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시론] 김복회 전 오근장 동장

따뜻한 봄이 여행을 부른다. 그래서 우린 떠났다. 오랜만에 기차를 타고 대전역까지 갔다. 처음 가본 대전역에서 각지에서 온 여행객들과 합류하여 거제도로 출발했다. 설레는 맘으로 바라보는 주변 풍경이 봄을 느끼게 한다.

첫 일정으로 간 섬은 외도다. 외도는 오래전에 한번 와봤지만 여전히 좋다. 외도는 개인이 섬을 사서 오늘까지 가꾸어 온 섬이다. 섬 전체가 하나의 웅장하고 아름다운 정원이다. 가는 곳마다 예쁜 곳이 많아 사진 찍는 내내 우린 행복했다.

외도에서 여행객을 반겨 준 동백꽃은 섬 전체를 아름다운 빨간 색으로 물들였다. 다니는 곳마다 동백꽃들이 우리가 가는 길을 축복하여 주기 위해 빨간 주단을 깔아 놓은 것 같았다. 낙화마저 아름다운 동백꽃이다. 이번 여행에서 동백꽃은 두 번 핀다는 것을 알았다. 한번은 나무에서 피고 또 한번은 땅에 떨어져서 다시 꽃을 피운다는 말에 공감하지 않을 수 없었다. 다니는 길마다 두 번째 핀 동백꽃들이 우릴 반겨주었다. 섬 전체가 동백꽃 동산인 것 같다.

하루 일정을 마치고 숙소로 와보니 바로 앞이 푸른 바다다. 파도소리를 들으며 우리는 잠을 청했다. 다음날 아침 해가 떠올라 바다를 온통 붉게 물들이고 있었다. 붉게 떠오르는 태양을 바라보니 오늘 하루도 기대가 컸다.

오늘의 일정은 문화해상공원인 장사도로 갔다. 장사도는 이번에 처음 가본다. 섬의 모양이 뱀을 닮아서 장사도라고 했다. 이곳도 동백꽃은 나무 위에서, 땅 위에서 멋지게 피어 있었다. 이 섬에 작은 교회가 있는데 비록 건물은 작았지만 아름답고 예뻤다.

섬에 주민이 많았을 때 있던 초등학교는 폐교되어 건물만 보존하고 있는데 추억의 나무 의자들만이 교실을 지키고 있었다. 동백꽃 길을 따라 걷다 보니 어디선가 음악소리가 들렸다. 소리를 따라가 보니 멋진 야외공연장이 눈에 들어왔다. 그곳에는 불우이웃돕기를 위한 이름 모를 가수가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공연장은 넓고 좋았다.

가수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해 우리는 음악에 맞춰 춤으로 화답했다. 우리의 멋진 춤을 친구가 동영상을 찍어주어 또 하나의 추억을 만들어 주었다. 이곳 야외공연장은 천여 석의 야외공연장으로 수시 공연이 이루어져 문화와 자연이 공존하는 신개념의 문화해상공원이란다.

섬 여행지에서 먹는 음식도 우리를 즐겁게 했다. 환상의 섬에서 먹은 아이스크림과 핫도그, 문어라면 맛은 오래 기억에 남을 것이다. 이번 여행의 마지막 일정으로 공곶이 수선화군락지를 갔다. 꽃밭으로 가는 길은 높고 걷기가 힘들었다. 야산을 한참 올라가고 내려가다 보니 바다가 보이는 곳에 수선화군락지가 보였다.

이곳 수선화군락지는 故강명식 부부가 60여 년을 바쳐 일궈낸 결실이란다. 수선화를 보고 내려오는 길바닥에는 “삶은 경주가 아니라 함께 걷는 여행길이다”라고 수선화 그림과 함께 멋지게 써 놓았다. 함께 걷는 여행길이라는 말이 가슴에 오래 남을 것 같다. 모든 일정을 마치고 돌아오면서 우리나라도 외국 못지않게 좋은 곳이 많다는 게 자랑스러웠다.

외도와 장사도 같이 멋진 곳을 일컬어 동양의 나폴리라고 말하기에 조금도 부족하지 않았다. 이번 여행을 마치고 돌아오면서 우리나라도 참 멋지고 아름다운 나라라는 것을 보고 올 수 있어 참으로 행복한 여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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