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안전이야기] 동중영 정치학박사·한국경비협회 중앙회장 

'전통'과 '구습'의 차이는 현재 우리 삶에 가치와 의미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 지로  결정된다. 제도 역시 마찬가지다. 누군가 단지 오래됐기 때문에 제도를 바꾸자고 주장한다면 많은 사람들이 동의할 수 없을 것이다. 오래된 제도라도 지금 상황에 가치 있고 필요할 경우 존재해야 한다. 제도는 현실과 동떨어질 때 비로소 개선의 순간을 맞이한다.

이 같은 관점에서 안전을 지키는 경비업은 현실에 맞추어서 많은 제도개선이 필요하다. 현실과 맞지 않은 부분이 크기 때문이다. 먼저 경비원 명부는 경비업무 특성상 집단민원현장 등에 비치 장소가 마땅치 않고, 작성내용에 가족관계·교우관계·재산·보증인 등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가능성과 논란을 일으키는 불필요한 부분까지 기록해야 하고, 일선 담당자에 따라 행정처분 및 과태료 기준을 다르게 적용하는 등 문제점을 오랫동안 지적받고 있다. 

시설·기계·신변보호·특수·호송경비업무에 종사하는 경비원에 대하여 본인 재산, 가족학력, 보증인 재산 등 경비업무 목적에 불필요한 기재사항까지 경비원 명부에 적도록 규정한 개인정보 범위를 경비원 신상 파악 등 업무 목적에 필요한 범위에서 최소화하도록 여러 민원이 제기되고 국가기관에서도 이를 시정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이러한 제도를 포함하여 경찰청에서는 불필요한 제도 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경비업 법령상 경비업체 설립 시 반드시 갖춰야 하는 가스 분사기는 50년 가까운 민간경비허가 이래, 매년 평균 경찰에 배치된 20만명의 경비원이 배치된 현장에서 사용되었다는 소릴 접할 수 없었다. 가스 분사기는 무용지물, 애물단지에 불과함에도 경비원 인원수에 맞게 구비해야 한다. 총포로 분류되어 하나라도 분실하여 시간이 경과되면 허가 취소로 심각한 처분에 해당된다. 업계는 실효성 없는 가스 분사기 구비 대신 현장 대응에 도움 되는 삼단봉 등 효과적인 장비로 대체를 요구하고 있다.
 
특수경비업자의 임대업 제한도 문제다. 특수경비업자는 임대업 제한 때문에 건물을 사도 공실을 막지 못한다. 이는 헌법에서 보장한'사유재산권'을 심각히 침해하는 행위다. 대한민국 헌법은 제23조 1항에서 '모든 국민의 재산권은 보장된다'고 명시했다. 특수경비업자의 겸업을 금지한다는 등의 이유로 사유재산권을 제한한 현행 제도는 너무 과도하다.

좋은 전통은 무수한 세월을 보내도 특정 사회나 문화에서 유지된다. 때론 더욱 중요하게 여긴다. 좋은 제도 역시 오랫동안 사회 문제를 합리적으로 해결하고 시스템의 효율성을 높인다. 문제를 해결하고자 만든 제도가 문제를 일으킨다면 이어가기보단 개선해야 한다. 

제도개선 혜택은 국민에게 돌아간다. 특히 경비업 제도의 합리적인 개선은 수많은 국민 생명과 안전을 지켜주는 결실로 나타난다. 지난 2월 행정안전부는'국민 일상이 안전한 사회'를 목표로'안전제도 개선과제 상시 발굴 추진단'회의를 개최했다. 정부가 진정으로 '국민이 안전한 사회'를 만들고자 노력한다면 지금이라도 국민 안전과 가장 밀접한 경비업 제도개선에 힘 써주길 바란다. 경비업 제도개선이 없다면, 국민 안전도 지키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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