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 아침에] 김영애 수필가
한밤중에 TV를 보다가 아들에게 전화를 했다. “아들! 공학도 아들을 둔 엄마가 오늘은 뿌듯하고 자랑스럽다고” 느닷없는 칭찬을 퍼부었다. 뜬금없는 엄마의 칭찬 세례에 웃는 아들과 며느리에게 당부를 했다. 아이들 교육상 거실에 TV를 없애버린 집이라서 유튜브로라도 꼭 찾아서 시청하라고 했다.
요즘은 뉴스를 안 보고 산다. 얼마 전부터 뉴스가 재미없어졌다. 뉴스를 안 봐도 TV 시청은 필자를 신선하고 무한한 정보의 세상과 소통하게 한다. K방송에서 ‘인재전쟁’이란 타이틀로 1부 ‘공대에 미친 중국’에 이어서 2부 ‘의대에 미친 한국’이란 다큐를 방송했다. 참석자들의 토론도 진지했지만 제목만으로도 웬지 씁쓸해지고 위기의식까지 느껴졌다.
이런 좋은 내용을 사회적으로 공론화시켜 주는 방송국에 감사하다는 친절한 댓글도 남겨주었다. 자녀를 둔 모든 부모와 교육자들과 특히 위정자들이 이 방송을 많이 보았으면 하는 아쉬움이 컸다. 우리나라는 유치원 때부터 시작되는 입시 사교육의 종착점이 의대이며 그 결과 우리는 의사가 판을 치는 나라가 되었고 중국은 기술자의 나라가 되었다. 해마다 뉴스에서 접하게 되는 서울공대 입학생의 절반이 한 학기가 지나면 하나둘씩 안 보인다고 한다. 의사의 꿈을 품고 명문학원의 의대 입시반으로 간다고 했다. 초등학교 때부터 의대 입시 준비반이 있다는 현실은 심각하다.
의사가 아니면 너도나도 연예인이 되겠다고 연예인 만드는 학원이 성업 중이라고 한다. 사랑과 이별이 무슨 뜻인지도 모르는 유치원생이 트롯트 경연대회에 나와서 어른들 흉내를 내는 모습을 보면 채널을 돌리게 된다.
세계에서 AI 연구자 중 중국 출신이 과반수를 넘는다고 한다. 중국에서는 엔지니어가 의사보다 몇 배나 높은 고수입자이다. 중국은 이미 오래전부터 산업경쟁력을 끌어올릴 준비를 본격적으로 하고 있었다. ‘천인계획’이라는 거대한 프로젝트를 가동해서 해외에 유학하거나 진출한 자국의 과학기술 인재들을 대상으로 하는 중국의 인재양성 프로그램이다. 최고의 대우로 과학기술 인재들을 자국으로 돌아오게 했다.
우리나라 유학생 우수한 인재들 10명중 과반수는 국내로 돌아오지 않고 그곳에 남아서 연구를 하고 자리를 잡는다고 한다. 돌아와 봐야 본인이 연구하고 공부한 기술을 인정받지 못하고 보장되지 못하는 사회적 분위기로 다시 외국으로 나가는 경우가 많다고들 한다. 미국의 빅 테크 회사들처럼 고액연봉에 플러스 주식을 주고 특별한 사회보장 제도가 인정된다면 공대의 인기가 높아질 것이다. 애플은 우리나라 동종업계보다 세배의 연봉이 넘어도 지난해 영업 이익률이 30% 우리나라 최우수 기업은 겨우 3%에 머물렀다. 충분한 보상을 받으면 그만큼 더 열심히 일하고 싶은 것이 인간의 본성이다.
사회에서 핵심 동력은 결국 기업이 아닐까! 기업이 성장해아 경제가 살아나고 경제가 잘 돌아가야 개인과 국민 전체의 삶의 질도 높아지고 국가가 부강한다. 기업의 원동력인 엔지니어를 꿈꾸는 공학도가 연구에 정진할 수 있는 좋은 환경과 행복한 미래가 보장되어야 인재유출을 막을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우려를 한다. 그래야 과학기술 인재들이 기술 혁신을 해서 외화를 벌어들이고 그것이 K강국으로 가는 길이다.
개인의 영달만을 위해서 오직 의대를 진학하려는 의식과 교육의 현실을 진지하게 생각하게 되었다. 아들은 조선공학 박사 학위를 받고 침체기에 오래 빠져있었던 배를 만드는 일에 묵묵히 연구하며 성과를 내고 있었다. 그 오랜 시간 정진하던 수고에 박수를 보내고 싶었다. 오늘날 세계 제일의 조선 강국으로 트럼프와의 협상 테이블에서 내밀 수 있는 유일한 카드가 되었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