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웅칼럼] 김진웅 수필가

2025 하얼빈 동계 아시안게임에서 최선을 다하여 목표를 초과 달성하여, 역대 최다 금메달 타이의 성과를 낸 태극 전사들이 2월 15일 금의환향했다. 최홍훈 선수단장을 비롯한 선수단 본진은 15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뛰어난 성과를 올린 여자 컬링 대표팀의 김민지 선수와 바이애슬론의 러시아 귀화 선수 압바꾸모바 선수가 금메달을 목에 걸고 앞장섰고 컬링, 아이스하키, 바이애슬론 선수단 80여 명이 입국장으로 들어올 때 큰 박수를 보냈다.

한국 동계 스포츠 역사는 중국 하얼빈에서 새 페이지를 열었다. 제9회 동계 아시안게임은 중국 헤이룽장성 하얼빈에서 개최되었다. 헤이룽장성은 필자가 근무하던 학교와 자매결연한 학교가 있어 행사 관계로 두 번이나 방문했던 곳이라 지린성과 함께 친숙하고 정겹다. 헤이룽장은 우리 한자음으로 흑룡강(黑龍江)이다. 영안시(寧安市)에서 행사를 마치고, 발해상경용천부를 비롯한 발해 유적을 답사한 곳이다.

이 대회는 ‘겨울의 꿈, 아시아의 사랑’(氷雪同梦, 亚洲同心·Dream of Winter, Love among Asia)을 슬로건으로 지난 2월 7일에 개막하여 14일까지 아시아 34개국이 11개 종목, 64개 경기를 펼친 아시아인들의 큰 잔치였다.

우리나라 선수단은 이번 대회 금메달 16개와 은메달 15개, 동메달 14개로 개최국 중국(금 32개, 은 27개, 동 26개)에 이어 2위에 올랐다. 2회 연속 종합 2위로 소기의 목적을 이룬 것은 물론, 목표로 한 금메달 11개를 초과 달성할 정도로 뛰어난 성과를 올렸다. 금메달 16개는 2017년 삿포로 대회 당시 한국의 역대 동계아시안게임 최다 금메달과 타이기록이다. 스포츠 강국 일본(금 10개, 은 12개, 동 15개)을 월등히 앞선 우리 선수단이 무척 자랑스럽다. 북한은 피겨스케이팅 선수 3명을 파견하여 피겨 페어에서 은메달 1개뿐이라니…….

제9회 동계 아시안게임은 2021년 개최되어야 했지만, 코로나-19 등과 같은 여러 이유로 연기되다가 2025년 중국의 하얼빈에서 개최된 것이라 한다. 이번 대회에서 우리 선수들이 각종 종목에서 눈부신 활약을 했다. 특히 쇼트트랙 종목에서 최민정이 3관왕에 오르는 등 금메달 6, 은메달 4, 동메달 3을 획득하여 쇼트트랙 강국의 전통을 이었으며, 피겨 스케이팅 남·여 싱글 종목에서 차준환과 김채연이 동반 금메달을 획득하는 금자탑을 쌓아 무척 기쁘다.

김채연 선수의 금메달 획득은 더욱 감동적이었다. 최근 3년 연속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세계선수권대회 우승을 차지한 일본의 사카모토 선수가 있었기에 기대하기 어려웠지만, 최선을 다하여 기적 같은 우승을 차지하였다. 메달 시상식에서 김채연 선수는 일본 선수들을 양옆에 두고 가장 높은 자리에 올랐고, 은메달은 일본의 사카모토 가오리, 동메달은 요시다 하나였다.

시상식에서 특별하고 아름다운 장면을 보고 가슴이 뭉클했다. 메달을 목에 걸고 우승 퍼포먼스가 이어졌다. 세 선수는 각자 자신의 몸을 뒤덮을 만한 크기의 국기를 들고 포즈를 취했다. 김채연 선수가 태극기를 몸에 두른 후 감사 인사를 할 때, 태극기가 워낙 큰 탓에 여의치 않았다. 이때 은·동메달을 딴 일본 사카모토 가오리와 요시다 하나 선수가 양옆에서 태극기를 붙잡아준 덕분에 김채연 선수는 안정적으로 태극기를 보이는 아름다운 모습을 보고 무척 기뻤다. 특히 은메달을 딴 사카모토는 강력한 금메달 후보로 꼽혔던 만큼 개인적으로 아쉬운 마음이 클 텐데도 선뜻 나서서 축하해주고 도와주다니…….

치열한 경기 후 선수들이 서로를 보듬는 모습은 참으로 보기 좋았고 아름다웠다. 자칫 시기하고 불미스러운 행동을 할 수도 있었을 텐데.

불굴의 투지로 열정을 쏟은 태극 전사들이 이번 하얼빈 동계 아시안게임에서 보여준 교훈을 되새기며, 선수들처럼 모든 국민이 각자 하는 일에 최선을 다하고, 가정과 나라와 국민을 위하여 이바지하기를 기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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