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시론] 김복회 전 오근장 동장
요즘 날씨가 우리 모두를 힘들게 하고 있다. 일기예보가 무서울 만큼 덥다.
이렇게 더운 날 예기치 않게 119구급차를 타고 말았다. 저녁 잘 먹고 쉬고 있는데 갑자기 구토가 났다. 화장실을 들락거리며 토악질을 하는데 땀이 쏟아지고 정신을 차릴 수가 없다. 이대로 가다가는 꼭 죽을 것 만 같았다.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있다가 주무시는 엄니를 깨웠다. 놀란 어머니는 체한 것 같다고 손가락을 따보려고 했지만 흐르는 땀으로 할 수 없었다. 그러다 어머니가 “안 되겄다, 119를 불러 병원 가자”하여 구급차를 타고 병원에 갔다.
난생 처음 구급차를 타고 병원에 도착하여 수액을 맞고 누워있는데 너무 떨리고 추웠다. 며느리가 걱정된 어머니가 팔 다리를 주물러 주셨다. 그 손길이 힘은 없었지만 너무 따뜻했다. 당신 몸도 힘든데 며느리 걱정에 몸달아 하는 모습을 보니 죄송하고 감사했다. 치료 후 다행히 안정을 찾아 집으로 왔다.
다음날 엄니가 시동생에게 연락 하고 시동생은 우리 아이들에게 엄마가 아프다고 연락을 했단다. 며느리가 죽을 맛있게 쑤어서 아들이 가져왔다. 아들과 같이 온 손녀가 “할머니 많이 아퍼?”하며 걱정스러운 듯 바라본다. 그래도 오랫동안 함께 놀아준 덕에 걱정스러워 하는 모습을 보니 대견스럽다. 며느리는 둘째 손녀 때문에 못 오고 사진을 찍어 보내면서 “예쁜 손녀보시고 힘내세요.”라며 5개월 된 둘째 사진을 보내왔다. 사진 속 웃는 손녀 모습에 새 힘이 솟는다.
서울에 있는 딸이 몸조리 잘 하라며 몸에 좋은 음식과 과일 등을 배달해주고 잘 챙겨 드시라며 수시로 전화한다. 이런 자식들이 있다는 것에 힘이 나고 고맙고 든든했다. 이번 일을 겪으며 평소 건강하다는 자신감에 아플 수 있다는 것을 생각지 못했다. 딸이 항상 음식 잘 챙겨먹으라고 잔소리해도 귀 밖으로 듣고 제대로 신경 안 썼다. 먹는 것이 중요하다고 해도 나 먹자고 하는 것이 잘 안 된다. 나이가 들었다는 것을 잘 느끼지 못하고 살아가고 있는데 칠십이라는 나이가 어느새 코앞에 와 있는 것이다. 실감은 나지 않지만 앞으로 건강하게 살기 위해서라도 내 나이에 맞게 섭생을 잘하며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처음으로 해본다.
엄마가 걱정되어 잔소리하는 딸에게 잘 하고 있다는 말만 하고 실천하지 못하며 살았다. 우리 어머님은 며느리가 퇴직할 때까지 오랜 시간 살림 해주시고 아이들을 키워 주셨다. 딸이 없으셨던 어머니는 며느리가 아닌 딸처럼 생각하며 사신 분이시다. 함께 사십년이 넘는 동안 함께 살면서 아프다는 말을 안 해서 고맙고 좋았다고 항상 말씀하셨다. 그렇게 건강했던 며느리가 갑자기 아파서 구급차까지 타고 병원에 갔다 와서는, 며느리가 잘못되는 건 아닐까 하여 많이 놀라셨다고 나중에 말씀하셨다.
엄니하고 언제까지 함께 할지 모르지만, 지금처럼 서로 의지하고 사는 날까지 건강하게 함께 할 수 있기를 오늘도 간절히 바라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