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별칼럼] 박종순 전 복대초 교장 시인
자연을 찾아가면 공연히 마음이 맑고 밝아진다. 그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놓이고 푸르러 지지만 자연 속에는 수많은 소리들이 깃들어 있기 때문이 아닐까. 무엇보다 산바람 소리, 나무들이 일렁이는 소리, 가장 귀를 열게 하는 것은 ‘또르릉 짹짹’ 이름모를 새소리 들이 무딘 귀를 열어주기 때문이다. 그중에서도 멀리서 달려온 바람에 화답하는 솔바람 소리는 소름이 돋도록 청량하며 선의 세계로 이끌고 간다.
자연이 이토록 귀하고 푸른 소리를 낼 때 사람의 소리 또한 그에 뒤지지는 않기에 다행이다. 다정하고 따듯한 사람의 목소리는 그 곁에 머물고 싶고 누워 잠자고 싶다. 어머니의 목소리가 그러하고 아가의 웃음도 그렇다.
특히 잘 지어진 시에 곡을 붙여 노래할 때 그것은 예술의 경지에 오르게 한다. ‘눈’이라는 시를 쓰고 작곡을 하여 겨울의 정취를 이끌고 첫사랑의 순수함을 더욱 거룩하게 하는 경우가 있어 늘 한번 만나고 싶은 사람이 있다. 그가 2019년에 작사 작곡한 ‘가장 아름다운 노래’라는 명곡을 어리석게도 올 설을 앞두고 처음 알게 되었다.
가장 아름다운 노래 아직 부르지 않았지/오늘 나 초라하고 슬퍼도 지금 멈추지 않을 테요/가장 아름다운 노래 언제나 소중한 나의 꿈이여/내일 찬란하게 빛나리니 지금 끝내지 않을 테요/부딪히고 넘어져도 한걸음 또 한걸음......(하략)
흩어져 지내던 가족이 모여 사랑을 나누는 설 명절! 우리 주위에는 쓸쓸히 명절을 보내야 하는 사람도 많이 보인다. 늘 지나치던 무심천변 빈 벤치에 홀로 앉아 말없이 흘러흘러 가는 물결을 바라보며 떠나간 사람 누군가를 그리는 어떤 노인의 모습이 고즈넉하다. 가슴에 미여 가장 아름다운 노래를 전해주며 스스로의 마음도 달래본 적이 있다. 생명을 지닌 모든 존재는 의식주가 해결되어도 사랑이 필요한 것이다. 사랑 나눔은 인간의 속성이며 그것만이 삶을 완성한다.
또 하나는 ‘우리의 사랑이 필요한 거죠’라는 아름답고 애틋한 노래가 있다. 오래전 노래로 그냥 흘려듣고 말았는데 설을 맞아 대통령실 1층 정현관에서 ‘따뜻한 손’ 합창단이 대통령과 함께 대국민 설 메시지를 노래로 들려준 것이다. 국내외 여러 난제로 바쁜 대통령이 직원들과 한 자리에서 노래를 했다는 자체가 놀랍고 아름다워 눈을 떼지 못하였다. 바쁜 틈을 내 서로 위로받고 하나되는 것에 합창만한 가치도 없다. 비서실장이 단장을 맡고 있는 ‘따뜻한 손’은 지난해 11월에 대통령실 비서실, 안보실, 경호처 직원들로 구성된 합창단인데 어쩌면 단원 하나하나 표정이 밝고 하모니도 잘 맞아 모두 천사처럼 보여서 몇 번이나 시청하며 자랑스러움과 흐뭇함을 느끼게 되었다.
나에게도 가장 아름다운 노래가 없지는 않다. 현직에 있을 때 아이들과 선생님들과 20명 정도로 합창단을 만들어 ‘파란 마음 하얀 마음’과 ‘사랑하는 마음’을 노래한 추억이 있다. 그들이 내준 아름다운 하모니는 다소 서툴러도 가끔 외로워진 내 생을 위로해준다. 벌써 10여 년 전이니 기타를 치던 아이들도 중고생이 되었을 것이고 선생님들도 중견이 되어 각자의 위치에서 시간을 사랑하고 있을 것이다
이처럼 노래는 시들지 않는다. 희망찬 새봄을 맞아 각자 부르는 노래가 가장 아름다운 노래가 되었으면 싶다. 특히 함께 노래 불러준 대통령실 합창단원들에게 만날 수 없지만 자랑스럽고 잘했다는 따듯한 격려를 전하고 싶다.
우리가 저마다 힘에 겨운 인생의 무게로 넘어질 때/그 순간이 바로 우리들의 사랑이 필요한 거죠/때론 내가 혼자뿐이라고 느낀 적이 있었죠/생각하면 그 어느 순간에 하늘만은 같이 있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