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안전이야기] 동중영 정치학박사·한국경비협회 중앙회장
민간경비와 공경비의 공통목표는 범죄예방과 국민 안전 수호다. 사회변화에 따라 ‘안전’이라는 공공성이 더욱 중요한 가치로 인식되면서 공경비의 빈틈을 보완하는 민간경비의 역할도 매우 중요해졌다. 이제 민간경비는 사적 영역을 벗어나 공적 영역의 역할로 범위를 확장하는 추세다.
그러나 우리 정부는 국민 안전에 중요한 민간경비를 불합리한 각종 규제로 묶고 있다. 현행 경비업법은 특별한 이유 없이 특수경비업자의 임대업을 막았다. 특수경비업자는 임대업 제한 때문에 건물을 매입해도 공실을 해결하지 못한다. 이는 헌법이 보장한 ‘사유재산권’을 침해한다. 하위법은 상위법에 위배 될 수 없다는 상위법 우선 원칙에도 어긋난다.
장비와 시설 규정도 엉터리다. 실제 현장에서 쓰지 않는 가스분사기를 반드시 보유하도록 규정한다. 가스분사기는 민간경비 역사에서 단 한 번도 사용한 적 없다. 무용지물 취급받는 가스분사기 보유 규정을 폐지한 뒤 현실에 맞게 개선해야 한다. 경비업 허가 시 복장 20벌을 무조건 구비 하도록 강제한 규정 또한 개인 신체 조건을 무시한 비현실적인 규정이다.
경비원 직무교육은 보통 온라인을 이용하거나 현장에서 경비지도사를 통해 진행된다. 하지만 경비업법은 이 같은 상황을 무시한 채 경비업자에게 대규모 경비인력의 교육장을 마련하도록 시설요건으로 명시했다. 경비업자는 시대착오적 규정 때문에 실제로 사용하지 않는 공간을 힘겹게 구해야 한다.
경비원 배치·폐지 신고 역시 불필요한 이중행정에 시달린다. 경비업자 소속 경비원은 배치·폐지 신고 시 범죄경력조회로 확인 가능함에도 범죄경력조회와 성범죄경력조회를 모두 받아야 한다. 이뿐만 아니라 경비원 이직 등을 진행할 때 최근에 조회했더라도 유예 기간 없이 똑같은 과정을 진행한다.
경비업 종사자는 국민 안전에 모든 역량을 쏟아야 할 상황에서 융통성 없는 행정 때문에 업무 과다로 힘을 빼앗긴다. 범죄경력조회로 일원화하고 범죄경력조회 실시 분기에는 조회를 유예하는 등 행정업무 간소화가 필요하다.
이와 달리 빌딩 등 업주가 직접 고용하는 경비원은 소홀히 관리된다. 자격조건 제한 없이 아무런 조회도 하지 않기에 성범죄자 등 전과자가 국민 안전을 지키는 경비업무에 투입된다.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셈이다. 무법지대나 다름없는 직접고용 경비원에 경비업법을 적용해야 한다.
제도개선만큼 새로운 제도를 만드는 일도 필요하다. 경비업무는 부득이하게 많은 충돌을 겪는 직종이다. 경비서비스를 받는 국민에게 생길 수 있는 피해에 대비하고, 경비종사자를 보호하기 위한 공제가입 제도를 의무화해야 한다. 자동차 사고는 위험성 때문에 책임보험을 의무 가입하게 해 운전자를 보호하고, 피해를 보상한다. 경비종사자 공제 의무가입제도 역시 국민이 안전하게 믿고 이용할 수 있게 보장해주는 제도다.
잘못된 제도는 바로 잡아야 한다. 제도는 국민에게 혜택이 돌아가고 관련 산업도 안정적으로 발전하도록 뒷받침하는 방향으로 개선해야 한다. 과도하거나 불합리한 규제는 관련 산업을 고사시킨다. 국민 재산과 생명을 지키는 민간경비 산업이 무너지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전달된다. 어떤 선택이 국민을 위하는지 고민한다면 쉬운 정답을 찾을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