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단상] 이동규 청주순복음교회 담임목사

미국의 대선이 끝이 났다. 도널드 트럼프가 다시 돌아왔다. 이를 두고 여기저기 말들이 많다. 트럼프의 당선이 우리에게 득이 될지 실이 될지를 따져보는 것이다. 그런데 그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트럼프의 당선을 득으로 보기보다는 실로 보는 쪽이 더 우세한 듯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의 지난 임기 동안의 행보를 생각해 볼 때 사람들의 걱정이 아무런 근거 없는 염려라고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런 근심들이 우리에게는 정말 유익이 될까? 트럼프 대통령의 당선이 가져올 여러 문제와 어려움들을 지금부터 걱정하며 염려한다고 한들 무엇이 달라질까?

많은 사람들이 근심 속에서 하루를 보내고 있다. 아침에 일어나 출근을 할 때면, 왠지 오늘은 차가 막히지 않을까? 갑자기 차가 고장이 나지는 않을까? 걱정한다. 어린 자녀를 학교에 보낸 후에도 내 아이가 학교생활에 잘 적응은 하고 있는지, 행여나 다른 친구들로부터 따돌림을 당하는 것은 아닌지, 학업이 뒤처지는 것은 아닌지 늘 걱정하고 염려한다.

이와 같은 근심은 일종의 두려움의 결과이다. 마치 미래에 일어날 안 좋은 일들을 미리 생각하며 아직 일어나지 않은 사건이나 사고를 머릿속으로 경험하는 것이다. 그러니 근심을 품는 순간 우리의 마음과 생각은 무거운 짐에 눌리듯 답답함을 느끼는데 그 고통은 그저 상상이 아니다. 근심이 주는 무게의 고통은 그 자체로 현실인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근심은 사실 두려움 그 자체와 똑같지 않다. 어두운 숲길을 걸을 때, 곰이나 호랑이 같은 맹수를 만나게 되면 우리는 두려움을 느낀다. 다리는 떨리고 온 몸에서는 식은땀이 흐르게 된다. 하지만 염려는 다르다. 염려는 아직 맹수를 만나지 않았다. 하지만 몇 미터 앞도 잘 보이지 않는 숲길을 헤매다 보면 언제 이러한 맹수를 만나게 될지 염려하게 된다. 행여나 길을 완전히 일어서 이 숲을 벗어나지 못할 것이 걱정되기도 한다.

지금 당장은 문제가 찾아오지 않았지만 내 몸과 마음은 이미 그 문제를 만난 것처럼 반응한다. 다리가 떨리고 온 몸에 땀이 난다. 얼굴은 경직되고 아무런 문제도 없는 숲길을 아주 위험한 길인 것처럼 신경을 곤두세우고 걷게 된다.

이처럼 근심은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을 바라보며 미리 그 무게를 경험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훗날 다가올 위험을 미리 대비할 수도 있겠지만, 사실 더 많은 경우 우리는 이 근심의 마음으로 인해 더 많은 것을 잃고 있다. 건강을 잃고 시간을 잃고 물질을 잃는다. 평안을 잃고 기쁨을 잃고 소망을 잃어버린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 근심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는가?

성경은 근심하는 마음과 기뻐하는 마음을 함께 연결하여 이야기하는 구절이 있다.

“주 안에서 항상 기뻐하라 내가 다시 말하노니 기뻐하라 너희 관용을 모든 사람에게 알게 하라 주께서 가까우시니라 아무것도 염려하지 말고 다만 모든 일에 기도와 간구로, 너희 구할 것을 감사함으로 하나님께 아뢰라”(빌 4:4-6)

늘 기뻐하되 아무것도 염려하지 말라는 것이다. 무슨 의미인가? 일상생활에서 염려해야 할 일이나 근심을 가져오는 일을 생각하기보다 기뻐해야 할 일을 더 많이 생각하라는 것이다. 즉 자신의 미래를 바라볼 때 다가올지도 모를 문제 상황을 바라보기보다는 스스로 기뻐하고 즐길 수 있는 좋은 일, 행복한 일을 바라보라는 것이다.

근심을 이길 수 있는 방법은 염려를 하지 말아야겠다고 다짐하는 소극적인 방법이 아니라 아주 작은 일이라도 기뻐하기로 작정하는 마음의 결단이 바로 그 답인 것이다. 무엇이든 내 마음이 기쁨으로 가득하다면 그만큼 내 마음은 근심에게 자리를 내어주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근심은 일종의 감정과 같다. 따라서 우리는 근심하는 마음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워질 수는 없다. 아무리 근심을 하지 않으려고 해 보아도 근심의 마음은 너무나 자연스럽게 우리 마음과 생각 속에 찾아온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아무런 시도도 하지 않고 그저 우리의 모든 삶을 근심으로 가득 채우는 것도 결코 현명한 방법은 아니다. 확실히 다가올 문제를 미리 염려하며 준비하는 것은 우리에게 도움이 될지 모르지만, 우리와 전혀 관련 없는 일들까지 일일이 신경 쓰며 근심하는 것은 오히려 우리 인생을 낭비하는 일이 될 뿐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근심할 일들에 집중하는 것보다 기뻐할 일에 더욱 집중하는 습관을 가지라. 아무리 작은 일이라도 그 일의 의미를 그냥 흘려보내지 말고, 그 안에서 기뻐할 수 있는 이유를 발견하라. 그럴 때마다 근심의 마음은 점점 내가 떠올리는 기쁨의 생각들에 그 자리를 내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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