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단상] 이동규 청주순복음교회 담임목사

1990년대 한 공중파 방송에서 ‘그림 그리기의 즐거움’이란 프로그램을 방송한 적이 있다. 미국 TV 프로그램인 ‘밥 로스의 그림을 그립시다’를 국내 성우의 더빙으로 방영한 것이다.

이 프로그램의 진행자인 밥 로스는 마르지 않은 상태의 캔버스에 물감을 그대로 덧칠해서 빠르게 그림을 완성하는 ‘웻 온 웻’(wet-on-wet) 기법을 사용한다. 커다란 캔버스에 붓으로 물감을 찍어서 쓱싹쓱싹 몇 번만 칠하면 금세 산이나 강 또는 거대한 나무들이 순식간에 완성됐다. 이렇게 빠르게 그림을 그리며 그는 연신 ‘that easy’(참 쉽죠?)를 연발한다.

그도 그럴 것이 밥 로스는 그림을 그리기 전 하얀 캔버스를 바라보면서 이렇게 말한다. “여기는 큰 강이 흐르고 있습니다. 그 뒤에는 멋진 산이 있고요. 이 옆쪽에는 아주 아름다운 나무가 하나 있네요”

밥 로스는 빠르게 그림을 완성하기 위하여 무엇보다 먼저 오늘 자신이 어떤 그림을 그릴 것인지를 마음속에 분명하게 그리고 있었던 것이다. 그가 스스로 말하듯 ‘참 쉽게’ 그림을 완성할 수 있는 이유는 무엇보다 먼저 자신이 그릴 그림의 완성된 모습을 생각 속에 아주 명확하게 담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때로 우리의 내일을 보지 못한다는 사실에 매우 실망한다. 어디로 가야 하는가? 무엇을 해야 하는가? 참으로 앞이 막막하다고 말한다. 특히나 요즘같이 정치, 경제, 사회 등 우리 삶의 전반적인 상황이 위기인 때는 더더욱 그렇다. 우리나라 출산율 저하의 문제는 이제 전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이런 위기의 순간에 우리는 무엇을 선택해야 하는가? 사람들은 무엇이라도 자신들이 옳은 방향을 가고 있다는 확신을 얻기 원한다. 그래서일까? 지금은 그 어느 때보다 무종교인의 비율이 높다고 하지만 또한 점집이나 철학관을 찾는 사람들 역시 점점 늘어나고 있다.

그런데 화가들이 하얀 도화지 위에 이미 완성된 모습을 보면서 그림을 그리는 것처럼, 만약 우리도 내일이라는 시간에 대해 스스로 완성된 모습을 분명하게 그릴 수 있다면 어떤가? 이 혼란의 시대에 다른 누군가의 힘을 빌어 내일의 모습을 찾는 것이 아니라 내 스스로 자신의 내일을 마음과 생각으로 그리는 것 말이다.

밥 아저씨가 그림을 그리면서 우리에게 ‘참 쉽죠?’라고 말할 수 있었던 이유가 무엇일까? 자신의 실력을 자랑하려던 것은 분명 아닐 것이다. 그가 말하고자 했던 것은 자신처럼 캔버스에 먼저 완성된 그림을 바라보면서 그리다보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그림을 완성할 수 있고 또한 그러한 재미를 우리에게 알려주기 위함이었을 것이다.

즉 그림 그리기가 정말 쉽다는 말이 아니라 스스로 할 수 있다고 여기며 도전한다면 힘들고 어려운 일도 결국은 해낼 수 있다는 용기를 주려고 한 것이다.

우리 인생도 마찬가지이다. 오늘 우리에게 주어진 환경을 바라보면서 오늘이 가져다줄 내일을 막연히 기다리는 일은 참으로 힘든 일이다. 오늘은 어떤 내일을 우리에게 가져다줄 것인가? 모든 지식과 경험을 총동원하여 아무리 예측을 해 보아도 막상 내일이 되면 우리가 예상한 것들 중에 반드시 허점이 생기고 또 실수가 나타나기 마련이다.

그렇다 보니 오늘날과 같이 참으로 큰 문제를 겪는 순간에는 내일을 예측하는 일이 더더욱 힘들 수밖에 없다.

하지만 만약 우리가 스스로 원하고 바라는 내일의 모습을 미리 그리고 있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그저 주어지는 내일을 수동적인 자세로 맞이하는 것이 아니라 오늘을 활용하여 내가 바라는 내일의 모습을 만든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그럼 미래는 더 이상 예측하는 시간이 아니라 우리 자신이 만들어가는 시간이 될 수 있다. 그렇게 우리 자신이 분명한 내일의 모습을 그리며 만들어 간다면 우리는 내일을 기다리는 일이 지금보다는 더욱 쉬워질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이뿐 아니라 우리가 환난 중에도 즐거워하나니 이는 환난은 인내를, 인내는 연단을, 연단은 소망을 이루는 줄 앎이로다”(롬 5:3-4)

사도 바울은 우리에게 다가온 환난을 이기는 방법은 그 환난을 피하는 것이 아니라 환난 중에서도 소망을 잃지 않는 것이라고 말한다.

사람들은 지금 대한민국이 위기에 빠졌다고 말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가? 그저 위기의 환경이 가져올 재앙들을 두려워하며 기다려야 하는가?

결코 그렇지 않다. 위기의 순간에도 기회는 반드시 찾아온다. 우리 자신이 그와 같은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면 무엇보다 먼저 내 스스로 바라는 분명한 내일의 모습을 그려야 하는 것이다. 그렇게 스스로 그린 내일을 바라보며 한 걸음씩 앞으로 나가면 되는 것이다.

내일을 바라보는 사람은 결코 오늘을 포기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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