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병익칼럼] 오병익 전 충청북도단재교육연수원장·아동문학가
“괜찮아, 잘하려다 그런 거면” 초등학교 4학년 적, 동네서 하나밖에 없는 자전거를 집에서 몰래 끌고 나가 발판을 부러뜨렸다. 눈물 찔끔거리며 아버지께 이실직고할 때 들었던 말씀이다. 4·10 총선 중 왜 툭하면 ‘초등학교 반장 뽑기도 아닌데’ 얼토당토 않은 비유를 했을까. 요즘 학교의 반장 선거 참관해 봤나, 민주주의 꽃 그대로다. 오히려 그 아이들 같으면 지금보다 훨씬 공정하고 깔끔할 텐데. 총선이 끝났지만 꽃그늘 아래 이빨 드러내고 함부로 웃을 수 없는 껄끄러운 봄날도 있었나 싶다.
◇ 자기화해
네거티브·샤이보수·가짜에 ‘무상 시리즈, 심판’ 등 후안무치(厚顔無恥)까지 오롯이 인내로 견뎌야했던 국민만 측은하다. 암튼 복수혈전도 의뭉스런 갑질(패거리·들러리·먹이사슬)은 먹혔다. 거기다 팔뚝크기 비례대표 투표용지에 유권자는 더럭 겁이 났다. 마침내 충북지역 8개 선거구 중 청주지역 당선자 4명 모두 새내기다. 역대 총선 가운데 이번처럼 반전 드라마도 드물다. “모모는 철부지 모모는 무지개~ 모모는 외로운 그림자~”(모모) 노랫말처럼, 선거란 정말 묘해서 당선자, 낙선자를 묶어 난도질하고 망가진 운명쯤 어디 한 둘이랴. 당·낙자 모두를 향해 큰 과제를 던졌다. 먼저 자신과 화해할 용기와 지혜가 필요하다.
혹자는 아직 자기중심적 게거품을 물지만 표밭처럼 무서운 비수는 없다. 필자의 아버지가 살아계셨더라면 ‘어쩌다 잘못 선택했을지언정 살면서 다 잘하려고 그런 걸 갖고…’ 위로 말씀쯤 전하셨을 터, 당선은 곧 국민을 잘 섬기라는 4년짜리 ‘심부름 꾼’일 뿐, 특권에 맛 들거나 이권유착에 빠지다 보면 “모모는 외로운 방랑자…” 정치인 누구 짝 날 수 있다.
◇ 더 사랑하라
여당인 국민의힘 108석은 ‘참패(참담할 만큼 일방적으로 패배하거나 실패)’다. 충격적이다. 선거 다음날,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물러났고 총리는 물론 대통령 비서실장·정책실장 등 수석비서관급 이상 참모진도 덩달아 ‘통촉하여 주십시오’ 딜레마에 빠졌다. 환골탈태가 절실하다. 심지어 별별 이유를 달아 모모씨 까지 하마평은 무성했다. 일단 비서실장(정진석) 인선부터 끝냈다. 괜시리 헛물 켠 사람 많았겠다. 총리는 국회인준 관계로 더 어려운가 보다. 인물난일까. 착각에 빠진 정부도 그렇고 진짜 필요할 땐 끽소리 못하더니 금세 삐딱선을 타는 뱃사공도 쌔버렸다.
2년 뒤 지선과 그 다음 대선 등 미래권력의 착시인가. 벼랑 끝 정치다. “이 나이 먹도록 세상을 잘 모르나 보다 / 진심을 다해도 나에게 상처를 주네~ / 사람은 보여도 마음은 보이지 않아 / 이 나이 되어서 그래도 당신을 만나서~”(고맙소, 조항조 노래)는 살아가면서 힘들고 지칠 때 내편이 되어준 배우자에 대한 고마움을 표현한 곡이다.
국정운영의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영수회담, 바로 소통 강화다. 큰 성과 생각 말고 일단 만나면 감정에 변화를 부른다. 첫째, 둘째, 셋째, 합의문 만들어 사랑하는 것 봤나. 잠시 식었다고 심드렁하게 퉁 친다면 ‘진짜 사랑’은 맥 빠진다. 정치나 사랑이나 타이밍과 감성에 달렸다. 행여 너무 절절한 사랑을 하려다 상처를 받았다면 뼈아픈 당부로 새겨 듣고 치열하게 답을 구하기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