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웅칼럼] 김진웅 수필가
제106주년 삼일절인 3월 1일, 태극기를 게양하고 주위를 둘러보니 태극기가 가뭄에 콩 나듯 보여 착잡하다. 최근 나라 안팎으로 무척 어려울 때라 집집마다 게양된 휘날리는 태극기가 큰 힘이 될 텐데.
서울 중구 숭의여대에서 열린 제106주년 3·1절 기념식을 시청하며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 없었다. 윤석열 대통령도 한덕수 국무총리도 탄핵 중이라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기념사를 하기 때문이다. 만약 윤 대통령이 늦어진다면 한 국무총리라도 하루속히 복귀해야 할 텐데…….
기념사에서 “3·1운동의 중요한 가르침은 바로 우리 민족이 대의를 위해 하나가 되었던 통합의 정신”이라고 밝혔다. 이어 “지금 우리 사회 곳곳에서는 갈등과 분열의 그늘이 더욱 짙어지고 있다”며 우리 앞에 놓여있는 위기를 극복하고 미래 세대가 자랑스러워할 조국을 만들기 위해 지금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국민통합’이라는 말씀처럼, 우리 모두 통합과 국익을 실천하는 데 온 힘을 다하여야 하겠다.
오후에 비가 내린다는 일기예보가 있어 작은 우산을 가지고 서둘러 우암산으로 향한다. 큰길에는 관공서에서 게양한 태극기가 나라 사랑과 국민통합을 하자는 듯 힘차게 휘날린다. 산기슭에 다다르니 나를 환영하는 듯한 요란한 떼창에 매료된다. 우렁차고 신비로운 개구리 울음소리다. 그러고 보니 경칩이 며칠 남지 않았다.
경칩(驚蟄)은 24절기의 하나로 3월의 절기이다. 날씨가 따뜻하여 갖가지 초목에서 싹이 트고 뱀, 개구리를 비롯해 땅속에서 겨울잠을 자던 동물들이 깨어나서 꿈틀거리기 시작한다. 양력으로 3월 5일 또는 3월 6일이 되는데 올해는 3월 5일이다.
이 무렵 3월 2일부터 새 학년을 시작하기에 봄방학 때도 출근하여 입학식과 새 학년 준비에 분주하던 근무할 때 생각이 난다. 토요일도 평일처럼 근무하다가 정년퇴직을 몇 년 앞두고 주5일제가 시행되었으니 일복은 타고난 것 같다.
경칩은 옛날에는 계칩(啓蟄)으로 불렀다고 한다. 좀 생소한 낱말이라 국어사전을 찾아보니, 자세히 씌어 있다. ‘봄이 되어 겨울잠을 자던 동물이 깨어나 움직임. 이십사절기의 하나. 우수(雨水)와 춘분(春分) 사이에 들며, 양력 3월 5일경이다. 겨울잠을 자던 벌레, 개구리 따위가 깨어 꿈틀거리기 시작한다는 시기이다.’
계칩(啓蟄)은 열리다(啓)와 땅속에 숨어 있는 벌레(蟄)로 풀이할 수 있으며, 이때가 되면 땅속에서 겨울을 보내던 벌레가 땅을 열고 나온다는 의미이고, 경칩(驚蟄)은 놀란다는 ‘경(驚)’과 겨울잠 자는 벌레라는 뜻의 ‘칩(蟄)’이 합쳐진 말로 겨울잠 자는 벌레나 동물이 깨어나 꿈틀거린다는 뜻이다. 날씨가 따뜻하여지며 온갖 초목은 싹이 트고, 개구리 등 겨울잠을 자던 동물들이 깨어나서 땅 위로 나오려고 하여 생긴 말이라는 것도 알게 되어 기쁘다.
‘경칩이 되면 삼라만상(森羅萬象)이 겨울잠을 깬다.’라는 말처럼 양지쪽에는 벌써 부지런한 쑥이 앞장서 파릇파릇 새싹이 돋아나 산천이 약동하는 것을 실감한다.
경칩(驚蟄)은 24절기의 하나로 우수와 춘분 사이에 들어 있다. 겨우내 동면하던 동물이 깨어나고, 마른 나무에서는 잎이 돋아나는 시기이며 생명이 약동하는 때이다. 그러므로 이 속담에는 새로운 출발의 의미가 담겨 있다. 대체로 속담은 비유의 속성을 지니고 있다. 나도 때로는 오늘 할 일을 내일로 미루고, 늦잠을 자는 등 나태할 때가 많은데, 겨울잠에서 깨어나 새출발하자고 우암산에 올라 다짐해 본다.
삼일절 기념사처럼 국내외적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삼일절과 희망찬 새봄을 계기로 하루속히 국민통합을 이루길 간절히 바란다. 삼일운동을 할 때 일제(日帝)의 총칼 앞에서도 굴하지 않고 온 겨레가 뭉쳐 독립운동을 한 것처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