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시론] 김복회 전 오근장 동장
초등학교 친구가 아들이 결혼한다며 청첩장을 보내왔다. 이 기쁜 소식을 단체 카톡방에 올리니 축하한다는 글들이 와글와글 북적거렸다. 친구는 내년이면 칠십이다.
늦은 나이에 막내아들을 결혼시키는 것이다. 막내아들은 친구가 늦은 나이에 마음으로 낳은 아들이다. 평소 친구가 다니고 있는 절의 스님이 아이를 맡아 길러달라고 부탁하여 지금까지 잘 키워왔다. 그때 아이는 백일도 안 된 갓난아기였는데 스님의 간절한 부탁으로 아이를 데려오지 않을 수 없었다고 했다.
그 당시 아이는 할머니랑 살고 있는 열일곱 살의 미혼모가 낳았다고 했다. 데려올 당시 아기 모습은 눈도 제대로 뜨지 못하고 몸도 잘 가누지 못하여 보는 내내 애처로운 모습이었다고 했다. 아이를 안고 집으로 오면서 잘 키울 수 있을까 하는 수많은 걱정을 하면서 데려왔다고 했다. 아이는 4살까지도 말도 잘못하고 잘 듣지도 못해 사람구실을 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도 수없이 했다고 했다. 이런 아이를 데려와서 키우겠다고 마음먹었던 친구가 오래전부터 고맙고 자랑스러웠었다.
친구는 식당일로 바빴지만 막내아들을 정성을 다하여 품었다. 아이를 데리고 왔을 때가 백일 밑이라 백일잔치를 해주면서 늦둥이 육아를 시작했다. 백일 사진도 찍어주고 그 동안 커가는 모습을 정성스럽게 사진에 담아주었다고도 했다. 형과 누나와 나이차가 많아 귀염을 많이 받고 자랐다. 친구는 식당을 운영하여 모임에 잘 나올 수 없어 우리는 친구 식당에서 항상 모임을 했다.
그때마다 막내아들은 엄마 심부름도 해주고 가족의 사랑을 듬뿍 받으며 잘 자라고 있어 그 모습을 바라보는 우리들도 기분이 좋았었다. 대학을 졸업하고 취업도 하여 지금까지 부모님께 마냥 성실하고 귀한아들이었다. 그 막내가 이번에 결혼을 하는 것이다. 어리기만 했던 것 같은 아들이 어느 날 갑자기 결혼을 한다고 했단다. 친구 내외는 당황하여 결혼 준비에 대하여 걱정하자, 아들은 여자 친구와 같이 준비 다 하였으니 걱정하지 말라고 했단다. 그래도 엄마가 필요한 것 다 해준다고 해도 할 것 없다 하여, 할 수 없이 살아가면서 필요 할 때 언제든지 엄마에게 말하라고 했단다.
결혼식 날 다른 약속이 있었지만 포기하고 기쁜 마음으로 예식장으로 갔다. 원근각지에서 모인 초등학교친구들과 결혼식장에서 만났다. 우리를 맞은 밝은 모습의 친구가 오늘따라 더 예쁘고 행복해 보였다. 예식이 시작되고 신랑 신부가 양가 부모님께 인사할 때 신랑이 엎드려 큰절을 하는 모습에 우리 모두는 가슴 뭉클했다. 우리 마음도 이럴진대 지금까지 키워온 친구의 마음은 어땠을까 가늠이 잘 안 된다.
신랑 아버지가 신랑 신부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을 하는데, 평소에 아들에게 말하듯이 전달하여 듣는 우리들에게 감동을 주었다. 아무리 각박한 세상이라고들 하지만, 이런 가정이 있어 그래도 살만한 세상인 것 같아 가슴 뿌듯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