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웅칼럼] 김진웅 수필가
신문과 방송 등을 접하며 안타까울 때가 많다. 어떤 사람이 스스로 삶을 포기하고 세상을 뜨는 요인 중 외로움의 비중이 큰 것 같다.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 전화 ☏109 또는 ……’ 전문가의 상담 등으로 자살예방과 계도에 힘쓰고 있지만 이런 불행한 일이 많아 걱정이다. 2021년 기준 한국(인구 10만 명당 23.5)은 OECD에서 자살률 1위로 OECD 평균(10.9)보다 2배 가까이 된다니 국가적인 과제이다. 참고로 2위는 리투아니아(21.6)이다.
나이가 들수록 인간관계는 점점 줄어들고 혼자 있는 시간이 많다는 말에 공감한다. ‘외로움을 슬기롭게 극복하고 현명하게 대처하는 방법은 없을까?’ 고심했는데 이번 달 ‘공무원연금지’에서 ‘생각을 넓혀주는 철학이야기’를 읽고 실마리를 찾은 것 같고,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한줄기 빛을 만난 듯하다.
필자는 평소에 ‘외로움과 고독’이 유사한 개념인 줄 알았는데 의외였다. 외로움은 혼자 있음의 괴로움을, 고독은 혼자 있음의 즐거움을 의미한다는 말에 무릎을 친다. 외로움은 결핍의 감정에서 출발하지만, 고독은 충만함에서 비롯되고, 외로움은 누군가의 부재를 절실히 느끼는 감정이지만, 고독은 오히려 타인의 부재 속에서 자신과 더 깊이 만나는 과정이라는 것도 알아간다. 쇼펜하우어(독일의 철학자)의 가르침이 심금을 울린다. 고독을 삶의 필연이자 지혜로운 상태로 여긴다. “혼자 있을 수 없는 사람은 불행한 사람이다.” 무슨 의미일까. 이는 단순히 사람을 피하라는 뜻이 아니고, 누구와 함께 있든 홀로 있든 자기 자신으로서 존재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고독을 통해 우리는 생각하고, 성장하고, 완전해진다니…….
혼자서도 잘 지낼 수 있으려면 고독을 즐기고, 타인에게 기대하는 마음을 내려놓아야 한다는 주장을 곱씹어보며 성찰한다. “혼자 있는 힘을 가진 사람은 타인 간 관계에 의존하지 않는다.”란 쇼펜하우어 관계론의 핵심을 이해하고 내면화하려 힘쓴다.
혼자 있을 때 불안하고, 허전하고, 공허함을 느끼는 사람은 결국 외부에서 무언가를 찾아 헤매게 된다. 어떤 때 필자의 심정을 대변하는 것 같아 머리를 끄덕인다. 그럴수록 의존하게 되고, 의존은 간섭과 갈등을 낳으니, 진정한 독립은 경제적 조건보다도 정신적인 자립에서 비롯된다고 한다. 외로움은 우리가 내면의 빈틈을 외부로부터 채우려 할 때 찾아오지만, 고독은 내면이 넉넉할 때 느끼는 평온이라니 정신적으로 풍요롭게 하며 고독을 즐겨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되어 무척 기쁘다.
쇼펜하우어가 추천하는 것은 독서이다. 고전을 비롯해 좋은 책은 생각을 자극하고 세상과 인생의 깨달음으로 안내한다. 그 순간 우리의 내면은 풍성해지고 정신적 충만을 경험한다. 산책이나 글쓰기도 고독을 즐기는 데 적합하다. 앞으로 나의 내부에서 즐거움을 끌어내자고 다짐한다. ‘외로움을 고독으로 전환하는 연습’이 인생 후반의 중요한 지혜라는 것도 배워 좀 더 충만해진다.
쇼펜하우어는 “타인에게 기대하는 마음을 버려라. 기대할수록 실망하고 상처받는 사람은 나다.” 나이가 들수록 상대방에게 무언가를 기대하기보다는 관계 자체에 감사하고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는 여유가 필요하다. 누군가의 행동에 화가 나거나 실망이 클 때 ‘인간이란 원래 그런 존재’라고 이해하는 태도는 우리의 삶을 훨씬 덜 고통스럽게 한다. 타인을 바꾸려 하지 말고, 그들과 적당한 거리를 두며, 서로의 다름을 받아들이는 것이 성숙한 태도라는 것도 깨닫는다.
앞으로 쇼펜하우어가 제시하는 행복의 조건을 내면화하고 싶다. 첫째는 건강한 몸이고, 둘째는 마음의 평화와 정신적 안정이다. 누구나 그렇듯이 건강하지 않다면 행복은 멀어지고, 내적 자아가 공허한 사람일수록 외부에서 자극을 구하려고 한다.
외로움을 피하는 것이 아니라 고독을 받아들이도록 힘쓰겠다. 고통을 피하지 않고, 그 속에서 의미를 찾으며 더 단단해지고 싶다. 진정한 행복의 꽃은 내 안에서 피어나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