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웅칼럼] 김진웅 수필가

지난 4월 26일(토) 저녁 7시부터 불기(佛紀) 2569(2025)년 부처님오신날 연등회가 장엄하게 펼쳐졌다. 방송으로 보아도 무척 설레고 연등 행렬에 함께 참여하는 듯해 감명 깊었다. 2025년 부처님오신날 봉축위원회(위원장 진우 스님)는 불기 2569(2025)년 부처님오신날 봉축표어로 ‘세상에 평안을, 마음에 자비를(Peaceful World, Compassionate Mind)’을 선정했다. 매년 선정하는 봉축표어는 기본 표어인 ‘우리도 부처님같이’와 함께 사용되며, 매년 사회적 상황과 국민적 염원을 반영하여 뜻깊게 선정한다.

올해 선정된 봉축표어는 세상이 조화롭게 유지되기 위해 평화와 안정을 찾고, 자비로운 마음을 키우고 이를 사회와 세상에 확산함으로써 세상에 평안을 가져오자는 뜻을 담고 있다고 한다. 이 표어는 전국 사찰과 거리의 연등에 실려 부처님의 뜻을 전파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이번 2025년 봉축표어도 우리의 삶 속에서 실천 가능한 가르침을 담아 큰 울림을 주고 있다.

봉축 포스터는 연꽃 위에 좌정한 부처님의 모습과 부드러운 빛의 퍼짐을 통해 ‘자비의 마음이 평안한 세상을 만드는 길’임을 표현하여, 따뜻한 색감을 활용해 부처님오신날의 환희로운 분위기와 함께 밝은 빛이 세상을 비추는 의미를 되새겨 본다.

음력을 기반으로 해서 윤달의 유무나 음력 초하루의 날짜에 따라 양력 날짜는 매년 달라지며, 불교계는 ‘석가탄신일’이라는 과거 명칭에서 ‘석가(釋迦)’는 고대 인도의 특정 씨족을 지칭하는 것이어서 사리에 맞지 않고, ‘석탄일’이라고 약칭을 쓰면 광물인 석탄(石炭)과 헷갈린다며 ‘부처님오신날’로 명칭을 변경할 것을 요구해왔다. 이를 수용해 2017년 10월 10일 국무회의에서 ‘관공서의 공휴일에 관한 규정’ 일부 개정안을 의결했고, 석가탄신일의 공식 명칭은 부처님오신날로 변경되었다는 것도 알았다.

부처님오신날(5월 5일)을 앞두고 4월 26일(토) 저녁 7시부터 서울 흥인지문에서 조계사까지 전개된 대규모 연등 행렬은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세계적인 행사라서 더욱 자랑스럽고, 세상에 평안과 마음에 자비가 가득하기를 기원하였다.

자비(慈悲)는 자(慈)와 비(悲) 두 낱말의 합성어이다. 자는 애념(愛念:사랑하는 마음)을 가지고 중생에게 낙(樂)을 주는 것이요, 비는 민념(愍念:불쌍히 여기는 마음)을 가지고 중생의 고(苦)를 없애주는 사랑이다. 이 자비는 사랑과 연민의 뜻을 함께 포함한 것으로, 이기적인 탐욕을 벗어나고 넓은 마음으로 질투심과 분노의 마음을 극복할 때에만 발휘될 수 있을 것이다.

어린이날이기도 한 5월 5일 부처님오신날 당일 오전, 전국의 모든 사찰에서 일제히 법요식이 봉행되고, 전통의식인 관불의식부터 불공, 스님 법문, 공양, 명상, 참선 체험 등이 다양하게 열리게 된다. 불자뿐만 아니라 누구나 가족과 함께 참여해서 부처님의 탄생 의미를 되새기는 소중한 순간이 되길 바란다.

봉축표어는 단순한 구호가 아닌 실천적 메시지이다. 자비는 단순한 동정심을 넘어 타인의 고통을 함께 나누고 줄이려는 의지를 의미한다. 부처님의 자비는 모든 존재에 대한 평등한 사랑이며, 이를 통해 분노와 증오를 해소하고 공동체 안에서 화합을 이룬다. 지금 우리나라가 늪에 빠져 빈사(瀕死) 상태에 있는 지역, 이념, 세대, 노사갈등 등도 자비 실행으로 시급히 해결해야 하지 않을까. 경쟁, 갈등, 분열이 심화 되는 현실에서 부처님의 자비, 평화, 지혜의 말씀을 되새기고 실행하자.

봉축표어는 단지 부처님오신날에만 의미 있는 문구가 아니라, 일상 속에서 실천할 수 있어야 그 진가를 발휘한다. 가족이나 직장에서 갈등이 생겼을 때, 역지사지로 이해하려는 마음이 자비 실천의 시작이다. 부처님 세상이 되고, 진흙 속에서도 아름답게 피어나는 연꽃처럼 우리의 번뇌도 소멸되고 승화되어, 더욱 건전하고 바람직한 사회와 국가가 되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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