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새 53% 급등…연준 금리 인하·달러 약세·글로벌 불안이 ‘금테크’ 추동

▲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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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카 돌반지 하나 사러 갔다가 깜짝 놀랐어요. 순금 한 돈이 76만원이라니요. 예전엔 50만 원 넘으면 비싸다 했던 것 같은데…”

청주에 사는 직장인 A씨(38)는 최근 조카 돌잔치 선물을 준비하다 금값 현실에 놀랐다. ‘한 돈’(3.75g)짜리 순금 반지가 76만원이라는 말을 듣고 “이러다 100만원 찍는 거 아니냐”고 혀를 내둘렀다. 단순한 체감이 아니라 실제로 금값이 치솟고 있다. 국내외 시장 모두에서 금 시세가 사상 최고치를 연이어 갈아치우며 ‘황금 랠리’가 본격화되는 모습이다.

10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지난 8일(현지시간) 런던금시장협회(LBMA)에서 금 현물 가격은 장중 한때 온스당 3646.29달러에 거래돼 역대 최고가를 경신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의 12월물 금 선물 가격도 전날 대비 0.7% 오른 3677.40달러에 마감했다.

국내 시세도 빠르게 반응하고 있다. 한국금거래소 기준 9일 순금 한 돈(3.75g) 판매 가격은 70만7000원으로, 이 역시 사상 최고치를 찍었다. 일부 금매장에서는 세공비와 수수료 포함 시 한 돈에 78만원까지 부르는 사례도 나타났다.

10일 오전 기준 KRX금시장에서 10g 금 현물 가격은 165만1700원으로, 열흘 새 약 10% 급등했다. 1년 전과 비교하면 금값은 무려 53% 상승한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금값 강세의 배경으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하 기대 △달러 약세 △지정학적 불안과 중앙은행의 금 매입 확대 등을 꼽는다.

최근 발표된 미국 고용지표 부진으로 시장에서는 연준이 기준금리를 최소 0.25%p 인하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며, 일각에선 0.5%p ‘빅컷’ 가능성도 제기된다. 금은 금리가 낮을수록 상대적 매력이 커지는 대표적 안전자산이다.

또 달러지수(DXY)는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97선 중반까지 하락하며, 지난해 말(110선) 대비 크게 낮아졌다. 달러 가치 하락은 금 가격 상승과 통상적으로 반비례 관계에 있다.

여기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각국 중앙은행들이 금 매입량을 늘린 것도 영향을 미쳤다. 특히 중국, 인도, 폴란드, 브라질, 카타르 등 BRICS 및 신흥국 중심의 금 비축 확대는 금 수요를 구조적으로 끌어올리고 있다.

시장에서는 금값이 올해 연말까지 10%쯤 더 오를 가능성도 제기된다. 골드만삭스는 최근 보고서에서 “2025년 상반기 금값이 온스당 4000달러를 넘어서고, 최고 5000달러까지도 오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 경우 국내 순금 한 돈 가격이 100만원을 넘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김재옥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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