졸업하고 대한일보에 입사, 정치부장을 지낸 언론인 출신이다.
이후 정계에 입문, 옛 청원 선거구에서 13대부터 16대까지 내리 4선 국회의원을 지냈다.
김영삼 정부 시절 정무 1장관, 한나라당 사무총장과 새누리당 상임고문 등을 역임했다.
2015년 3월 전직 국회의원들로 이루어진 사단법인 대한민국헌정회의 정기총회에서 2년 임기의 19대 회장으로 당선돼 활동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