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별칼럼] 박종순 전 복대초 교장·시인

소리도 고운 미동산 수목원! 2001년 개원한 충북 유일의 공립수목원임에도 도민들의 발걸음이 그리 많지는 않은 듯하다. 1593종 31만본의 식물이 계곡의 물소리를 들으며 사람들을 기다리는데 반가운 것은 올해 2월부터 입장료를 받지 않아 관람객이 점차 증가하고 있음이다.

8월의 끝 주일을 보내며 손자 손녀를 데리고 미동산 탐방을 권해보았다. 마침 새로 산 전동 웨건에 두 아가를 태우고 다니기에도 큰 불편이 없기에 가족들도 찬성하였다.

무료입장으로 들어서니 드디어 충북도민으로 주인이 된 듯하고 입구 양쪽에 무궁화 우수 분화 여러 그루가 줄지어 서 있다.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크고 씩씩한 호랑나비 여러 마리가 어디서 왔는지 꽃의 암술머리에 입을 대고 춤을 추며 취해 있는 것이다. 국화인 무궁화에 어울리는 호랑나비들도 기특하여 그 순간을 카메라에 담는다. 꽃과 나비의 조화! 지켜볼수록 아름답고 환상적인 상황에 수목원이 더욱 정답고 사랑스럽다.

여러 모양과 다양한 색깔의 무궁화가 장미꽃 못지않게 아름다운 꽃임을 처음으로 실감하면서 그 곁을 떠날 수가 없다. ‘아침에 호랑나비를 보면 그날 좋은 일이 생긴다’고 사위가 한마디 거든다.

무궁화(無窮花)의 무(無)는 ‘없을 무’, 궁(窮)은 ‘다할 궁’으로 ‘공간이나 시간이 끝이 없음’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무궁화는 목근(木槿) 또는 순화(舜花)로 불리다가 꽃이 오래 피는 특징에 따라 무궁화로 불리게 되었다고 한다.

우수 분화 전시회에서 입상한 어떤 꽃은 꽃잎이 여러 개로 복스럽게 보이는데 꽃잎의 겹침에 따라 홑꽃, 반겹꽃, 겹꽃으로 무궁화의 계통을 구분할 수도 있다고 해설사가 알려준다. 홑꽃은 5개의 꽃잎으로 이루어져 있고 완전한 형태의 암술과 수술을 갖추고 있다. 지름이 약 6~10cm 정도로 꽃 크기도 알맞아 손녀도 손바닥을 대보며 관심을 기울인다.

꽃 색깔도 붉은색, 분홍색, 연분홍색, 보라색, 자주색, 파란색, 흰색 등 다양하니 과연 무궁 무궁 무궁화답다.

꽃은 7월 초부터 10월 중순까지 개화하며 새로 자란 가지의 잎겨드랑이에서 한 송이씩 핀다. 대부분의 품종은 이른 새벽에 꽃이 새로 피었다가 오후에는 오므라들기 시작하고 해질 무렵에는 꽃이 떨어지기를 반복하지만, 반겹꽃이나 겹꽃 계통에 속하는 일부 품종의 경우 2~3일간 피어있기도 한단다.

이번 여름을 보내며 미동산 수목원 탐방 덕에 나라꽃 무궁화에 대해 여러 가지 공부를 했지만 무궁화에게 미안한 마음을 금할 수 없다. 겨우 하루 피었다 동백꽃처럼 툭 떨어지는 아쉬운 낙화를 서러움 없이 무심히 지나쳤으니!

무궁화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 50여 개국에서 심고 가꾸는 인기 있는 관상수로 300종 이상의 품종이 개발되어 자라고 있다니 그 또한 놀랍다.

‘성스러운 땅에서 피어나는 아름다운 꽃’이라는 의미를 간직한 ‘샤론의 장미(Rose of Sharon)’로 일컫고 있음을 볼 때 그 무궁화가 대한민국의 국화로 자리한 것에 역사성과 애국심 그리고 남다른 자긍심도 갖게 된다.

애국가 후렴 ‘무궁화 삼천리 화려강산 / 대한 사람 대한으로 길이 보전하세’에서처럼 지금이 바로 우리 모두가 나라꽃 무궁화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서로 믿고 하나가 되어 탄탄한 대한민국을 다시 세워나가야 할 때라는 생각이 든다.

무궁화! 너에게도 각기 이름이 있음을 하얀빛 ‘원화’ 그리고 분홍빛 ‘칠보’ 이 땅에서 영원히 겨레와 함께 피어 꽃동산을 이룰 것임을 새롭게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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