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웅칼럼] 김진웅 수필가 

'지능과 지혜는 무엇일까?' 평소 궁금하게 생각했는데 궁금증이 풀렸다. 지난 7월 26일 새벽, KBS1 라디오의 '건강 365'를 감명 깊게 들었다. 최윤경 아나운서의 진행으로 경희대 한의대 김용석 교수의 '부종'에 대한 방송에 이어, 홍순철 북칼럼니스트와 진행자의 대담으로 '우리가 지혜라고 부르는 것의 비밀'에 대해 새롭게 알게 되어 기쁘다.
 
쇠뿔도 단김에 빼랬다. '단김'은 무슨 의미일까? '한 번에', '단번에'가 아니라 '달아오른 김에', '달구어진 김에'이다. 그날 서점에 다녀온 후, 유난히도 극심한 삼복더위와 싸우며 독서삼매경에 빠졌다.

지능과 지혜는 어떻게 다를까? 똑똑한 사람은 생활을 편리하게 하고, 지혜로운 사람은 삶을 낫게 한다. 지혜는 '많은 지식', '똑똑함'이라고 언뜻 생각했는데, 지능이 답을 아는 것이라면, 지혜는 그 답을 언제 말해야 할지 아는 것이다. 

 '우리가 지혜라고 부르는 것의 비밀'은 신경생물학과 심리학의 관점에서 지혜의 정의와 구성요소부터 지혜를 강화하는 법을 일러주는 책이다. 노화, 외로움, 공감과 연민 등 다양한 정신건강 과제를 지혜의 관점으로 새롭게 본다. 지혜와 건강한 노화를 20년 이상 연구해 온 인도 출신 미국인인 신경정신과 전문의인 저자 달립 제스테가 강조한 지혜는 생물학적 기반이 있기에 측정하고 변화시킬 수 있다는 주장에 공감이 간다.

이 책은 노화, 외로움, 공감과 연민, 선택, 성찰, 행복 등 현대사회의 다양한 정신건강 논점을 지혜의 관점으로 보고, 지혜를 7가지 요소로 설명한다. 연민·공감·이타주의에서 비롯되는 친사회적 행동, 두려움이나 분노뿐 아니라 즐거움마저 다스릴 수 있는 감정조절, 갑작스러운 변화와 딜레마 속에서의 결단력, 암울한 순간마저 유머로 승화하는 성찰, 자기에게 매몰되지 않고 더 큰 것들을 느끼는 능력인 영성, 다양한 관점을 수용하는 능력, 사회적 조언을 제공하는 능력 등이다. 필자는 유머에 대해 관심이 많아 암울한 순간마저 유머로 승화하는 '성찰'이 더욱 감명 깊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웃는 힘, 상황을 너무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는 태도. 어쩌면 이는 지혜로운 사람이라 여겨진다.

나이가 들고 지혜로워지면 부정성 편향이 해소된다니 다행이다. 젊을 때는 정서적으로 좋지 않은 경험과 나쁜 기억이 접착제라도 바른 듯이 머릿속에 쉽게 들러붙지만, 나이가 들면 정신에 코팅이라도 한 것처럼 오래 눌어붙지 않고 금세 떨어져 나간다니 용기가 난다.

성찰은 자신과 주변 환경의 좋은 상황과 나쁜 상황을 모두 고려해서 결정하게 하고, 지혜는 누구나 키워갈 수 있는 '성장 가능한 힘'이라니 앞으로 몸의 근육처럼 지혜의 근육을 키워나가는 데 힘쓰겠다.

능력은 뛰어나지만, 세상과 조직에 해악을 끼친다면 끔찍하다. 우리는 지혜로운 사람이 필요하다. 삶은 테니스처럼 매 순간 우리에게 결정을 요구한다. 모든 걸 통제하고 예측할 수 없지만 결정해야만 한다. 최선을 다하고 결과에 책임을 지고, 그곳에서 더 배운다. 지혜로운 사람은 이렇게 만들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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