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별칼럼] 박종순 전 복대초 교장·시인

5월 가정의 달이 달콤한 사연으로 사랑의 열매를 키워가고 있다. 아무래도 위로 부모님과 아래로 자녀 그리고 손주들이 가정의 꽃마차를 이끌고 간다.

내 생명의 시작인 아버지는 산목련이라고도 불리는 함박꽃나무를 신혼 초 아파트 1층 화단에 심어주셨다. 그 나무는 강원도 깊은 산속에서 조그만 것을 발견하시어 셋째딸의 행복한 결혼 생활을 기도하며 청주까지 이동해 심어주신 것이다. 그간 몇 번 이사 다니며 두 번째 작은 나무를 구해 심었는데 올해엔 5개의 꽃망울을 의젓이 매달고 있다. 곧 꽃잎을 열면 향기가 고울 터인데 하늘 간 아버지 대하듯 사랑하며 가까이 눈을 맞추곤 한다.

그 옛날 학교 사택에서 나를 낳아 등에 업고 다니며, 성인이 될 때까지 지극정성으로 키워주신 어머니 데레사 님도 하늘 가신지 벌써 4년이 다 되었다. 어버이날을 맞아 추모의 의미로 하얀 카네이션을 드릴까 생각하고 있는데 딸애가 손녀를 데리고 물이 찰랑이는 축하 꽃다발을 들고 왔다. 비닐병에 담긴 꽂은 카네이션 외에 청보리 두 대가 꽂혀있고 노란 나비 한 마리도 앉아 있다. 이런 꽃은 처음 받아보는데 나보다 어머니께 가져다드릴 생각을 하니 속으로 더욱 기뻤다.

청보리와 나비! 나 닮아 예쁘다는 외손녀가 그 축하 꽃을 골랐다 하니 세월도 빠르다. 어머니가 특히 귀애하던 증손녀가 어느새 자라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하였다. 첫 번째 맞는 어린이날을 기념해 멀리 부산에 가서 바다도 보고 송도에 가서 해상케이블카를 태워주기로 의견을 모았다.

푸르른 송도 바다 위로 오르는 신비한 케이블카, 나는 50에 처음 케이블카를 탔는데 손녀는 벌써, 요즘 세상이 빠르게 달라지고 있다. 정상에 내려 첫 어린이날 특별한 경험을 위해 살펴보니 총을 쏘아보는 코너에 손녀가 관심을 보인다. 작은 총에 알을 넣어 당기니 나란한 인형 두 개를 맞추어 대견하고 크게 놀랐다. 부모는 떠나고 손주들은 커가고 우리 내외는 유엔이 정한 중년에 이르렀다. 한국식 노인 흉내 내지말고 씩씩하게 살자는 내 주장에 따라 남편도 오랜만에 파마도 하고, 지난 1월 멜버른에 가서 호주 오픈 테니스 경기를 아레나에 입장 박수치며 즐기고 온 것이 지금도 왠지 자랑스럽고 꿈만 같다.

그래도 올해 가장 획기적인 일은 충북교육청에서 학교의 수요를 조사하여 퇴직공무원과 매칭 해주는 이름하여 동행교육지원단 일원으로 활동하게 된 것이다. 평소 책을 읽기 좋아하니 도서관 지원을 신청해 보았다. 집에서 가까운 모 여고 도서관 책다락에서 학생들 도서 대출과 반납을 도와주는 일이다

감격인 것은 여고 졸업 50년 만에 다시 여고에 와서 동행을 하니 내가 마치 여고생이 된 듯 희망과 웃음이 만발이다. 담당 교사가 어느 날 포춘 쿠키라는 상자를 가지고 와서 책을 빌려가는 아이들에게 하나씩 주자는 것이다. 예상보다 아이들은 호기심에 뽑은 쿠키를 열어보고 마냥 즐거워한다.

포춘 쿠키(Fortune cookie)는 주로 미국, 유럽 등지의 중국 음식점에서 후식으로 나누어 주는 과자란다. 과자의 안을 깨보면 보통 운세가 적힌 쪽지가 들어 있다는데 아마도 저마다 행운을 기대할 것이다. 우리 도서관에서는 당첨이 되면 책갈피 등 조그만 기념품도 주기로 했다. 실은 나도 이 도서관에 와서 처음으로 포춘 쿠키를 대하고 속에 든 쪽지에 적힌 글을 보고 심쿵하였다.

‘독특한 개성을 지녔습니다. 더욱 자신만의 색깔로 발전시키십시오. 존재감이 커질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사람들은 그 색깔을 담고 싶어할 것입니다’ 이 편지를 모든 5월의 사람들과 나누고 싶다. 어쩌면 하루하루가 포춘이다. 사람을 창조한 신은 언제 어디서나 손에 포춘 쿠키를 들고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바라만 보아도 가슴이 부푸는 5월의 신록도 포춘 쿠키처럼!

저작권자 © 충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