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효겸의 세상바라보기] 김효겸 전 대원대 총장

반도체기술이 중국에 역전당했는데도 발목만 잡고 있는 정치권에 국민은 분노하고 있다, 핵심 5개 기초 기술 중 4개가 중국에 뒤져 ‘주 52시간 예외’ 반도체특별법 처리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싶다.

지난해 기준 한국의 반도체 기술 수준이 2년 만에 중국에 대부분 추월당했다. 메모리와 첨단 패키징, 인공지능(AI) 반도체, 전력반도체, 고성능 센서 등 5개 기술의 기초 역량 분야 중 첨단 패키징을 제외한 4개 분야에서 중국에 우위를 내줬다. 첨단 패키징은 중국과 같은 4위를 기록하며 간신히 앞지르기를 막았다.

동 내용은 매우 충격적이다. 2년 전 앞섰던 메모리와 고성능 센서 기술에서는 역전을 허용했고, 앞서 있었던 첨단 패키징 기술은 중국의 추격으로 기술 수준이 엇비슷해졌다. 기초·원천 및 설계 분야에서는 중국에 뒤처진 데다 미국·대만·일본 등 경쟁국 중 최하위(6위)를 기록했다. 그뿐이 아니다. 반도체 부활의 기치를 든 일본의 추격도 거세다. 일본 메모리 반도체 기업 키옥시아가 세계 최초로 332단 낸드플래시를 개발하며 적층 경쟁에서 한국을 앞질렀다. 일본 반도체까지 한국의 턱밑까지 따라오고 있다

반도체법 ‘주 52시간 예외’ 무산에 업계는 ‘경쟁력 상실’에 한숨을 쉬고 있다.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이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위(小委)에서 ‘반도체 특별법’ 제정안을 심사했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반도체 산업 연구직들에 대한 ‘주 52시간 예외 적용’을 두고 민주당 대표가 한때 긍정적인 입장을 밝혀 법안 처리 가능성이 거론됐다. 하지만 이 대표가 이런 입장을 철회하면서 처리가 무산됐다.

양당은 다음 소위 때 법안을 다시 심의하기로 했지만 52시간제 예외 문제로 충돌해 합의점 도출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이에 따라 기업들이 반도체 특별법에 담긴 시설 조성과 보조금 지원 등 혜택도 당장은 받기 어려워졌다. 소위 위원장인 김원이 민주당 의원은 이날 “주 52시간 예외 조항과 관련해서 반도체 특별법이 아니라 근로기준법으로 다룰 문제”라며 “이 외에 합의된 내용들을 우선 처리하자는 게 민주당 입장”이라고 했다. 반면 국민의힘 의원들은 “치열하게 연구·개발을 해야 할 인력들이 주 52시간 근로에 발목 잡히면 반도체 경쟁에서 도태된다”며 맞섰다.

반도체의 위기는 한국 경제에 적신호다. 반도체는 한국 경제의 엔진인 수출의 20.8%(2024년 기준)를 차지하는 주력 산업이다. 반도체 전선이 흔들리면 수출도, 경제도 휘청댈 수밖에 없다. 게다가 반도체 기술은 산업 전반의 혁신을 주도하는 한편 국가 안보와 직결된 사안이다. 첨단 반도체의 경우 진입 장벽이 높은 만큼 기술 격차가 벌어질수록 따라잡기 더 어렵다. 이는 국가 경쟁력 하락으로 이어지게 된다.

트럼프 2기 행정부 등장 등 우리 반도체 산업을 둘러싼 상황은 엄중해지고 있다. 지난 10년간 중국은 투자를 188억 유로에서 2158억 유로로 11.5배 늘렸으며, 포함 기업 수도 119개에서 524개로 급증했다. 부동의 1위인 미국은 668개에서 681개로 13개 늘었으며, 투자액은 2.8배 증가한 5319억 유로에 달했다. 한국의 경우 2013년에 비해 기업은 54개에서 40개로 줄었다. 투자액은 193억 유로에서 425억 유로로 2.2배 증가했다. 첨단 반도체 기술 확보 등을 포함한 국가 간 반도체 총력전은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이런 위기 상황을 돌파해 다시금 반도체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기업과 정부·정치권이 힘을 모아야 함을 강조한다. 첨단산업 육성 법안이 국회에서 표류하고 있고 반도체 경쟁력을 끌어올릴 골든타임이 흘러가고 있다. 이를 결코 간과하지 않길 바란다. 우리국민의 미래먹거리를 생각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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