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웅칼럼] 김진웅 수필가

숨이 턱턱 막히는 더위에 바깥을 나서기가 두렵다가 입추와 말복을 지나니 조석으로 좀 시원해진다. 오랜 가뭄과 폭염으로 너무 지쳤는데 비가 간간이 내린 후 활동하기가 한결 수월하다. 그래도 한낮의 야외활동은 언감생심이다. 아직도 낮 기온은 30도를 훌쩍 넘어 말 그대로 찜통더위가 극성을 부린다. 이럴 때 피서 중 하나는 독서삼매경에 빠지는 것이다.

이번 달 공무원연금지에서 ‘생각을 넓혀주는 철학이야기’를 감명 깊게 읽었다. 일체개고(一切皆苦)란 말처럼 고타마 싯타르타는 ‘우리 삶의 모든 것이 고통’이라고 했다. 아침에 눈을 뜨고, 밤에 잠이 들 때까지 잠시도 쉬지 못하고 삶에 매달려야 한다. 반복되는 일상, 예측할 수 없는 사회의 흐름, 인간관계의 소외감, 나이가 들수록 느껴지는 허무함까지 덮쳐올 때 인생의 의미에 대하여 고민하게 된다.

‘시시포스의 신화’처럼 우리의 삶도 굴러떨어지는 바위를 다시 밀어 올리는 일의 연속으로 느껴진다. 삶에는 정해진 답이 없고, 무엇이 옳고, 어떤 선택이 정답인지도 분명하지 않으니…….

‘인생무상’은 인생은 항상 같지 않고 덧없다는 뜻이다. ‘무상(無常)’은 불교에서 유래한 단어로써, 만물은 모두 변화하는 일시적인 존재로 언젠가는 덧없이 사라진다는 것을 가리킨다.

20세기 실존주의 철학자인 사르트르의 철학적 통찰과 연결되는 문장이 있다. 바로 “인생은 B와 D 사이의 C이다.” B는 Birth(탄생), D는 Death(죽음), C는 Choice(선택)이다. 인간은 끊임없이 선택하며 살아간다. 무엇을 할지, 누구와 할지, 어떤 방식으로 살아갈지를 결정하며 인생을 만든다. 그 선택에는 책임이 따르고, 때로는 실패와 후회도 수반된다. 그 결과로 또 새로운 선택에 직면하게 된다. 선택은 인간 존재의 본질이다.

정년퇴직 이후의 삶은 이 선택의 의미가 더욱 뚜렷해지는 시기라는 것을 절실하게 깨닫는다. 더는 외부의 규칙에 따라 움직이지 않아도 되니, 진정으로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할 자유와 기회가 열리지만, 더 막중한 책임이 따르는 것도 터득한다.

우리가 진정으로 자유로운 선택을 하려 할 때 자주 가로막히는 게 ‘타인의 시선’이다. 사르트르가 말한 것처럼, 인간이 타인의 시선을 인식하는 순간 주체적인 ‘나’가 아니라 평가받는 ‘대상’으로 전락하게 되지만, 그래도 “나는 내가 선택하는 방식으로 존재해야 한다.” 타인의 눈길 속에서 결정짓게 두지 말고, 내가 나를 규정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남과 비교하지 말고 자신을 사랑하자”란 명언도 의미심장하다. 타인과의 비교는 불필요한 스트레스를 초래한다. 우리는 매스컴이나 주변 사람들의 성공을 보며 자신을 비하하기도 한다. 이는 우리의 자존감을 떨어뜨릴 뿐 도움이 되지 않는다. 타인의 성공은 그들의 여정일 뿐, 나의 삶과는 별개이니 나의 길을 걸어가야 한다. 타인의 시선이 아니라 내가 나를 바라보는 시선으로 살아가고, 때로는 상대평가만 하지 말고 절대평가를 하는 것이 현명한 삶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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