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강도 도발이라고 넘어가도 되나?
[충청일보 사설] 북한이 26일 발사체 3발을 쏜 도발 행위에 우리 정부가 너무 안이하게 대응하고 있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또 이 발사체를 놓고 한미 간에 미묘한 시각 차이를 보인 것도 주목된다. 북한이 이날 발사한 3발 중 2발은 고도 50㎞로 250㎞를 날아가 동해상에 떨어졌고, 1발은 발사 직후 공중 폭발했다. 미군 태평양사령부는 “단거리 탄도미사일 발사”라고 판단했다.
반면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발사 직후 열린 국가안전보장회의(NSC) 관련 서면 브리핑을 통해 “현재로서는 개량된 방사포로 추정되나 정확한 특성과 제원에 대해서는 군 당국이 정밀 분석중”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 우리 군은 “북한의 불상 발사체 발사 직후 당시 최대고도와 비행거리, 발사각도 등 제원 만으로 판단했을 때 300㎜ 방사포 또는 불상 단거리 발사체”라고 청와대에 보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군은 한미 간의 공동 분석를 거친 후 북한이 발사각을 지난번 ICBM급 탄도미사일 발사 때의 곧추 세운 ‘고각발사’와는 반대로 ‘저각 발사’했다고 보고 북한이 이날 쏜 발사체가 단거리 탄도미사일일 가능성이 크다고 입장을 수정했다.
더 정밀한 분석이 가해져야 하겠지만 북한의 단거리 발사체를 300㎜ 방사포로 보느냐, 탄도미사일로 보느냐는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방사포라면 북한이 유엔의 제재 결의를 위반한 것이 아닌 것으로 된다. 추가 규제를 거론할 명분이 사라진다.
우리 군이 처음에 북한의 발사체를 소극적으로 규정했다는 부분은 국가안보를 걱정하는 국민들에겐 마뜩잖게 보인다. 미군에선 탄도미사일로 규정하고 대북 압박의 명분을 축적하고 있는데, 당사자인 우리 군이 방사포라고 한 것은 별것 아닌 것처럼 상황을 무마하려는 인상을 준다.
발표하기 전에 미군 측과 충분한 분석과 정보 공유과정을 거쳤느냐는 점도 중요하다. 불쑥 방사포라고 발표해놓고 미군이 탄도미사일이라고 한 이후 입장을 선회한 것은 북 핵·미사일 대응을 놓고 치밀한 한미 공조체제를 유지해야 한다는 차원에서 보면 바람직하지 못하다. 불확실할 경우 적극적인 입장에 서서 대비하는 것이 군이 지향해야 할 유비무환의 태도라고 본다. 국민을 안심시키기 위함이거나, 현 정부의 대북 대화 제의를 염두에 두고 소극적 입장을 취한 것이라면 더욱 비판받아야 한다. 군은 정치집단이 아니다.
청와대가 핵심 관계자를 통해 저강도 도발이라고 결론짓고 이렇다할 강력한 경고나 대비태세 강화 지시 없이 넘어간 것도 너무 한가한 반응이었다. 그나마 문재인 대통령 28일 국방부 핵심정책토의(업무보고) 자리에서 “북한이 선을 넘는 도발을 하거나 수도권을 공격해 올 경우에 즉각 공세적 작전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현대전에 맞는 군 구조개혁을 강력하게 추진해 주기 바란다”며 “우리 군의 기동 능력, 상륙 능력, 공중 투입 능력을 한층 더 높여나가길 바린다”고 언급한 것은 다행스럽다. 다만 대통령의 말과 행동에 어긋남이 없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