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안전이야기] 동중영 정치학박사·한국경비협회 중앙회장

지난해에는 기후 변화로 인한 국지적인 호우가 늘어나 침수 사고가 재작년보다 40%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상 전문가들은 지구 온난화 때문에 높아진 북극과 동부시베리아 지역 기온 영향으로 한반도에 국지성 집중호우 역시 빈번히 발생한다고 말한다.

소방청에 따르면 지난 2023년 침수 관련 구조 건수는 2558건으로 집계됐으며, 이는 2022년 대비 39.6% 증가, 5년 전 294건에 비해 8.7배 많아진 수치이다. 전국적으로 지자체 차원에서 여름철 집중호우에 대비하여 현장 점검을 나가는 등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최근 3년간 침수 사고와 계곡·급류 사고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침수 사고 건수는 전년 대비 약 1.4배, 계곡·급류 사고는 약 1.5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매년 사고는 발생하지만, 지난해 여름은 호우로 인한 비 피해가 유독 컸다. 특히 경북 지역에서는 집중적인 호우로 인해 산사태가 일어나 인명 피해가 발생하기도 했다. 올해도 경북지역의 피해가 컸다.

낮은 곳은 집중호우에 순식간에 침수될 수 있다. 반지하 주택 같은 지하공간에서는 물이 하수구에서 역류하거나 바닥에 차오르는 등 침수 피해가 더욱 커질 수 있다. 이때 외부 수심이 무릎 이상(50cm) 높아지면 혼자서는 문을 열기 어려우므로 그 전에 빨리 탈출해야 한다. 그러나 이를 판단하기가 쉽지 않다.

비가 많이 온다는 예보가 있다면 지하에서 신속히 대피하거나 지하에 진입하지 않아야 한다. 불어난 계곡물에 의해 고립되는 경우가 많은데 무리하게 이동할 경우 물살이 세서 휩쓸릴 수 있으므로 119에 신고한 뒤 안전한 곳에서 기다리는 것이 가장 좋다. 또한 비 예보가 있다면 야영과 캠핑 등 야외 활동을 자제해야 하며, 만약 예상치 못한 비에 계곡물이 급격히 불어날 경우 무리해서 이동해서는 안 된다.

지하 주차장은 배수 용량이 작아 지상보다 빠르게 물이 차고, 입구가 좁아 구조나 대피도 어려워 집중호우 발생 시 더욱 위험하다. 만일 물이 지하 주차장 경사로에 밀려오기 시작할 경우 차량은 수압으로 인해 이동이 어려우므로 이럴 땐 차라리 차량을 포기하고 신속히 대피하는 쪽이 안전하다. 특히 집중호우에 상태를 확인하거나 차량을 다른 곳으로 옮기고자 지하주차장으로 내려가는 행동은 피해야 한다.

정부와 지자체는 해마다 반복되는 집중호우 사고에서 특히, 인명 피해 예방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지난해 지하차도 침수 사고와 같은 사례를 또 만들지 않기 위해, 정부 측에서는 호우 시 차량이 홍수경보 발령 지점이나 댐 방류 경보지점 부근을 진입한 경우 운전자에게 네비게이션으로 위험함을 알리는 알림 서비스를 만들었다고 한다. 이를 통해 운전자들은 미리 대비하여 주변지역을 피할 수 있다. 갑작스러운 폭우로 침수사고가 잦아지고 있는 만큼, 국민의 생명과 재산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다방면으로 더욱 노력해야 한다.

전국적으로 침수 우려 반지하주택이나 공동주택의 지하주차장 입구도 물막이 시설 설치가 의무화돼야 한다. 침수 방지 시설과 더불어 지하주차장 배수시설 기준을 집중호우를 기준으로 하는 시설개선을 하는 등 현실을 반영한 제도를 추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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