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병익칼럼] 오병익 전 충청북도단재교육연수원장·아동문학가
국회가 22대 문패(5월30일)를 달았다. 짐을 싸고 새로 들이거나 머무는 전·현 의원들 표정은 사뭇 달랐다. 원내 과반(175석)을 차지한 더불어민주당과 힘겹게 개헌저지선(108석)에 그친 국민의힘 등 300명 의원들 가운데 3선 이상 중진 의원은 54명이다. 반면 충북의 경우 지역구 의원 8명 중 50%가 물갈이됐다. 청주지역 4명 모두 새내기다. 벌써부터 등원 축하보다 중앙 정치무대에서 얼마큼 지역 해결사로 선방하며 민심·실리를 챙길 수 있을까 걱정 반 설렘 반이다. 하기야 중진이라고 만사 ok는 아니다. 때 묻지 않은 신입 얼마나 참신한가. 의원끼리 아직 통성명도 못 나눴는데 18개 상임위원장 자리를 놓고 좀처럼 의견 접근이 이뤄지지 않는 상황이다. 입법·협치보다 '잿밥'이 첫 수업일 테다.
◇ 혁신의 초점
국회의원은 임기 동안 80여 개 특권을 누린다. 1억 5500만원 연봉(세계 네 번째)에 보좌관 6명이 있다. 관리업무수당과 명절휴가비도 받는다. 교섭단체 대표나 상임위원장·특별위원장의 경우 특활비는 따로다. 누군들 그런 겹겹 호사 자릴 마다하겠나.
새벽부터 자기 차에 기름때며 하루 수천km 누빈 택배 기사의 박봉을 아는가. 이장 수당을 꼬박 모아 수년째 독거노인 돕기·경로잔치 등 마을 발전에 앞장서는 20년 째 내 고향 이장과 비교하면 기절급 대박이다. 한데 국회 몇몇 의원들은 ‘정치헌금’으로 위장해 구린 돈(봉투·다발)을 챙겼다.
그래놓고 ‘혁신’에 목숨 건 듯 배수진을 쳤다. “1.낡은 것을 고쳐서 아주 새롭게 함 2.바뀌거나 아주 새롭게 되다” 우리말 대사전 의미와 달리 제 살을 잘라 새 살을 키워 낼 각오도 희망도 잊은 채 좌표마저 쪼그라들고 있다. 변화는커녕 “정당한 문제 제기조차 싹을 잘라 배신자 걱정에 여야 사적 교류를 줄였다.”(박용진 전 국회의원) 함께 떵떵거렸던 어제의 동지가 오늘은 철천지원수다. “세상이 다 니꺼냐?” 이외수 님의 외침처럼 22대 국회의원후보자 공천·전반기 국회의장·상임위원장 선출까지 한사코 진골(바로 무덤) 타령 아녔나.
◇ 수박을 이기는 복숭아
야당 독주 법안들이 쏟아져 대통령의 거부권을 무력화시킬 특별 법안 및 특검 등, 기류가 강하다. 다수 의석수 힘이랄까. 하지만 아무리 금세 큰 변화를 전제한 칼날이라도 제 끄나풀에겐 예외라면 문제다. 강함이 유연함을 이길 수 없다. 당장의 분위기를 내 꺼로 착각해선 안 된다. 다행스럽게도 초등교사 출신 백승아 의원이 “무너진 공교육과 교권 살리기에 앞장서겠다”며 교육계의 샛별로 떴다. 최근 발생한 사건 사고를 몸소 겪은 그다. “정치기본권이야말로 진정한 교권회복 지렛대”란 다부진 포부 (괴로운 교육 환경을 행복 학교로)를 밝혀 미더움을 샀다.
충북권 당선인들 또한 개원 전 도지사·청주시장·지역구민과 만나 공약 재점검 등, 과제를 챙겼다. 일단 예습 출발부터 신선하다. 변화없는 생존은 어렵다. 특히 새내기 의원에겐 고작 ‘거수기 역할’로 적응하는 게 도리라니 그따위 국회 관행은 반드시 깨라. 첫 술에 배부를까만 지레 푸념도 마라. “어떤 것은 버렸을 때만 가질 수 있고 / 어떤 것은 비워내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정끝별, ‘사막거북’ 일부) 주눅 들지 말고 언제든 당당하게 우리 지역 금배지다운 이미지 제고를 당부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