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안전이야기] 동중영 정치학박사 한국경비협회 중앙회장

봄은 축제의 계절이다. 전국 곳곳이 따뜻한 봄 햇살에 피어나는 자연의 선물을 구경하기 위한 상춘객으로 북적인다. 올해는 코로나로 중단됐던 지역축제도 하나둘 다시 열리고 있다. 4년 만에 열린 진해군항제는 450만 명의 인파를 기록했다.

힘든 시간을 견디고 축제를 즐기고자 나온 마음이야 모를 리 없지만, 한편으론 걱정 된다. 직업병일 수도 있다. 그러나 많은 사림이 모이면 언제나 안전사고 발생 위험이 존재한다. 군중을 제대로 통제하지 못하면 심각한 대가를 치른다. 우리는 지난해 매우 가슴 아픈 사고로 경험했다.

우리나라는 현재 ‘혼잡 경비’처럼 전문성을 갖춘 행사관리 인원이 부족한 상황이다. 관련 제도 역시 마련하지 못했다. 대부분 제대로 교육받지 않은 채 임시 투입된 비전문가가 행사나 축제에서 인파를 관리한다. 이들은 현장에서 소극적인 몸짓으로 단순한 수신호를 할 뿐이다. 때론 무관심한 표정으로 제자리에 서있기만 한다.

일본 등 혼잡경비업무를 하는 다른 국가들은 차이점이 있다. 특히 혼잡지역의 경비업무를 수행하는 경비원의 모습은 매우 인상적이었다. 일본 혼잡 경비원은 행사장, 축제 현장에서 마치 여행사 직원처럼 스피커로 크게 소리치거나 팻말을 높이 치켜들어 군중을 유도한다. 경광봉과 호루라기 등 소지한 장비도 적극적으로 활용하면서 큰일이 일어난 듯 쉼없이 경고하고 안내한다.

국내 행사 및 축제 현장도 전문성을 지닌 혼잡 경비원의 안내와 통제가 하루빨리 이루어져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관련제도 개선이 필수적이다. 우선 국회에 계류 중인 교통유도경비원 제도 도입 및 체계적 관리에 관한 사항 등을 담은 ‘경비업법 일부개정법률안’부터 시급히 통과돼야 한다. 혼잡·교통유도경비 제도가 신설되면 체계적으로 육성된 민간 경비원이 각종 다중운집 상황에 투입돼 제 역할을 톡톡히 할 수 있다.

과도한 규제 또한 개선해야 한다. 현행 경비업법은 100명이상 모이는 국제·문화·예술·체육 행사장 등에 경비원을 배치할 경우 48시간 전까지 관할 경찰관서장에게 배치허가를 신청하도록 했다. 경비원은 관할 경찰관서장의 배치허가를 받은 후에야 현장에 투입된다. 이는 통제인원 부족에 시달리는 다중운집 상황의 신속한 대응을 가로막는다. 관련 규제를 폐지하거나 24시간 전까지 배치허가를 받도록 규제를 조금이라도 완화해야 한다.

사고는 예방이 최우선이다. 전문가들은 적절한 군중 관리 시스템을 마련하지 않으면 또 다른 사고를 막을 수 없다고 경고한다. 특히 다중운집 상황의 사고는 큰 인명피해로 이어진다. 지금 아무 일 없다고 안전한 사회일까. 사고 예방을 위한 완벽한 대책이 마련돼야 안전한 사회다.

이미 검증된 혼잡·교통유도경비의 조속한 도입과 규제 개선을 통해 군중밀집 상황에서 발생할지도 모르는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야 한다. 국민 생명과 안전을 위해서는 실패 없는 완벽한 계획을 뜻하는 ‘만전지계(萬全之計)’ 차원의 준비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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