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답을 찾다…농민과 함께 성장하는 옥산농협”
취임 6년 만에 상호금융 예수금을 900억원에서 2100억원으로 끌어올리고 ‘예수금 달성탑’을 수상한 곽병갑 청주옥산농협 조합장. 그는 현장을 누비며 조합원 소득 증대와 신뢰 경영을 실천해왔다. 집중호우 피해 복구, 경축순환농업 도입, 직파재배 확산 등 굵직한 성과를 이어가고 있는 곽 조합장을 만나 옥산농협의 성장 비결과 미래 전략을 들어봤다. <편집자>
“인사만 잘해도 밥은 먹고 산다”
청주 옥산농협에 들어서면 제일 먼저 활기찬 인사가 반긴다. 사무실 문을 열자마자 직원들이 누구든 먼저 웃으며 인사를 건넨다. 고객이든 조합원이든, 처음 만난 외부인이라도 예외가 없다.
이 풍경은 단순한 친절이 아니라 곽병갑 조합장(62)의 경영 철학이자 조직 문화다. 사무실 곳곳에 붙어 있는 이 문구는 그가 강조하는 ‘관계의 시작’을 상징한다.
곽 조합장은 “인사는 서로의 마음을 여는 첫걸음”이라며 “기본이 바로 서야 신뢰가 쌓이고, 신뢰가 있어야 성장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농민의 길에서 조합장의 길로
곽 조합장은 스물여섯 살이던 해 한우 사육을 시작했다. 당시에는 자본과 인프라가 부족했지만 “농업에서 답을 찾겠다”는 결심 하나로 버텼다. 시간이 흐르며 그는 200여 두의 한우와 엘크를 사육하고, 벼농사까지 병행하는 규모 있는 농가로 성장했다.
이 같은 경력은 그를 책상에만 앉아 있는 조합장이 아닌, 현장을 발로 뛰는 리더로 만들었다. 그는 보고서 대신 논과 밭, 축사, 마을을 찾아 농민과 대화를 나눈다.
곽 조합장은 “농민의 얼굴을 직접 보고, 땀 흘리는 현장을 봐야 진짜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며 현장에서 들은 건의사항과 작은 민원까지 노트에 빼곡히 기록하고 있다.
6년의 변화, 숫자가 증명하다
취임 후 지난 6년 동안 그는 ‘조합원 소득 증대’와 ‘신뢰받는 농협’을 양대 목표로 삼았다. 보여주기식 사업이 아니라 조합원들에게 실질적인 이익을 주는 사업에 집중했다.
그 결과 취임 당시인 2019년 900억원 수준이던 상호금융 예수금은 지난해 10월 2000억원을 달성, ‘예수금 달성탑’을 수상했다. 지난 6월 말 기준 상호금융 예수금 2100억원을 기록하며 6년 동안 매년 200여 억원씩 성장하는 성과를 냈다.
“성장은 숫자로만 평가되는 게 아닙니다. 하지만 조합원과 고객의 신뢰가 없으면 그 숫자는 나올 수 없습니다. 그 신뢰를 지키는 것이야말로 가장 큰 자산입니다.”
곽 조합장은 성과보다, 성과를 가능하게 한 ‘신뢰’의 힘을 거듭 강조했다.
물난리 속 빛난 리더십
지난달 청주시와 옥산면은 기록적인 집중호우로 큰 피해를 보았다. 청주시에만 84억9300만 원의 재해 피해가 발생했고, 옥산면 피해액은 28억9000만원으로 전체 피해의 34%에 달했다.
곽 조합장은 피해 상황을 접하자마자 현장으로 달려갔다. 침수된 비닐하우스, 쓰러진 작물, 토사가 덮인 논과 밭을 마주한 피해 농가들의 얼굴에는 막막함이 서려 있었다.
그는 즉시 피해 접수창구를 열고, 행정기관과 복구 계획을 조율했다. 총 34건의 피해 신고가 접수됐고, 피해 면적은 18만7685㎡에 달했다.
곽 조합장은 “위기 상황일수록 조합이 조합원 곁에서 버팀목이 돼야 한다”며 “복구가 끝날 때까지 함께하겠다”고 약속하며 농민들을 위로했다. 옥산농협은 피해 복구와 보상 절차를 신속히 진행해 농가의 조기 회복을 이끌었다.
퇴비 710t의 약속
곽 조합장이 추진하는 ‘경축순환농업’은 지속 가능한 농업의 해답 중 하나다. 축산농가에서 발생한 가축분뇨를 부숙 퇴비로 만들어 경종 농가에 공급하고, 경종 농가가 재배한 농산물을 다시 축산농가에 공급하는 순환 구조다.
지난 8월 6일 청주축협·옥산농협 경축 순환 업무 협약식에서 청주축협은 축산농가에서 생산된 부숙 퇴비 710t을 옥산농협 경종 농가 27ha 농지에 살포하기로 했다.
곽 조합장은 “이 사업은 토양을 살리고, 생산성을 높이며, 환경을 지키는 1석 3조의 효과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 사업은 단순한 비료 공급이 아니라, 농업 생태계를 살리고 환경오염을 줄이는 미래 지향적 모델로 평가받고 있다.
직파재배, 농업의 새길 열다
그는 직파재배 확대에도 힘을 쏟고 있다. 모를 기르는 육묘 과정을 생략하고 씨앗을 바로 뿌리는 직파재배는 고령화와 인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는 현실적인 대안이다.
옥산농협은 시범포 운영, 장비 지원, 교육 프로그램 등을 통해 직파재배 기술의 안정화를 도모하고 있다.
직파재배를 처음 접하는 농가는 다소 낯설고 불안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한번 도입해보면 노동력과 비용이 크게 절감되고 작업 효율이 높아지는 효과를 직접 체감하게 된다.
특히 고령화로 인한 인력 부족과 농작업 비용 상승이 심화하는 현실에서, 직파재배는 생산성을 유지하면서도 경영 부담을 줄일 수 있는 현실적인 대안으로 평가받고 있다.
곽 조합장은 이러한 장점을 조합원들에게 적극적으로 알리고, 시범포 운영과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성공 사례를 확산시키고 있다. 벼·육묘신기술 충북협의회 초대회장으로서 그는 도내 직파재배 보급 확대에 앞장서며, 장기적으로는 지역 농업 구조 개선과 경쟁력 강화에 이바지하고 있다.
농촌과 도시를 잇는 사회공헌
옥산농협은 청주시와 손잡고 농작업 대행 사업을 꾸준히 이어오며 지역 농가의 일손을 보태고 있다.
농기계 임대사업소와 거리가 멀어 장비 이용이 쉽지 않거나 기계 조작이 어려운 고령·여성·영세 농가를 대상으로 맞춤형 작업 지원을 제공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러한 지원은 단순히 농사일을 대신 해주는 차원을 넘어 농업 생산 기반을 지키고 지역 농촌의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곽 조합장은 이러한 사업이야말로 농협이 존재하는 이유 중 하나라고 보고, 농촌은 혼자 힘으로 버티기 어렵기에 상호 협력이 필수적이며 농협이 그 중심에서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야 한다는 신념으로 추진하고 있다.
직원은 ‘가족’, 고객은 ‘이웃’
곽 조합장은 유능한 인재가 인정받는 성과 중심 인사 제도를 도입했다. 직접 예금 유치에 나서며 솔선수범하자, 직원들도 자발적으로 성과를 내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의 진짜 강점은 ‘따뜻한 리더십’이다. 지인들과 맛있는 식당을 찾았을 때도 “우리 직원들이랑 같이 오면 좋겠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결국, 다음 달 전 직원 회식을 직접 마련했고, 직원들은 큰 감동을 하였다.
또 조합원들이 “직원들이 참 친절하다”라는 칭찬을 전해오면, 해당 직원에게 바로 격려와 칭찬을 전한다. 곽 조합장은 조합원과 고객의 만족은 결국 직원들이 즐겁게 일할 때 비로소 가능하다고 믿는다. 그는 조합의 성장은 사람에게서 비롯된다고 보고 모든 판단과 경영의 중심에 늘 사람을 두고 있다.
함께 웃고 함께 크는 농협
앞으로의 목표를 묻자 곽 조합장은 “경제적 안정과 더불어 모든 임직원이 ‘내 가족을 대하듯’ 조합원을 대하는 농협”이라고 답했다. 그는 조합원들의 소득과 삶의 질 향상을 위해 세심한 경영을 이어가고, 지역사회와 함께 성장하는 농협을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1600여 조합원과 지역민들의 신뢰와 성원이 지금의 옥산농협을 만들었습니다. 앞으로도 함께 웃고, 함께 성장하는 농협이 되겠습니다.”
곽병갑 조합장은 오늘도 책상이 아닌 현장에서 답을 찾는다. 농민과 같은 눈높이에서 호흡하며, 위기 속에서는 든든한 버팀목이 되고, 변화 속에서는 길잡이가 된다. 그가 발을 딛는 곳마다 ‘함께 잘 사는 농협’이라는 꿈이 조금씩 현실이 되어가고 있다. /김재옥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