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안전이야기] 동중영 정치학박사·한국경비협회 중앙회장

보이스 피싱(voice phishing)은 취득한 개인정보를 바탕으로 범죄에 사용하는 사기 수법이다. 인터넷, 스마트폰 등의 발달로 음성(voice), 개인정보(private data), 낚시(fishing)를 합친 신조어가 탄생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이메일을 통해 중요 정보를 입력하게 하는 등 소극적인 방법을 통해 개인정보를 취득했다. 현재는 취득한 정보로 범행 대상자에게 전화를 걸어 송금을 요구하는 것은 물론 돈을 수거하러 직접 가는 등 적극적인 수법을 동원한다. 요즘 유행하는 보이스 피싱은 카카오톡 등을 이용한 지인사칭 메신저피싱이다.

최근 발표된 '보이스피싱 피해 현황' 자료를 보면 지인 사칭 메신저 피싱은 2020년 373억에서 2022년 927억원으로 늘었다. 보이스 피싱 범죄는 여러 형태로 발전 중이다. 기술 발달과 맞물려 취득한 많은 정보를 종합해 범죄에 이용한다. 보이스 피싱은 치밀하게 계획하고, 순발력 있게 대응해 감언이설로 피해자를 속여 돈을 갈취하는 융·복합적 지능범죄다. 대담하게 공갈, 협박 등도 일삼는다. 피해자가 보이스 피싱 때문에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경우도 생긴다. 

보이스 피싱 범죄는 상대 정보를 알고 있을 때 높은 성공률을 보인다. 범죄자는 사용자에게 전화를 걸어 정부기관이나 금융기관이라고 속인 뒤 피해자의 주민등록번호, 통장계좌번호, 비밀번호, 신용카드 번호 등을 얻어낸다.

해커가 문자로 스마트폰에 프로그램 설치를 유도해 개인정보를 빼내거나 조작된 발신 번호를 이용해 무작위로 전화를 걸어 피해자에게 계좌이체를 유도하기도 한다. 보이스 피싱 범죄는 세계적으로 남녀노소, 직업을 가리지 않고 일어난다. 과거와 달리 고학력자나 사회 저명인사도 예외는 아니다. 보이스 피싱은 기본적으로 피해자 사생활 정보에 기반을 둔다. 평소에 정보를 많이 노출할수록 보이스 피싱 범죄에 취약해진다. 

현대 사회는 SNS 등 다양한 방식으로 개인정보를 스스로 유출한다. 보이스 피싱 범죄자는 이렇게 유출된 전화번호, 주소, 직업, 부모·자녀 정보, 일정 등을 상세히 파악한 뒤 전화한다. 대출금이 잘못 입금됐다, 통장이 범죄에 이용당했다, 상품권이 도착했다, 자녀가 사고를 당해 급히 돈이 필요하다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피해자를 속인다. 무심코 받은 전화나 문자 한번이 큰 피해로 이어진다. 이미 정보를 알고 있는 상태에서 걸려오는 보이스 피싱을 피하기는 매우 어렵다. 철저한 개인정보 보호만이 보이스 피싱 범죄를 예방하는 지름길이다. 

국민들은 보이스 피싱 범죄로 오랫동안 고통받고 있다. 보이스 피싱은 해마다 진화하고, 새로운 수법을 연구한다. 얼마 전에는 한파 속에 난방비 폭탄으로 어려움을 겪는 서민을 노린 '난방비 지원' 보이스 피싱도 등장했다.

보이스 피싱 범죄가 발생한 뒤에는 피해를 복구하기 어렵다. 사후 처리보다 사전 예방이 중요하다. 보이스피싱은 신뢰가 중요한 현대 사회를 불신의 늪으로 끌어당긴다.

사회적 신뢰가 무너지면 사회 시스템도 붕괴한다. 개인은 보이스 피싱을 예방하기 위해 개인정보유출에 각별히 신경쓰고, 누군가 기관, 지인 등을 사칭할 경우 반드시 의심한다. 근본적으로 전문 해킹 대행 조직을 만들고 이 정도 피해 사례를 발생시키는 보이스 피싱 범죄에 국가 차원의 대대적인 소탕 작전이 필요하다. 국민을 보호하는 일은 국가의 의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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