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단상] 윤한솔 홍익불교대학 철학교수 

서로 사랑하고 아끼던 가난한 남녀가 오랫동안의 교제 끝에 드디어 결혼하게 되었다. 첫날밤 신랑은 신부에게 말했다. “당신이 갖고 싶은 것, 하고 싶은 것에 차례를 매겨 이 종이에 적어 달라. 나는 기어코 실현해 보일 테니까….”

사랑하는 아내의 바람을 적은 한 장의 종이를 그는 아침에 일어났을 때에도 밤에 잠을 자기 전에도 보고 또 보면서 마음속에 그리는 심상(心像)으로써 심어 놓은 것이다. 이리하여 그는 아내의 희망을 하나씩 하나씩 꾸준하게 실현시켜 갔다고 한다.

‘심안(心眼)의 영상’이란 무서운 것. 끊임없이 되풀이하여 마음속에 자기가 이루고 싶은 상황을 그리면서 그 실현을 위해 기도하고 노력하면 언젠가는 그 꿈이 실현된다. 라틴의 격언에 “갖는다고 믿으라. 그러면 갖게 된다.”는 것이 있다. 성경에 “문을 두드리라. 그러면 열어 주실 것이다.”라는 구절도 있다.

무릇 신념이야말로 숙원을 달성시켜 주는 원동력이 되어 주는 것이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은 그저 막연하게 저것이 갖고 싶다. 저렇게 되고 싶다고 생각할 뿐 마음의 눈에 영상으로서 뚜렷하게 부각시키지는 못하기 때문에 자기의 꿈을 실현시키지 못한다.

신념이란 잠재의식과 현재의식의 양쪽에 명확하게 부각시킨 영상인 것이다. 무의식으로 하여금 활동하게 하는 암시의 힘, 의지의 힘, 이성의 힘을 총동원한 것이다. 신념은 사람을 움직인다. 그리고 다른 사람에게 커다란 영향을 미친다. 신념을 가지고 “하자!”하고 결의한 사람에게는 반드시 이해해주는 사람이 나타나고 협력자가 나서는 법이다.

어느 사장은 입사식(入社式)에서 반드시 자기 회사의 경영이념과 경영방침을 설명한다. 30분 정도 열과 성을 다해 설명한 다음 돌연 “문을 열라!”고 명령한다. 그리고는 “이제부터 10분간 문을 열어 놓겠으니 내가 말한 바에 공감할 수 없는 사람은 나가달라. 그런 사람과는 같이 일할 수 없으므로 지금 나가는 것이 본인을 위해서나 회사를 위해서나 득이 된다.”고 선언한다고 한다.

“우리 회사에 들어온 이상 우리 회사의 사고방식, 행동철학에 공명하지 않는다는 것은 죄악”이라고 말하는 사장도 있다. 경영자라면 이러한 신념과 신념에 뒷받침된 경영이념, 경영방침을 갖지 않으면 안 된다. 그리고 그 이념을 종업원을 통해 실현시켜 나가는 것이 경영인 것이다. 이러한 사업관을 갖고 있는 사람의 주변에는 반드시 유능한 공명자, 좋은 협력자가 모이는 법이다. 이 경영이념을 슬로건으로 응축하여 사원 한 사람, 한 사람의 마음의 영상에 부각시킬 수 있다면 반드시 회사의 번영을 약속하는 결속은 형성된다. 신념이야말로 모든 바람을 실현시켜 주는 기폭제(起爆劑)인 것이다.

고 박정희 정권 때의 이야기다. 한국을 방문할 미국 대통령이 공항에 잔디가 깔려 있으면 갈 것이고 깔려 있지 않으면 안 가겠노라고 했다. 이에 박정희 대통령은 그룹 총수들을 불러모아놓고 어찌하면 좋겠느냐고 의논을 했다. 때가 엄동설한 1월인데 어찌 잔디를 심을 수 있겠는가 라고 그룹 총수들 모두 불가함을 대통령께 말씀 드렸다. 이때 현대그룹 정주영 회장이 제가 하겠습니다. 라고 했다. 이 말을 들은 모든 총수들은 미치지 않고서 어찌 저런 약속을 할 수 있단 말인가. 모두가 다 의아해했다.

사무실로 돌아온 정주영 회장은 바로 임원 회의를 개최하고 상황 설명을 하고 방법을 찾아보자고 했다. 이 말을 들은 임원들은 한마디로 다 불가하다고 한다. 이때 정주영 회장의 말은 “자네들 하려고는 해봤어! 알았으니 다들 돌아가!” 정주영 회장은 며칠 고민 끝에 대통령에게 헬리콥터를 빌려 부산으로 내려갔다. 그런데 그때 헬리콥터에서 밑을 내려 보다가 파랗게 깔려있는 잔디를 보게 되었다. 그것은 잔디가 아닌 보리싹 밭이었다. 바로 저거구나 하고 보리를 캐다가 공항에 깔았던 것이다. 이 이야기는 정주영 회장의 자서전에 나오는 아주 유명한 이야기다. 하려고 하는 뜻이 있으면 마음에 영상이 그려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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