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안전이야기] 동중영 정치학박사·한국경비협회 중앙회장

최근 부천 호텔 화재 이후로, 고층 건물 화재에 대한 국민의 불안감이 커졌다. 화재의 발생 원인은 다양하다. 여름철의 경우에는 냉방기 등 전력을 과다하게 사용하는 것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호텔 같은 경우가 아니더라도, 고층의 건물 화재는 아파트, 사무실, 상가 등에서 언제나 누구든 마주할 수 있다. 특히 취침 중에 발생하면 피해가 더 크다는 것이다. 최근 3년간 전국에서 발생한 아파트 화재는 8천 2백여 건에, 사상자는 1075명이다. 사상자의 40%가 대피하다가 발생하였다. 고층 건물이 대표적인 거주 형태가 된 만큼, 아파트, 빌라, 숙박 시설 등 고층 건물에서 불이 났을 때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미리 숙지해 두는 것이 생명을 지키는 길이다.

고층 화재를 대비하여 자주 접해보지 않은 완강기 사용 방법을 미리 경험해 보는 것도 필요하다. 현행법상 완강기는 모든 건물 3층부터 10층까지 층마다 설치해야 한다. 숙박 시설의 경우는 객실마다 비치되어 있어야 한다. 그러나 창가 쪽으로 설치된 완강기가 어디에 있는지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완강기는 사용 방법이 어렵지 않고, 부상 발생이 낮은 탈출 도구이다. 복도 등을 이용한 정상적인 대피가 불가능한 상황이라면, 우선 당황하지 말고 완강기 함에서 속도조절기와 벨트를 꺼낸 뒤, 지지대 고리에 속도조절기의 후크(쇠고리)를 걸고 나사를 조인다. 이후 지지대 고리를 창밖으로 돌리고 줄이 감겨있는 릴을 창밖으로 던진다. 완강기 벨트는 겨드랑이 바로 밑에 착용하고, 다리부터 밖으로 내민 뒤 벽을 바라보면서 천천히 내려온다. 이때 완강기 벨트가 빠지는 경우를 대비하여 팔은 W자 형태를 유지한다. 장애물이 있다면 벽을 손으로 밀어 조절하면서 내려온다. 간이완강기도 지지대를 벽면에 부착한 뒤 완강기 후크를 고리에 걸고 지지대와 연결 후 나사를 조이면 된다. 다만 간이완강기는 한 번만 사용할 수 있다.

최초 화재가 발생하였을 때, 가장 중요한 건 가까이에 있는 소화 도구를 이용하여 화재를 진압하는 것이다. 소화기를 사용할 때는 밖으로 대피할 경우를 대비하여 문을 등지고 화염에 소화기 분말이 골고루 덮일 수 있도록 한다. 그럼에도 화재가 진압되지 않는다면 119에 신고한다. 아파트 등 높은 건축물에서 불이 났을 때 무조건 대피하려고 시도하기보다는, 본인이 있는 층수 등을 고려하여 당황하지 말고 주변 환경을 살피면서 대피해야 한다.

불이 났을 때, 방독면을 착용하거나 수건에 물을 묻힌 후 호흡하면 호흡기 보호에 도움이 된다. 불이 났다는 사실도 초인종이나 문을 두들겨 주변에 알려 신속하게 대피하는 데 도움이 되도록 한다. 일단은 연기를 피해 낮은 자세로 지상층 혹은 옥상 등 가까운 피난 장소로 대피해야 한다. 대피가 어려운 경우 문을 닫고 젖은 수건 등으로 문 틈새를 막아 화염이나 연기가 퍼지는 시간을 연장하는 것도 필요하다.

무엇보다도 화재 발생을 대비하여 소방차 진입에 방해되지 않도록 평소에 무단주차를 하지 말아야 한다. 소방 당국은 최근 건축물의 형태가 다양해진 만큼 건물 구조와 상황에 맞게 대피 요령을 최적화하여 소방 훈련을 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고층 건물이라면 자체적으로 완강기 사용법과 소화기 사용법, 대피 요령에 대해 연습해 보는 것도 소중한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길이다.

저작권자 © 충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