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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만희 원장이 평화한약방을 연 것은 1983년이었다.올해로 40년 역사다. 그 긴 시간 동안 그는 늘 공부한다는 자세로 임했다.한의학이란 것이 알면 알수록 더욱 미지의 영역이 생겨나는 것이었다. 한의학 서적을 늘 가까이하고, 늘 생각하고, 늘 환자들을 대함에 소홀함이 없도록 그는 노력했다.“한의학의 장점은 ‘자연식’이라는 것입니다. 모든 만물이 그렇듯, 자연에서 나온 것이 가장 자연스런 것이요, 부작용이 덜한 법이지요. 약초 재료를 써서 면역력을 증진시키는 힘은 모두 자연이 우리에게 준 선물입니다. 서로의 장점이 있는 법, 양방과
김명기 편집인의 오늘 이 사람
김명기 기자
2023.06.28 1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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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땐 참으로 가난했던 시절이었다.누가 잘 살고 누가 못 살고 할 것 없이, 그저 삼시 세 끼 밥이나 건너뛰지 않으면 만족한, 그런 시절이었다.연만희 평화한약방 원장(73)은 1951년 4월 11일 충북 도안면 석곡리 농가에서 9남매 중 막내로 태어났다. 모친 43세에 낳았으니 늦둥이였다.9남매를 건사하는 부모님은 늘 가난에 허덕였다.그 가난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삶, 공부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 등불을 켜면 기름 닳는다는 아버지의 핀잔이 이어졌으니, 그땐 공부를 해서 입신양명하는 청운의 꿈을 키우는 것보다 어떡하면 제 앞가림이나 할
김명기 편집인의 오늘 이 사람
김명기 기자
2023.05.31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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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 같다는 느낌을 받는 건 그의 얼굴이 참 곱기 때문이다.세월의 강이 흐르고 흘러 강산이 아홉 번이나 바뀌면서 그의 얼굴과 어깨와 가슴엔 온갖 세월의 풍파가 고스란히 얹혔을 법도 한데, 그의 얼굴을 보고, 그의 말을 듣고, 거기에 스며있는 심성을 보면 소녀 같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그 느낌은 그에게서 보여지는 모습뿐만 아니라 그의 시를 들여다 볼 때 더욱 그렇다. 계절은 선물봄과 꽃은 어디에서 오는가 / 꽃이 봄을 부르는가 / 봄이 꽃을 피게 하는가 / 고것 참, 알쏭달쏭하다때가 되면 찾아오는 계절 / 누가 봄을 오게 하리오
김명기 편집인의 오늘 이 사람
김명기 기자
2023.03.02 1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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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을 좋은 앵글을 잡기 위해 울고 웃으며 살아온 김운기 사진작가(85)에게 사진은 그의 삶에 내정돼 있던 숙명이었던 듯하다. '충북1호 사진기자'로 충북 언론 발전에 한 축을 담당했던 그의 노고와, '다큐 기록사진'을 개척해 나아가며 한 평생 발품을 팔며 방방곡곡을 누볐던 그의 수고로움은 이젠 그의 서재에 켜켜이 쌓인 방대한 양의 필름으로 남았다.그래서 그는 벌써 팔십 중반 노인인 스스로에게 말하곤 한다.'나는 사진을 위해 태어난 것 같아.'그가 다큐 기록사진에 정열을 바쳤던 이유는 무엇일까. '존재' 때문이라는 대답이다."우리의
김명기 편집인의 오늘 이 사람
김명기 기자
2022.11.30 1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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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4년 윤혁민 작가는 인생의 큰 전환점을 맞는다.당시 '국민 드라마'의 대접을 받은 '꽃피는 팔도강산'을 집필하게 된 것이었다.이를테면, 윤 작가는 이 드라마를 통해 인생 대박이 난 것이었고, 한국 드라마 작가로 새 지평을 연 것이었다.지금도 윤 작가의 집 '몽각산방(夢覺山房)' 벽에는 30여 년 전 한국일보에 게재됐던 '꽃피는 팔도강산' 홍보 포스터가 걸려 있다. 전면 컬러로, '鎔鑛爐처럼 뜨겁고 굳센 繁榮에의 意志와 執念'이라는 홍보 문구가 눈에 띈다. 공전의 히트작 '꽃피는 팔도강산'윤 작가가 집필한 '꽃피는 팔도강산'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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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기 기자
2022.10.26 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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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흔파 작가의 ‘대타’로 방송국 일을 할 수 있다는 것도 감지덕지인데, 그러던 중 원용철씨가 얘길 꺼냈다.“윤혁민씨, 아예 방송국에 매일 출근하시는 게 어때요?”이를테면 일용직에서 반고정직으로 변환되는 것이랄까. 맡게 된 일은 고정 프로그램을 집필하면서 방송국 일을 돕는 객원PD였다. 월급은 없었고, 대신 일정 부분의 금액이 지급되는 직이었다.객원PD가 두 명 있었는데, 그 중 한 명이 그만두어 그 자리로 들어가는 것이었다.당장 막노동으로 식구를 먹여 살려야 했던 그로선 너무나 고마운 제안이었다. 평생 처음 해본 ‘정시 출근’평생
김명기 편집인의 오늘 이 사람
김명기 기자
2022.08.24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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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혁민 극작가(85)는 한국 방송 드라마계의 ‘역사’다. 미수를 앞둔 나이지만 마음은 아직도 청춘이다.1938년 5월 3일 진천생인 그는 이미 청주고등학교 2학년 때 충청일보 신춘문예에 소설 ‘진눈깨비’로 학생부 1등을, 시 ‘제사’로 일반부 1등을 차지하며 문재(文才)를 드러냈다.되돌아 살펴보면 한국 방송계에는 충북 출신의 극작가가 큰 맥을 이루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극작가 1세대로 불리는 한운사 작가(괴산·1923~2009년)를 필두로, ‘꽃피는 팔도강산’으로 당대를 풍미했던 윤혁민 작가(진천·1938년~)와 그 뒤를 이어
김명기 편집인의 오늘 이 사람
김명기 기자
2022.07.27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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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경훈 도예가(47)가 자신의 도자기를 통해 형상화하고자 하는 것은 ‘흔적’이다.삶의 곳곳과 세월의 귀퉁이와 자연의 모습을 담은 흔적은 도자기를 통해 자연스럽게 나타나는 서사(敍事)다. 12년 괴산 연풍생활에서 그는 그 흔적을 담아내려 애썼다. 도자기의 정형화를 넘어서는 것, 기술과 기능적 뛰어남을 넘어서는 것, 그 단초를 그는 흔적에서 찾았다. 연풍에서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은 자연이었고, 그는 자연스럽게 그 자연을 오브제로 했다.특히 느티나무 고목 껍질을 도자기에 재연하고자 했는데, 그것엔 세월의 풍파가 고스란히 담겨 있었기 때문
김명기 편집인의 오늘 이 사람
김명기 기자
2022.06.22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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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 나태주 시인의 '풀꽃' 가운데 공주 봉황산 기슭에 아담하게 자리잡은 '풀꽃문학관'. 대한민국 국민이 가장 사랑하는 시 가운데 하나인 '풀꽃'을 쓴 나태주 시인(78)이 집필하는 공간이다. 왜색풍 고옥(古屋), 적산가옥(敵産家屋)을 공주시에서 제의해 문학관으로 바꾸었다고 한다.작은 체구, 온화한 나 시인의 미소 저편엔 사물을 꿰뚫어보는 맑은 눈빛이 있다. 그걸 나 시인은 직관(直觀)이라고 말한다.사물이나 사물 너머 감각과 정신의 힘으로 섬뜩하게 느끼는 본질에 대한 파악, 그
김명기 편집인의 오늘 이 사람
김명기 기자
2022.02.23 1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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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의면소재지에서 문의성당 언덕빼기를 지나 양성산으로 향하는 등산로 초입을 오르다 오른편으로 돌아가면 아담한 모습을 보이는 낙안재(落雁齋). 김사환 화가(58)가 작업을 하고 있는 공간이다.기러기가 내려앉는 집이란 뜻이다. 기러기는 믿음과 평화의 상징, 그는 좋은 사람들이 찾는 곳이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그렇게 이름을 지었다.2007년 다 쓰러져가는데다 여기 저기 바람이 숭숭 들어오는 허름했던 헛간을 다섯달 동안 고쳐 혼자서 만들었다고 한다. 여기저기 허물어진 벽엔 회덧칠을 하고 틈마다 꼼꼼히 메웠다. 무너진 벽을 보수하고 마루를 깔고
김명기 편집인의 오늘 이 사람
김명기 기자
2022.02.09 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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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도 때도 없이 해야 하는 밤샘작업, 그래도 새벽 5시면 어김없이 일어나 하루를 연다.작업 도구는 항상 옆에 두고 있다. '느낌'이 올 때마다 수시로 작업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것이 그에겐 편하다. 그리고 그것은 일상의 루틴이 됐다.임인호씨(60)는 국가지정 중요무형문화제 101호 금속활자장 기능보유자이다.그가 견지하려는 것은 금속활자장이라는 타이틀 보다 장인의 자세를 가지려는 노력이다.'나는 이 길을 간다. 나에게 이 길은 숙명이요, 천명이다.'그의 삶에 금속활자가 가지고 있는 의미다.윤택한 삶을 원했다면 그는 이 길을 가지 못했
김명기 편집인의 오늘 이 사람
김명기 기자
2022.01.26 15: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