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웅칼럼] 김진웅 수필가

푸르르고 만화방창(萬化方暢)한 5월은 어린이날, 어버이날, 스승의 날 등 가정 관련 기념일이 많아 5월을 가정의 달이라고 한다. 또 청소년기본법이 규정한 청소년의 달이기도 하다. 근로자의 날도 5월에 있어 가정의 달로 불릴만한 기념일들이 많다. 가족, 친구, 사제 간 등의 행사와 약속이 많은 달이다. 당연히 지출이 많다고 생각하니 자녀들이 주는 용돈 받기도 망설여진다. 지난 주말 온 가족이 외식하러 명암저수지 부근 식당에 가서 오랜 시간 기다렸다가 어렵사리 들어갈 수 있을 정도였다.

5월에 있는 주요 기념일을 정리하여 보니 그야말로 많기도 하다. 근로자의 날(1일), 어린이날(5일), 어버이날(8일), 입양의 날(11일), 국제 간호사의 날(12일), 스승의 날(15일), 5.18 민주화운동 기념일(18일), 발명의 날(19일), 부부의 날(21일), 방재의 날(25일), 바다의 날(31일)…….

5월 가정의 달의 의미를 되새기자니 우렁이와 가물치, 까마귀 이야기가 우리의 심금을 울린다.

우렁이는 자기 몸 안에 40~100개의 알을 낳고, 그 알이 부화하면 새끼들은 제 어미의 살을 파먹으며 성장하는데, 어미 우렁이는 한 점의 살도 남김없이 새끼들에게 다 주고 빈 껍데기만 흐르는 물에 둥둥 떠내려간다고 한다. ​그 모습을 보고 새끼 우렁이들이 “우리 엄마 두둥실 시집가네.”라고 한다니 울컥 가슴이 메어온다.

우렁이와 반대로 가물치는 수천 개의 알을 낳은 후 바로 눈이 멀게 되고, 그 후 어미 가물치는 먹이를 찾을 수 없어 배고픔을 참아야 하는데, 이때쯤 알에서 부화 되어 나온 수천 마리의 새끼들이 어미 가물치가 굶어 죽지 않도록 한 마리씩 스스로 어미 입으로 들어가 어미의 굶주린 배를 채워주며 어미의 생명을 연장해 준다니…….

그렇게 새끼들의 희생에 의존하다 어미 가물치가 눈을 다시 회복할 때쯤이면 남은 새끼의 수는 10%도 생존치 못하고 어린 새끼 90% 정도의 가물치는 기꺼이 어미를 위해 희생한다고 한다. ​그래서 가물치를 “효자 물고기”라고 하는 것 같다. ​

반포지효(反哺之孝)라는 말도 생각난다. 까마귀 새끼가 자라서 늙은 어미에게 먹이를 물어다 주는 효도를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자식이 자라서 어버이의 은혜에 효도로 보답하는 것, 부모에게 효를 다하는 자녀의 도리를 강조하는 고사성어이다. 까마귀가 자라서 부모를 돌보는 것처럼, 부모님의 은혜에 보답하는 마음을 일깨워 준다. 자녀의 도리와 부모님에 대한 효심을 다시 한번 되새겨보는 가정의 달이다.

우렁이와 같은 자식에 대한 희생, 가물치와 까마귀 같은 부모님께 대한 효도의 교훈을 되새겨보는 바람직한 가정의 달이 되었으면 한다.

수십 년 전엔 이맘때는 손편지와 선물을 배달하느라 집배원들의 손길이 무척 바빴는데, 요즘은 우체통이 낮잠을 자는 듯하다. 그래도 SNS, 카카오톡, 전화 등으로 감사와 사랑이 넘치길 간절히 바란다.

얼마 전에는 벚꽃이 만발하더니 요즈음에는 이팝나무와 아카시아 흰 꽃이 흐드러지게 피어 가슴을 설레게 하고, 온갖 어려움을 극복하며 희망의 노래를 부르게 하여 무척 기쁘다. 소탈하고 소담한 꽃숭어리가 마치 밥사발 같다. 굶주리던 시절의 춘궁기에는 오죽했을까. 이러한 싱그럽고 정겨운 산책길에 애완견을 데리고 다니는 것보다 귀여운 아들딸, 손자 손녀 손 잡고 다니며 웃음꽃을 피우면 얼마나 좋을까.

예상조차 못 했던 조기 대선 때문에 하루하루 더 빨리 지나가고 있다. 괴팍스러운 트럼프에서 발발한 각종 관세 전쟁 속에 온 국민이 한마음 한뜻으로 뭉쳐 이 난국을 슬기롭게 극복해야 하는데, 자칫 대통령 선거 분위기에 휩쓸려 국제정세를 읽지 못하고 실기(失期)하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는 가정의 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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