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안전이야기] 동중영 정치학박사·한국경비협회 중앙회장

혼잡한 길에서 막히는 도로를 해결하기 위해 교통 유도를 돕다가 피해를 보는 사례가 종종 있다. 작년 11월 고속도로에서 교통사고를 수습하던 민자 고속도로 직원이 차량에 숨지는 사고가 있었다. 작년 5월에는 경기 이천시 한 공장에서 교통정리를 하던 협력업체 직원이 통근버스에 치여 중상을 입고 병원으로 이송되었다. 또한 지난 2021년 광주에서 건설 공사 현장에 있던 안전 유도원이 주차 중이던 대형 차량에 치여 숨지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이러한 사고는 누구한테 벌어지더라도 가슴 아픈 일이다. 하지만 경찰관이 이러한 사고로 사망하였을 경우 순직 처리가 되지만 그 외에는 별다른 보상을 받을 수 없다는 게 현실이다. 그리고 후자의 경우에는 교통 유도 경비업무에 종사도 포함되어 있다.

2025년 1월 31일부터는 혼잡·교통유도 경비업무가 시행된다. 해당 업무가 이루어질 각종 공사 현장, 도로를 점유하는 대형 행사장 및 옥외집회 현장은 앞서 말한 사례와 같이 교통사고 위험성이 높다. 그럼에도 차량이나 보행자의 사고 발생 시 이를 배상하는 제도가 의무화로 도입되지 않은 상태이다.

국민이 대다수의 고객인 민간 경비업체에서는 경비 및 경호업무 등을 수행 중에 경비원의 고의 또는 과실, 업무 미숙 등으로 인해 피해가 발생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지난 2022년 전북의 한 민물고기 양식장이 무인경비업체의 과실로 양식하던 물고기가 집단 폐사해 몇천만 원이 넘는 손해를 보아 생계 위기에 처했다고 알려졌다. 또한 지난 7월 서울 여의도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 이중 주차된 입주자의 차량을 이동시키던 경비원이 주차장에 세워져 있던 다른 차량 12대를 잇달아 들이받는 사고가 발생했다. 차량 소유주와 경비원은 급발진 가능성을 주장하고 있어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경비원이 책임을 져야 하는 경우 수리비 등으로 많은 비용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행법으로 이와 같은 사고가 실제 손해배상까지 이어지기 어렵다. 영세한 경비업자의 재원 사정 때문에 손해배상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이는 곧 민간 경비수요자인 국민의 피해로 이어진다. 값비싼 특정 보증보험만으론 국민 피해를 오롯이 보상하기 어렵다

이와 같은 문제점을 해결하려면 민간 경비업무 관련하여 손해배상 시 책임을 보장하는 공제조합이 필요하다. 경비업 관련 공제조합이 생겨 경비업체의 가입을 의무화하면 일반인의 피해 발생 시 이에 대한 피해보상을 보장할 수 있고 이를 통해 경비업체도 유지할 수 있다. 또한 혼잡·교통경비업무가 신설되면서 발생하게 될 추가적인 문제와 피해에 대해서도 대비할 수 있을 것이다. 이처럼 국민이 생명과 안전을 민간경비에 믿고 맡기며 피해 발생 시 보상받을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다만 민간경비업계와 국민의 안전은 국가의 제도적 뒷받침과 공경비·민간경비의 협업 없이는 지킬 수 없다. 발전하는 첨단 보안기술과 함께 민간경비를 이용하는 국민이나 업체의 종사자도 심리적 안정 속에서 종사할 수 있도록 경비업체에 배상 책임보험을 의무적으로 가입하는 시스템을 도입하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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