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안전이야기] 동중영 정치학박사·한국경비협회 중앙회장
최근 일부 지자체 축제 현장에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특정 행사 후기에는'축제가 아니라 지옥'이라는 표현도 등장했다. 그동안 코로나로 억눌려 온 국민들이 연휴에 축제나 관광지를 찾았다가 큰 고통을 겪은 상황이다.
문제가 발생한 지자체는 "예상을 뛰어넘는 많은 인파 때문"이라며 교통과 인파 통제에 어려움을 호소했다. 처음 있는 일이라는 뜻의 '초유의 사태'라는 황당한 말도 사과문에 덧붙였다.
우리는 행사 인파를 제대로 통제하지 못했을 때 발생하는 대형 사고의 위험성을 이미 뼈아픈 경험으로 알고 있다. 처음 있는 일이 아니란 얘기다. 비록 사고로 이어지지 않았지만, 충분히 대비해야 했다.
안전관리는 이렇게 까지라는 생각을 할 정도로 매우 보수적인 기준을 잡아야 한다. 과하면 과할수록 좋다. 안전을 책임져야 하는 담당자는 계획단계부터'설마'라는 단어를 가장 경계해야 한다.
이처럼 최근 축제 현장에선 국민 안전을 담보로 위험한 줄타기를 하고 있다. 안전관리가 꼭 필요한 곳에서 안전이 사라지고 있다. 정부는 큰 사고로 이어지기 전에 시급히 대책을 만들어야 한다.
정부는 제도개선을 통해 축제나 행사 안전을 자발적으로 관리하지 못하는 지자체나 단체에게 안전 관리규칙을 반드시 지키도록 해야 한다. 축제나 행사장에 일정 규모 이상의 전문 인력 배치를 법으로 강제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전문적인 교육과 자격을 갖춘 '혼잡·교통유도경비'제도 도입이 꼭 필요하다. 그러나 혼잡·교통유도경비 도입 등 국민 안전을 위한 민간경비 제도개선은 아직도 거북이걸음이다.
경찰도 지난해 이미 다중 행사 안전관리를 위해 혼잡·교통유도 경비 업무를 신설하고 담당 경비원을 육성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를 위한 경찰 대혁신 테스크포스도(TF)도 구성한 바 있다. 혼잡·교통유도경비 제도의 필요성은 충분한 공감대가 형성된 상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관련 법안은 아직도 국회에 계류중이다.
일본은 2001년 발생한 '아카시 압사사건'을 계기로 경비업법을 개정해 '혼잡 경비'를 신설하고 이후 각종 행사에 민간 경비원이 경찰, 공무원과 함께 안전 유지에 나서고 있다. 우리도 지난해 가슴 아픈 사고를 겪었다. 이를 계기로 수많은 목소리를 냈지만, 꼭 필요한 관련 법안 하나 통과되지 못하고 있다.
100명 이상 모이는 국제·문화·예술·체육 행사장 등에 경비원을 배치할 때 48시간 전까지 관할 경찰관서장에게 배치 허가를 신청하도록 한 현행 경비업법의 폐지나 완화도 필요하다. 통제 인원 부족에 시달리는 다중운집 상황의 신속한 대응을 가로막기 때문이다. 이 밖에도 국민 안전을 위협하는 제도의 개선사항은 쌓여있다.
정부와 국회는 대형 사고가 발생하기 전에 그와 관련한 수십 차례의 경미한 사고와 수백 번의 징후들이 반드시 나타난다는 '하인리히 법칙'의 경고를 잊지 말길 바란다. 각종 축제 현장에서 일어나는 경미한 혼란은 경각심을 갖고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 정부와 국회는 더 큰 사고가 발생하기 전에 시급히 제도개선에 힘써주길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