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목련] 정혜련 사회복지사

출장 가는 걸음을 재촉하여 도착한 터미널 시계를 보니, 30분 정도의 여유가 있었다. 가야 할 곳은 서울인데, 도착한 터미널에서도 넉넉히 1시간이 소요된다. 나는 일정을 점검하고, 도착해서 점심을 먹는 대신 30분의 여유시간을 활용하기로 했다. 간단히 먹을 식사 메뉴를 확인하고, 들어간 작은 식당은 70년대 팝송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드르륵 식당문을 열고 들어가자, 한쪽 구석에서 잠들어 있던 사장님은 놀라서 벌떡 일어나셨다. “아침에 너무 일찍 나왔더니, 졸리네요!” 부끄러운 듯 단발머리를 매만지는 그녀는 나이를 가늠하기 어려웠다. 홍조를 띤 얼굴에 검은색 니트와 긴 치마를 센스있게 매치한 모습이 영락없는 귀여운 소녀였다.

주문한 메뉴에 밥 한 공기가 서비스되었다. 그녀는 명랑한 목소리로 “다른 것도 맛있어요!”라며 한 숟갈 뜬 밥에 고기반찬을 놓아주셨다. “고기 볶음밥도 맛있는데, 한번 먹어봐요!” 사장님의 친절함은 덤으로, 고기를 한입 가득 넣자, 달콤하고, 짭조름한 양념이 기분 좋게 춤을 추었다. 피곤한 몸을 이끌고, 출장길을 나섰건만, 기대하지 않았던 행복한 순간이 나의 일상을 깨웠다. 아름다운 팝송을 들으며, 사장님의 미소와 따뜻함이 창문의 햇살과 함께 너울거리는 아침 식사는 특별했다. 70년대 팝송들은 사장님의 20대와 함께 흘러온 노래일 것이다. 깔끔한 주방은 사장님의 평소 성격일지도 모른다. 단발머리와 어울리는 패션 감각은 그녀가 과거에도, 지금도 여전히 멋쟁이라는 증거이다. 봄날의 목련 같은 미소는 나이를 먹지 못하게 방해하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나는 식사를 마치고 일어서서 사장님께 인사를 건넸다. “사장님, 잘 먹었습니다!” 다음에는 친구랑 같이 와서 다른 메뉴도 먹어볼게요! “즐겁게 식사하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평소와 다를 바 없는 평범한 하루가 사장님의 따뜻함으로 행복한 순간으로 바뀌었다.

행복은 존재를 단순화할 때 가능한 것 같다. 행복하기 위해선, 어떤 것이 필요하다기보다, 일상에서 만나는 소중한 순간을 놓치지 않는 것이 더 중요할지도 모른다. “가능한 한 적게 걱정하고, 생존과 행복에 시선을 집중하자.”라는 아우렐리우스의 조언은 단순함에 대한 찬가이다. 철학자 쇼펜하우어가 말하는 행복의 법칙 중 “현재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이자.”도 있다. 이것은 과거와 미래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과 관련이 있다. 과거의 문제에 대해 생각하면서 자신을 잃는 것은 어떤 식으로든 유익하지 않다는 것이며, 과거에 내린 결정은 바꿀 수 없다는 것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이다. 칼융은 행복에 대해 “정신적으로 행복해지는 것은 정신적으로 자유로와지는 과정”이라고 했다.

친절과 감사도 행복의 재료 중 하나이다. 친절한 태도는 상대를 받아들이고, 서로를 돌보는 것이다. 감사는 그것을 느낀 사람에게 커다란 기쁨을 가져다주기 때문에 상당한 미덕이라 볼 수 있다. 인생에서 좋은 점을 중요시하는 사람만이 감사할 수 있다. 그 가치를 아는 사람은 누구나 행복하다. 누군가의 친절에 감사할 때 우리의 행복은 더욱 커질 것이다.

일상을 친절과 감사로 사는 사람은 타인에게 행복한 순간을 선물하고, 그 선물을 받은 사람은 일상의 피로를 잊고 내 안의 영감을 일깨울 수 있다. 다음 주말엔 친구와 함께 그녀를 다시 만나러 갈 생각이다. 잊고 있던 것을 알려준 그녀에게 감사의 인사를 다시 전하기 위해.

저작권자 © 충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