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안전이야기] 동중영 정치학박사·한국경비협회 중앙회장
여름은 자연스럽게 노출이 많아지는 계절이다. 해변, 수영장, 음악 축제, 야외 행사 등에서 가벼운 옷차림으로 활동하는 인파가 늘면서 불법 촬영 범죄 역시 증가하는 계절이다. 실제로 2023년에는 6,626건, 2024년에는 7,202건이 발생해 전년 대비 8.69%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몰래카메라 범죄는 단순한 즉흥적 일탈 범죄가 아니다. 대상을 물색하고, 촬영과 저장, 유포로 이어지는 구조화된 범죄다. 문제의 본질은 이 범죄가 너무나 손쉽게 실행 가능하다는데 있다. 시계, 안경, 볼펜, 물병은 물론 곤충이나 나비 모양으로 위장된 초소형 카메라들이 온라인에서 손쉽게 유통되고 있으며, 구매 이력 관리도 부실해 범죄 예방은 물론 사후 탐지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범죄는 공공장소뿐 아니라 사적 공간에서도 발생한다. 임시로 설치된 행사장 화장실, 숙박시설의 샤워기, 대중목욕탕의 벽면 등 몰래카메라가 설치될 수 있는 공간은 매우 다양하고 교묘하다. 심지어 곤충 모양으로 위장하거나 천장 구멍에 장착되는 방식도 있다. 피해자들은 이를 인지조차 못한 채 심각한 정신적 피해를 입고, 사적 공간에서조차 보호받지 못한다는 현실에 고통을 겪는다. 몰카 범죄는 단지 '불쾌한 사건'이 아니라, 인간의 존엄과 사생활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중요한 범죄다.
현행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14조는 카메라 등으로 타인의 신체를 당사자의 의사에 반해 촬영할 경우, 7년 이하 징역 또는 5천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또 유포, 저장, 반포 등의 2차 행위도 처벌 대상이다. 그러나 처벌 수위가 높아졌음에도 불구하고 범죄는 줄어들지 않고 있다. 이는 법적 대응만으로는 한계가 있으며, 실효성 있는 수사와 함께 촘촘한 예방 시스템이 병행되어야 한다.
몰래카메라 범죄는 날로 기술적으로 정교해지며, 사회 전반에 불안과 공포를 확산시키고 있다. 기술이 범죄를 앞설 수는 없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누구나 믿고 의뢰할 수 있는, 제도적으로 검증된 '방패'다. 이는 단순한 장비나 탐지 기술을 넘어, 국민의 사생활을 지켜주는 사회적 장치이자, 일상을 보호하는 최소한의 안전망이다. 몰카 범죄에 대한 총체적이고 실질적인 대응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무엇보다도 탐지 서비스를 이용하려는 시민들이 해당 업체가 국가기관인 중앙전파관리소에 정식 등록된 업체인지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범죄 예방의 첫걸음은 신뢰할 수 있는 제도 안에서 시작된다. 이제는 제도적 대응이 실제로 작동해야 할 시점이다. 정부와 지자체는 숙박시설, 탈의실, 공중화장실 등 몰카 범죄 취약 공간에 대해 정기적인 탐지 의무를 법제화해야 한다. 민간 탐지업체에 대해서도 중앙전파관리소 등록 여부를 기준으로 인증하고 관리하는 체계가 필요하다. 무자격 불법 업체에 대해서는 강력한 제재와 퇴출 조치가 따라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