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안전이야기] 동중영 정치학박사·한국경비협회 중앙회장

학교에서의 학생들을 전담하는 교사와 특정한 과목만을 가르치는 강사를 포괄하여 한 사람을 가르쳐 인도하는 사람을 ‘스승님’이라 부른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스승을 가벼이 여긴 적은 없었다. 나라의 주인인 군주도 낳고 기른 부모와 같은 격으로 군사부일체를 강조했다.

그러나 지금의 스승은 민원에 시달려 기피 직업군으로 전락했다. 교사들은 휴대전화와 모바일 메신저를 통해 시도 때도 없이 학부모 민원에 시달리며, 수업 방해나 폭력 학생을 제지했다가 아동학대죄로 고소당하는 사례가 뉴스에 보도되기도 했다. 칭찬스티커를 회수했다는 이유로 정서적 학대 행위로 신고당하는 등 학부모 ‘갑’질을 가능하게 한 현재의 잘못된 제도가 교사들을 벼랑 끝에 서 있게 했다. 학교를 가장 잘 아는 교사가 현장에서 다툼을 말리고 잘못을 지적함에도 민원에 의해 ‘아동학대’가 될 뿐이다.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 교사의 꿈을 포기하게 되는 사람들도 많아지고, 더 나아가 점점 교육의 질은 떨어지게 될 것이다.

무단으로 학교에 들어온 한 침입자는 학창 시절 선생님을 흉기로 피습하였다. 한 초등학교 교사는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를 계기로 ‘교권 회복’을 외치는 교사들의 목소리가 전국에서 들불처럼 번지고 있다. 국회 앞에서 열린 추모 집회에서 법률개정을 통한 해결책을 촉구하였으나,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최근에만 현직 교사가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사례는 계속 발생하고 있다. 제도적으로 이에 대한 대처 방안을 마련하지 않으면 그 피해는 증가할 것이다.

스승은 날은 이제는 찾아오는 제자들을 피하는 날이 되어 버렸다. 스승의 은혜는 하늘 같다고 했다. 하지만 요즘 교육 현장은 예전처럼 스승을 향한 존경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일타 강사가 존경의 대상으로 바뀌고, 학교에서 교사 인권은 이미 날개 없이 추락한 지 오래다. 오죽하면 ‘스승의 날’을 폐지하고, ‘교사 인권의 날’을 새로 제정하자는 의견이 많다.

출생률의 저하로 가정은 자녀 중심으로 바뀌었다. 다만 주변을 살피지 아니하고 ‘내 자녀만’을 우선으로 생각하는 비정상적인 학부모로서의 행동이 문제다. 물론 어느 부모에게나 자녀를 가장 소중하게 생각하는 마음은 불변의 진리다. 그러나 다른 사람을 불편하게 만들거나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만들 정도로 억압을 한다는 것은 범죄행위나 다름없다.

인권은 보편적이고 절대적인 인간의 권리이다. 교사 또한 직업 이전에 사람답게 살 권리를 지닌 인간이다. 학생 인권이 중요하듯, 교사 인권도 소중하다. 학교에서 타인의 인권 보호와 존중을 배우지 못하는 사회가 과연 건강할지 의문이다. 교육 정책은 교사와 학생 인권을 함께 존중하는 방향으로 제도가 개선되어야 한다. 어느 한쪽에 치우치다 보면 제대로 된 교육이 될 수 없다.

학교와 학생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은 교사이다. 교사는 학생들의 행동을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보고 있다. 특히 유치원, 초등학교는 담임교사가 가장 많이 알고 있다. 그러므로 교사에게 책임만 주어진 것이 아니라 훈육에 대한 권한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학교 외부의 경찰이 출입하기보다는, 자체적으로 학교에서 해결할 수 있도록 교사에게 학교폭력에 대한 수사권을 주어야 한다.

우선 이런 방침이 제대로 이루어지려면 교사에게 주어진 교육 외 과도한 행정업무를 덜어주어야 한다. 더는 교사들이 사표를 제출하여 교직을 떠나게 하고, 지원자가 줄어들어 유능한 지원자들이 교육계를 등지게 해서는 안 된다. 이는 교육의 질 저하로 이어진다. 교사가 다시 인기 있고 존경받는 직종이 될 수 있도록 국가는 정책 개정에 힘써야 한다. 그래야 우리 아이들이 똑똑하고 현명한 선생님으로부터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으며, 이는 장기적으로 국가의 희망을 기르는 일이다.

교육은 백 년 앞을 내다보는 큰 계획이라는 ‘백년대계’라고도 불린다. 교육을 통한 인재 양성은 국가와 지역 발전의 초석이다. 국가의 대들보인 교육이 무너지면 나라의 미래도 없다. 교육 현장을 가장 잘 아는 교사들의 의견을 가장 많이 반영하여 정책을 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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