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안전이야기] 동중영 정치학박사·한국경비협회 중앙회장 

5월은 '가정의 달'이다. 어린이날, 어버이날, 스승의 날, 석가탄신일 등을 기념하는 야외 행사도 줄을 잇는다. 5월은 가족 단위 행사가 많아 안전에 더욱 신경 써야 한다. 특히 미래의 주역인 어린이 안전은 반드시 지켜야 한다. 그러나 도로교통공단에서 2013년부터 2022년까지 10년간 교통사고 빅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어린이 교통사고는 5월에 가장 많이 발생했다. 

아이를 키워 본 부모 입장에서 이는 매우 안타까운 일이다. 교통유도경비 제도를 도입했다면 사고를 미리 막을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어린이 교통사고 문제는 일명'민식이법'등으로 처벌을 강화했지만, 처벌보단 예방이 더 중요하다. 등하교 시간대 통학로에 비전문가인 녹색어머니회, 어르신 교통지도인력 등을 세우지 말고 전문 교통유도경비원을 배치해야 한다. 

비전문가의 수신호는 자칫 더 큰 사고를 유발한다. 사고 발생 뒤에도 비전문가의 수신호는 법적 권한을 부여받지 못하기에 피해자가 제대로 된 보상을 받기도 힘들다. 전문 자격 교육과 법적 제도화를 거친 교통유도경비 도입으로 가정을 풍비박산 내는 어린이 교통사고를 줄여야 한다.
 
5월에는 축제와 행사도 다양하게 열린다. 온 가족이 나들이를 나와 계절의 여왕을 만끽한다. 많은 사람이 모인 곳에는 언제나 사고 발생 위험이 존재한다. 모처럼 효도를 위해 부모님을 모시고 나오거나 아이의 행복을 위해 만든 자리라면 안전의 중요성은 더욱 커진다. 

일단 사람이 많은 곳은 목적지 주변 이동로와 탈출로를 파악해야 한다. 팔을 앞뒤로 흔들면서 걸을 수 없거나 떨어진 물건을 다시 줍기 어려운 밀집 지역으론 들어가지 말자. 이미 많은 사람이 몰린 곳에 있을 때는 가슴 앞 공간을 최대한 확보한 상태로 가게 등 대피 가능한 공간에 들어가거나 벽 쪽으로 붙으면서 인파에 휩쓸리지 않도록 한다. 

다중 밀집 지역은 개개인의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그러나 무엇보다 전문가의 체계적인 관리가 반드시 선행돼야 한다. 이 같은 상황에서 필요한 인원이 혼잡경비원이다. 혼잡경비원은 축제, 행사 등 다중 밀집 지역에서 사고예방, 현장대응, 사후조치를 전문적으로 할 수 있다. 

교통유도경비와 혼잡경비는 미국과 일본 등에서 오랫동안 시행해온 검증된 제도다. 교통 선진국은 국가 차원에서 제도를 만든 뒤 관리하고 있다. 미국과 일본 모두 교통유도경비를 도입한 뒤 공사 현장 등에서 교통사고 사망률이 감소했고, 혼잡경비를 도입한 뒤 축제 등 다중 밀집 상황에서 안전사고 발생률이 낮아졌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아직까지 혼잡·교통유도경비 제도를 도입하지 않았다. 교통유도경비 관련 법안은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이다. 우리 가족의 안전을 지켜줄 수 있는 혼잡·교통유도경비 제도가 하루빨리 시행돼야 한다. 

가족은 우리에게 매우 중요한 존재지만, 때론 고마움을 잊고 산다. 안전도 마찬가지다. 평소엔 크게 신경 쓰지 않지만, 사고와 마주칠 때 소중함을 깨닫는다. 가정의 달 5월은 가족의 고마움과 내 주위에서 안전을 위해 애써주는 누군가의 소중함도 함께 생각하는 따뜻한 계절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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