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효겸의 세상바라보기] 김효겸 전 대원대 총장
미국이 지난 1월 원자력 등 기술협력이 제한될 수 있는 ‘민감 국가 목록(Sensitive and Other Designated Countries List·SCL)’에 한국을 추가했다. 미의 ‘민감 국가 지정’이 4월 15일 발효될 예정이다. 이를 놓고 여야의 공방전이 벌어지고 있다. 여는 “탄핵 몰이 탓” 야는 “윤 정부 탓” 서로에게 책임을 돌리고 있다. 꼴사나운 모습이 아닐 수 없다.
국민의힘은 논평에서 “이번 목록 추가 조치가 한미동맹의 신뢰를 훼손할 수 있다는 점에서 깊은 우려를 표한다”며 “전략적 판단 없이 내려진 행정적 조치가 한미 협력에 혼선을 초래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현재 대한민국은 급변하는 국제 정세 속에서 통상·외교 난제를 풀어야 하는 상황”이라며 “특히 한덕수 국무총리는 중요한 역할을 수행할 통상 전문가이지만, 민주당의 탄핵 소추로 직무가 정지되면서 현안 대응이 지연되었다”고 했다. “민주당은 정략적 탄핵이 초래한 국가적 혼란에 대한 책임을 지고, 더 이상의 탄핵 남발은 자제해야 한다”며 “국가 핵심 기관과 행정부를 마비시킨 결과는 국정 운영의 혼란과 정부 대응력 약화로 이어졌다”고 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민감 국가 목록 추가’의 책임을 윤석열 정부에 돌리며 윤 대통령의 파면을 통한 국가 정상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안보의 큰 기둥인 한미동맹에 실금이 가고 있다”며 “전문가들은 민감 국가 지정 이유가 윤석열과 국민의힘 정치인들의 자체 핵무장, 핵잠재력 확보 발언에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고 했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민주당 및 조국혁신당 의원들도 “이렇게 되는 동안 대체 정부는 무엇을 했나. 정보당국과 외교부가 제 역할을 못한 것에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행히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크리스 라이트 미 에너지부 장관이 미국 워싱턴 DC에서 만나 양국의 민감국가 문제를 해결하는 데 협력하기로 합의했다. 다음달 15일 미 정부의 민감국가 목록 공식 발효에 앞서 한국이 명단에서 빠져나갈 ‘실마리’가 생겼다. 긍정적 후속조치가 있길 바란다.
정부는 사전에 민감국가 지정 사실조차 알지 못했다. 이는 비판받아 마땅하다. 민감 국가 리스트는 에너지부 산하 기구인 정보방첩국(OICI)에서 관리한다. 목록에 지정된 배경은 미 에너지부 산하 아이다호 국립연구소(INL)에서 있었던 보안 자료 유출 건 등이 민감국가 지정의 이유인 것으로 뒤늦게 파악됐다. 이 목록에는 미국의 우방인 이스라엘·인도·대만 등이 들어가 있다. 통상 민감 국가 출신 연구자들이 에너지부 관련 시설에서 근무하거나 연구에 참여하려면 더 엄격한 인증 절차를 거쳐야 한다. 에너지부의 민감 국가 리스트에 중국·러시아·북한 등 미국의 적성국이 상당수 포함돼 있다. 이 리스트에 들어갈 경우 한미 양국 연구진의 밀착 협력이 심리적으로 제한될 수 있다.
이상을 보면서 철저한 한미공조를 재삼 당부하고 싶다. 정치권은 국익에 민감한 사항을 아전인수격으로 해석하지 않길 당부한다. 트럼프 정부에서 강조하는 에너지 정책에 대해 긴밀한 협의를 통해 양국 간 협력 사업, 투자 확대 기회를 발굴하고 글로벌 에너지 시장을 함께 주도하길 바란다. 외교부는 한미간 에너지, 과학기술 협력에 부정적인 영향이 미치지 않도록 적극 교섭해 나가길 당부한다. 민감국가로 최종 지정되면 미 정부와 진행하는 각종 협력 사업에 제동이 걸리게 된다. 인공지능(AI), 양자컴퓨터 개발 협력은 물론 트럼프 행정부가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조선ㆍ방산 산업 공략도 어려워진다. 이점을 각인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