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안전이야기] 동중영 정치학박사·한국경비협회 중앙회장
파도를 막기 위해 둑을 쌓아 방파제를 설치한다. 그리고 파도가 방파제에 직접 닿는 충격을 줄이기 위해 콘크리트 구조물인 테트라포드(Tetrapod)를 함께 설치한다. 대부분 방파제를 따라 설치된 테트라포드는 멀리서 보면 작게 보이지만, 실제 크기는 높이 2m 이상, 무게는 2톤을 넘는다.
큰 것들은 아파트 여러 층 높이에 달하며, 개당 수백 톤에 이르는 거대한 구조물도 있다. 테트라포드는 파도의 에너지를 분산시키고 반사를 줄여 방파제 손상을 막는 핵심 역할을 한다. 특히 태풍이나 높은 파랑 시 해안선 침식과 항만 시설 파괴를 최소화하는 데 효과적이다.
테트라포드는 여러 개의 돌기 형태의 ‘발’로 이루어진 둥근 구조물로, 표면 대부분이 곡면이며 매우 미끄럽다. 크기가 큰 테트라포드는 멀리서 보면 평면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표면이 기울어져 있어 발을 딛는 순간 쉽게 균형을 잡기가 어렵다. 특히 이 구조물은 방파제에서 파도를 가장 먼저 맞는 최일선에 설치되어 있어서 늘 바닷물에 젖어 있고, 해조류 등 미생물이 서식해 표면이 더욱 미끄럽다. 게다가 해수로 인한 부식을 방지하기 위해 표면을 매끄럽게 처리해 미끄럽다.
거대한 테트라포드 사이로 추락하면 심각한 부상은 물론 생명을 잃을 수도 있다. 바닷물과 미끄러운 이끼 때문에 부상의 경우 탈출이 더욱 어렵다. 테트라포드가 밀집해 설치된 구역은 구조적으로 복잡하고 미로처럼 얽혀 있어, 추락 시 스스로 빠져나오기 힘들 뿐만 아니라 구조 작업 또한 쉽지 않다. 좁은 공간 사이로 얽혀 있는 무거운 구조물들 때문에 구조 접근 자체가 제한되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일부 사람들은 바다를 더 가까이에서 생동감 있게 느끼고 싶다는 이유로 테트라포드 위에 무단으로 올라간다. 낚시를 하거나 사진을 촬영하고, 대형 테트라포드 위에 자리를 펴고 음식을 먹는 경우도 있다. 심지어 술을 마시며 위험하게 돌아다니는 사람도 있다. 사고가 잦아지자 일부 지역에서는 출입을 금지하고 있으나, 경각심이 부족한 일부 사람들의 무단출입은 계속되고 있다.
출입 통제 시스템을 갖추어 출입 막아야
테트라포드에서 발생할 수 있는 추락 사고를 예방하려면, 무엇보다도 테트라포드 위에 올라가지 않아야 한다. 특히 낚시를 위해 테트라포드 위에 장시간 머무르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오래 앉아 있다가 갑자기 일어설 경우, 어지럼증으로 중심을 잃고 추락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사고 위험 때문에 항만 관련 법령에서는 인명사고 발생 가능성이 큰 방파제 등 위험구역을 ‘출입 통제구역’으로 지정하고 있으며, 무단출입 시 과태료를 부과하는 등 제도적으로 접근을 제한하고 있다.
따라서 테트라포드가 설치된 시설의 관리자는 안전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접근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 접근 금지 표지판 설치에만 머무르지 말고, 반드시 CCTV를 설치하여 24시간 감시를 강화하고, 경비 인력을 상시 배치해 무단출입을 엄격히 차단해야 한다.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어떠한 허점도 결코 용납해서는 안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